울산대공원

‘심해(深海)’, 그 원초적 호기심 울산 장생포


장생포에는 바람도 고래로 불더라. 소주 한 잔으로 용서를 빌어도 남는 건 아픔 뿐. 가슴이 고래로 부풀어 물가에서 맴을 돌더라. /장생포에는 물결도 고래로 치더라. 누가 보기나 하랴, 휘휘 젓는 시커먼 바다. 선창(船艙)이 생각에 잠겨 발목이 젖고 있더라. /장생포에는 거룻배도 고래 뱃속이더라. 늙은 포수는 망둥이도 고래로 보이는지. 노을녘 눅눅한 술청엔 옛노래가 반짝이더라. 시인 강세화가 노래한 장생포의 인상이다.


수심이 깊어 배의 드나듦이 편리한 울산만의 서쪽 해안가. 장생포는 거기에 있다. 장생포로 향하는 길 위에선 귀에 익은 노래가 절로 나온다.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어.”
우리나라 연간 고래고기 소비량 절반, 전국 고래고기 전문점의 절반, 또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고래의 80%가 들어오는 울산 장생포에 이르면 당연지사 고래고기 맛부터 한 점 감상할 일이다.

육향 낯선 고래고기에 매료
첫맛은 비리다. 특유의 육향이 낯설게 다가온다. 그러나 한 접시를 비웠다면 그때부터 고래고기의 참맛에 매료된다. 맛도 맛이지만, 평소 즐기지 못하는 희소성에 다 비운 접시까지 새롭게 보인다. 게다가 몸통과 꼬리, 익힌 것과 날것이 모두 다른 맛을 낸다고 하니, 맛의 여운도 길게 남는다. ‘고래고기는 12가지 맛을 낸다’고 하는 옛말도 순간 머리를 스친다. 물론 참치 못지않게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생고기와 육회, 수육, 고래오배기, 고래찌개, 고래우네 등 다양한 메뉴도 눈여겨 볼 일이다. 가장 선호하는 요리는 각 부위가 고루 들어간 모둠생고기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 별미 중의 별미는 고래의 꼬리부분에서 떠낸 고래우네와 뱃살부위인 고래오배기. 술안주거리를 찾는다면 수육과 탕처럼 끓여낸 찌개가 그만이다.
전 세계적으로 포획이 금지된 고래가 접시에 오르는 데까지의 과정은 복잡하다. 고래는 동해안에서도 3~4종만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장생포 고래고기 전문점의 주재료는 밍크고래. 어린 새끼들이 바다 한가운데 쳐 놓은 정치망그물에 걸려든 물고기들을 따 먹으러 들어갔다가 변을 당하곤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리다고 무시할 수 없는 고래가 밍크고래다. 성인 몸무게는 족히 나간다. 걸려든 고래를 관련 공무원들이 확인을 해주면, 곧바로 경매에 부친다. 싱싱하다면 생고기로 팔린다. 하지만 상태에 따라 수육처럼 푹 삶아져 접시에 오른다.
장생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는 장생포가 고래의 항구였음을 입증해준다. 다양한 동물들이 새겨져 있지만, 특히 고래와 이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에 눈길이 간다. 제작 연대를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학계에선 신석기 후기에서 청동기 전기 정도로 그 연대를 짐작하고 있다.

포경선의 쉼터 ‘고래박물관’
고래고기로 배를 채웠다면 다음은 장생포 인근의 볼거리를 찾아가 볼 일이다.
우선 장생포항과 맞닿아 있는 고래박물관.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으로 포경에 관한 유물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식상한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 섭섭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 여기다. 특히 장생포항구에서도 사라진 포경선과 고래해체작업장면 등은 미지의 심해에 대한 원초적인 호기심마저 자극시킨다. 귀신고래관, 어린이체험관, 포경역사관 등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볼거리다.
울산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태화강도 겨울여행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울산을 지나 화룡연을 굽이 돌고 학성을 지나면서 이수삼산의 이름을 남기고 울산만에서 동해로 들어가는 태화강. 동서로 약 36㎢, 남북 28㎢의 유역은 그 대부분이 산악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강의 양쪽과 하류에는 기름진 평야가 펼쳐져 있으며, 오늘날에는 울산시민의 중요한 식수원이 되어주고 있다.
특히 울산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 태화강 양편에 형성된 대밭은 길이가 무려 4㎞(폭 20~30m)나 된다. ‘태화강 10리 대밭’이라 불리는 바로 그곳이다. 일제강점기 잦은 홍수 범람으로 농경지 피해가 많아짐에 따라, 주민들이 홍수 방지용으로 대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후에 백사장 위의 나무가 오늘의 10리 대밭으로 변모했다고 전해진다.
여유가 있다면 울산대공원도 가볼만한 명소다. 울산대공원은 100만평에 이르는 넓은 터를 자랑함과 더불어, 도시내부에 위치해 있어 시민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주변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생태공원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레크리에이션, 여가활동, 학습, 체험기능이 모두 가능하다.

600m 송림 아늑한 산책로
동해바다를 좀 더 가까이 내려다보고 싶다면 대왕암공원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에서 울주군 간절곶과 함께 해가 가장 빨리 뜨는 대왕암이 바로 이곳에 있다. 우리나라 동남단에서 동해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의 끝 지점에 해당하는 대왕암공원은 동해의 길잡이를 하는 울기항로표지소로도 유명하다.
산책로로서의 대왕암을 즐기고 싶다면 봄이 제격이다. 벚꽃, 동백, 개나리, 목련과 그늘이 어우러진 이곳을 지나다 보면 벌써 시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렇다 해도 겨울의 대왕암공원은 귀한 휴식처로서 손색이 없다. 28만평에 달하는 산뜻한 공간, 공원입구에서 등대까지 가는 길은 600m 송림이 우거져 있다. 100여년 아름드리로 자란 키 큰 소나무 그늘이 아늑함을 선사한다. 송림을 벗어나면 탁 트인 해안절벽이 기다리고 있다. 울퉁불퉁한 바위의 기세에 놀랐다면 일산해수욕장의 모래밭은 이를 진정시키는 데 제격이다.
붉은 바위색이 짙푸른 동해 바다색과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주 보이는 대왕암은 하늘로 솟는 용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점점이 이어진 바위를 기둥삼아 가로놓인 철교를 건너면 대왕암에 발을 딛게 된다. ‘댕바위’ 혹은 용이 승천하다 떨어졌다 하여 ‘용추암’으로도 불린다.
대왕암 외에도 괴이하게 생겼다 하여 쓰러뜨리려다 변을 당할 뻔 했다는 ‘남근바위’, ‘탕건바위’, ‘자살바위’ 등이 시야를 꽉 채운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울산광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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