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지 못했던 코타키나발루- 두번째 이야기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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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프리랜서 박은하  기자] 가깝지만 잘 몰랐던 그곳. 인천에서 직항으로 4시간 반이면 마주할 수 있는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말레이시아 반도의 동쪽, 보르네오섬 사바주의 주도이다. 다문화가 오랫동안 정착하여 사바주 원주민을 비롯한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등 여러 인종과 문화가 한데 어울려 살며 그야말로 멜팅팟(Melting Pot)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코타키나발루 하면 생각나는 건 하얀 모래사장에 맑은 물의 해변과 스노클링이 전부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코타키나발루를 벗어나 사바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드벤처 여행의 다양한 매력을 느꼈다. 그것도 11개의 국가에서 온 35명의 다른 미디어팀과 함께! 사바의 하이라이트를 즐기러 함께 떠나보자.

자연 속에서 가슴 설레는 만남
클리아스 리버 크루즈 (Klia River Cruises)

코타키나발루에서 남쪽으로 오랫동안 달려 클리아스 습지로 향했다. 클리아스 강에서 서식하는 긴코원숭이, 반딧불이와 다른 야생 동물들을 만날 기회이기에 가장 기대되는 일정이었다. 야생 동물과 만남 외에도 여러 경험을 한 번에 할 수 있어 누구라도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이라 느꼈다. 빠르게 나아가는 배를 타고 맞는 강바람, 여러 가지 야자수를 품고 있는 습지의 녹음, 해 질 녘까지 이어진 크루즈는 아름다운 일몰도 품에 안겨주었다. 야생의 생태 여행이기에 긴코원숭이를 볼 수 있을지, 얼마나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지 등은 어느 정도 운에 맡겨야 한다. 운 좋게 우리는 원숭이 무리를 만났다. 높은 나무 위에서 축 늘어진 긴 회색 꼬리를 달고 나무 위를 배회하는 생명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먼 거리였지만 크고 긴 코가 흐물거리는 것이 확실히 긴코원숭이였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생명체를 실제로 만나는 느낌은 생각보다 더 비현실적이었다. 얼이 빠질 만큼 그들의 움직임을 바삐 살피고 있는데 긴코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과 달리 바나나와 다른 단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가이드 캐서린이 덧붙였다. 대신 나뭇잎, 씨앗, 익지 않은 과일을 주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여럿, 최대 24마리까지 거느리며 조그만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고 한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클리아스 리버 크루즈는 두 파트로 나뉜다. 도착 후 차 한 잔 즐기는 시간을 갖고, 야생 동물과 선셋을 감상할 수 있는 첫 번째 크루즈로 시작해 저녁 식사 후 캄캄해진 강을 가로질러 노란 반딧불이를 만나는 두 번째 크루즈로 마무리된다.

선장은 캄캄한 강물을 플래시 라이트 하나에 의지해서 능숙하게 반딧불이가 모여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빛 공해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 해가 지고 난 후 밤하늘은 말 그대로 별 밭이었다. 하얀 별 밭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반짝이는 노란 불빛이 날아와 배 위를 맴돌았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시선을 숲 쪽으로 돌리니 반딧불이가 뒤덮고 있는 큰 나무가 보였다. 이 광경을 본 일행들이 일제히 크리스마스트리라고 외쳤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가장 이국적이면서도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바의 전통을 느껴보자
마리마리 컬처럴 빌리지 (Mari Mari Cultural Village)

사바주를 넘어 보르네오섬의 흥미로운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목적지로 향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멀리 떨어져 깊숙한 우림에 있는 마리마리 컬처럴 빌리지에서는 보르네오섬의 다섯 개 원주민 부족의 삶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하루에 두 번 입장시간이 정해져 있다. 원주민의 후손들이 가이드가 되어 그룹을 이끌고 다섯 개 부족의 전통가옥으로 안내하고 선조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각 부족의 후손들은 그들의 선조들이 이어온 전통을 재현하여 방문객에게 자신들의 보르네오 전통과 역사를 알리고 스스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리 마리(Mari Mari)는 카드잔두순 어로 ‘오세요, 오세요’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카드잔두순, 룽구스, 룬다예, 바자우, 무룻 이렇게 5개의 비슷하면서도 독립적인 원주민 부족의 가옥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점을 나누어 보자면 카드잔두순(Kadzan-Dusun) 족은 쌀농사를 지었던 부족으로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한 주조과정을 가진 술을 제조했는데 직접 맛을 볼 수 있다. 맛도 막걸리와 비슷하다. 룽구스(Rungus) 족은 카드잔두순 족의 하위 그룹으로 기다란 한 채의 집에 여러 가구가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통 방식대로 하면 하나의 건물에 75개의 방을 나누어 썼다고 하니 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다. 현재 룽구스 족은 대부분 현대적인 말레이시아 사회로 나와 생활한다고 가이드는 덧붙였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가이드들이 펼쳐 보이는 대나무로 불붙이기, 전통 커피 만들기, 장작을 이용한 요리 방법, 문신 등을 연속해서 구경하고 체험하니 투어는 지루할 틈도 없이 꽉 찼지만 금방 끝난 느낌이 들었다. 깊은 숲속에서 문명사회와 떨어져 지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배울 수 있어 성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은 여행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와 대조되는 다양한 민족 구성을 접할 수 있어 세계관이 더 넓어진 것도 같다. 투어는 각 부족의 전통춤 공연과 간식과 티타임으로 마무리되었다. 방문객에게서 얻는 수입은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교육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발전하는 데 쓰이니 지역사회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전기 없이 살 수 없는 이 시대에 자신들의 뿌리를 지키고 후손에게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보르네오섬 원주민들의 노력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초보자에게 딱 맞는 액티비티
키울루 급류 래프팅

‘래프팅이 무서워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사람?’ 필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거센 물살에 배에서 떨어지고, 어디에 부딪히지나 않을까 미리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키울루(Kiulu) 강 래프팅을 통해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그만큼 키울루 강 래프팅은 초보자들이 시도하기에 좋은 액티비티였다. 일행 중에는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도 있었다. 비가 내리지 않아 수위가 높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과격하고 아찔한 래프팅이라기보다는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계곡 주변을 감상할 수 있던 여유로운 체험이었다. 햇살을 맞으며 수시로 바뀌는 강 옆에 펼쳐진 울창한 우림은 절로 산림욕을 하는 느낌을 준다. 중간중간 긴장감 있는 급류가 나오는데 예상보다 그 재미가 커서 다음 기회에는 한 단계 높은 래프팅에 도전해 보고 싶다. 래프팅 시간은 약 2시간이 소요된다. 노를 많이 젓기 때문에 피곤함을 덜기 위해 길목마다 가이드가 충분히 수영하고 휴식할 시간을 준다.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되기 때문에 선크림과 모자, 물은 꼭 준비해야 한다. 샤워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고, 노 젓기 운동으로 떨어진 기력은 정성스레 준비해 준 점심으로 재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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