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신세계] 이어 함영준[*오뚜기] 회장까지 '제2의키다리아저씨' 등극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위력? 유통 오너들의 통큰 결단?'을 두고 업계의 공방이 뜨겁다.
백 대표가 출연하는 방송프로그램에서 유통 오너에게 전화를 걸면 엄청난 양의 상품 판매 결정으로 이루어지면서 해당 농가가 도움을 받는 모습이 브라운관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갓뚜기’로 불리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백 대표의 도움 요청을 받아들여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백 대표의 요청에 사들인 고구마와 감자를 완판시켰다. 함 회장과 정 부회장은 쉽지 않은 결정임에도 통쾌하게 받아들여 기업 이미지는 물론 개인이미지 상승 효과를 누렸고, 그들을 현실판  '제2의키다리아저씨'로 등극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오뚜기 다시마 2장 넣은 오동통면 한정판 출시
 정용진표 못난이감자, 왕고구마 연이어 완판 행진


6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완도 다시마 2장이 들어간 '오동통면' 한정판을 출시할 예정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농가 키다리 아저씨'로 지목한 데 대한 화답이다.

백 대표는 완도의 한 농가에 2년 동안 쌓인 다시마 재고가 무려 2000톤(t)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다. 다시마를 넣어 깊은 육수 맛을 낸 칼국수 레시피도 개발했지만, 지구 반 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의 양을 소진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자 백 대표는 “라면 회사에서만 다시마를 한 장씩 더 넣어줘도 엄청날 텐데”라고 말하더니, “생각난 김에 한 번 해보자”라면서 곧장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백 대표는 “선배님, 다시마 2000t이 남아있다. 라면 회사에서만 다시마를 한 장씩 더 넣어줘도 엄청날 텐데, 생각난 김에 한 번 해보자”고 부탁했다.

농가에 힘 실어…농산물 판매도 장려

사정을 들은 전화 상대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었다. 함 회장은 “어, 우리가 지금 다시마 들어간 게 있는데...”라고 난감해 하는 듯 했으나 곧이어 “우리가 지금 다시마 들어간 게 있는데 2장 정도 넣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나겠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화려한 콜라보’라는 자막도 향후 공개될 ‘백종원X오뚜기’표 상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 오뚜기는 '오동통면'에 전남 완도산 다시마를 사용하고 있다. 기존엔 다시마 1장을 사용했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 2장씩 넣어 농산물 재고 소진에 힘을 더한다는 방침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이른 시일내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전남 완도 다시마 2장을 넣은 오동통면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소비자 분들의 반응을 지켜본 뒤 추후 출시를 이어갈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백 대표의 요청으로 해남 왕고구마 300t을 매입해 판매했다. 애초 450톤의 요청을 받았지만 방송 촬영 이후 농가 자체적으로 판로를 개척해 소진한 뒤 남은 물량 약 200톤과 인근에서 수급한 물량, 이마트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던 물량 등을 합한 수량이다.

당시 맛남의 광장에 출연한 백종원 대표가 정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에 내려와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들을 잘 알려서 소비 촉진을 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며 30톤 정도 되는 감자를 구매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제가 한번 힘써보겠다”며 “못난이 감자를 고객들한테 잘 알려서 제값 받고 팔 수 있게끔 노력해보겠다”고 말했고 못난이 감자는 이틀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 판로 지원을 위해 이마트뿐 아니라 SSG닷컴과 이마트에브리데이, 신세계TV쇼핑, 신세계푸드 등 5개사가 동참했다.

정 부회장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왕고구마 상품 사진과 고구마 요리 사진을 잇따라 올리며 홍보에 한몫했다.

못난이 왕고구마가 인기를 끌면서 이마트에서는 23∼28일 고구마류 매출이 전년 대비 218.7%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양미리와 못난이 감자를 대량 매입해 판매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감자류 구매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감자를 포함한 알뿌리 식물(구근류)의 판매는 44.4% 신장했다.

백 대표와 정 부회장 간 통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강릉 양미리와 보조개 사과 등 해당 방송에서 다뤄진 상품들 역시 주목을 받았다.

작년 12월 6일부터 12일까지 강릉 양미리를 마리당 250원에 판매한 결과 매출이 815% 늘었다. 12월이 제철인 양미리는 기존에도 이마트가 판매해온 상품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송을 통해 알려지며 소비자들에게 재조명됐다.

보조개 사과 역시 지난 3월 19일 행사 첫날 하루 만에 35톤이 판매됐고 사과 매출도 41.6% 늘었다.

김갑곤 이마트 채소 바이어는 “과거 명절 전감 제수용 대과 고구마를 판매한 적은 있었지만 못난이 대과 고구마를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에도 계약재배 농가를 통해 매입한 못난이 고구마를 판매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 앞장 
 
백원 대표와 정 부회장의 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7일 농산물 비규격품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파프리카·딸기·포도·버섯 등 4개 품목 생산자 대표 수출회사, 가공 및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 업체 등 11개 사가 참여하는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각 못난이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수출상품 개발 및 기획, 해외 구매자 발굴 및 수출 대행 등을 담당하기로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용진 부회장이) 감자, 고구마 요리도 직접해서 먹어보고 판매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소비자들과 거리감을 좁히는 모습에 호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들도 “긍정적 영향을주시는 백대표님도 멋있고..쿨하게 받아주시고 함께하는 오뚜기도 멋지네”, 티비프로그램이지만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백 대표와 대기업이 힘을 합쳐서 어려운 농가도 도와주고 좋은 상품도 만들어내는것 같아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 동안 사회적으로 재벌 오너가와 관련된 부정적인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면서 일반인들의 인식이 많이 안좋았던 게 사실"이라며 "정 부회장이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적극 실천하는 모습 덕분에 재벌에 대한 이미지 개선 효과가 어느 정도 생긴 듯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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