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김수연의 수궁가-미산제’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진중한 기품과 애절함이 깃든 소리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명창 김수연의 공연이 오는 6월20일 국립극장 하늘 극장에 오른다. 공연은 인간사 ‘충(忠)’을 다룬 소리로 관객에게 지혜와 위안을 건네고파 박초월 명창으로부터 이어진 미산제 ‘ 수궁가’ 완창 무대 형태로 기획된 공연이다.

1947년 전라북도 군산 출신인 김수연 명창은 국악원에서 우연히 들려오던 민요와 판소리, 대금 소리에 매료되어 자연스럽게 이끌려 판소리를 배웠다고 전해진다. 그후 박초월과 성우향 명창에 사사해 소리 공부에 매진해오면서 1978년 남원 춘향제 명창대회 장원을 차지하기도 했다. 1989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 1992년 KBS국악대경연 대상 등 최고의 권위의 판소리 대회에서 연이어 수상하면서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1995년부터 2008년 까지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에 재직하면서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열정을 부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 5호 판소리 ‘춘향가’ 전수교육조교이자 세종제 춘향가 보존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수연 명창은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겸임교수를 역임하면서 판소리 전수와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유일하게 우화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판소리 ‘수궁가’는 수궁과 육지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토끼와 별주부 자라의 이야기를 다룬다. 동물의 눈을 빌려 강자와 약자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재치 있게 그려낸 ‘수궁가’에는 풍자적인 요소를 가미해 해학적인 분위기로 무대를 이끈다. 김수연 명창이 6월 완창판소리에서 부를 ‘수궁가’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유성준-정광수-박초월로 이어진 소리다. 박초월 명창의 호를 딴 미산제 ‘수궁가’에는 서민적인 정서와 자연스러운 소리가 특히 잘 녹아 있다. 본래 동편제 소리이지만 서편제의 계면성이 조화를 이루었으며, 상하청을 넘나드는 음과 화려한 추임새가 돋보인다. 미산 박초월 명창의 소리 전통을 계승한 김수연 명창의 완창판소리 무대는 미산제 ‘수궁가’의 멋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감정이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껄껄한 음색의 쉰 목소리가 주가되는 곰삭은 수리성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소리꾼인 김수연 명창은 “수궁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인간사 충(忠)을 다룬 귀한 소리다. 우리 삶에 지혜와 위안을 건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완창 무대에 서려 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고수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 김청만 명고, 제20회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조용복이 함께한다. 또한 김세종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한국음악전공 책임교수가 해설·사회를 맡아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 시작된 이래, 성창순·박송희·성우향·남해성·송순섭 등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올랐던 무대다. 판소리 한 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무대로 전통에 대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고 있는 최고의 소리꾼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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