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은 청정한 자연이 숨 쉬는 강원도양구

청정자연이 시작되는 민통선 두타연 ‘개천절 걷기대회’
세계적인 화가 박수근의 예술혼이 담긴 ‘박수근미술관’
배스낚시를 즐길 수 있어 낚시인들 선호 ‘파로호 낚시터’
경관이 수려해 마을관리휴양지로 개발·운영 ‘수려광치계곡’


서울에서 170여 km의 그리 멀지 않은 거리지만, 호수와 산에 둘러싸여 3시간 30분을 차로 달려야 도착하는 먼 여로의 양구. 하지만 그 장벽들을 넘어서 우리를 양구까지 이끄는 아주 특별한 매력들이 있다.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 화가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을 박수근 화백(1914~1965년)의 생가 터에 마련된 박수근미술관은 군인도시 양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 가장 큰 변화였다. 그리고 이제 막 개방되기 시작한 민통선 안의 두타연 생태관광코스도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색다른 여행이다. 지뢰가 확실하게 제거된 몇몇 곳에서는 차에서 내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맑은 공기를 한숨 가득 들이마신다. 높은 가을산과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이보다 더 청정한 공기가 또 있을까….

강원도 양구는 4만 9천명 전체 인구 중, 절반인 2만 5천이 군인이고, 섬을 제외한 내륙에서 이보다 작은 군이 없다는 단촐한 규모.
하지만 특별하게 내세울만한 대표적인 관광지의 부재. 박수근미술관은 군인도시 양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 가장 큰 변화였다. 판화, 유화 등 박수근의 미술 작품들과 더불어 손때 묻은 스크랩북 등을 관람하노라면 대화가의 미술행로를 정리해보며 그 예술의 근간이 되는 자연과 인간의 순수함을 되새겨볼 수 있다.
또한 길 양옆으로 ‘지뢰’라는 선명한 표지가 걸린 철조망을 따라 한반도의 그 어느 곳 보다 훼손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민통선 두타연 생태관광코스

1년에 딱 한차례, 개천절 걷기대회에서만 개방되던 민통선 안의 두타연지역이 지난 7월부터 일반에게 개방되기 시작한 이후로 그동안 약 7백여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갔다. 이 코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일전, 양구군청에 참가신청을 하고, 참가자의 주민번호, 차량번호 등을 알려야 하며, 참가자의 차량에 안내자(문화유산해설사)가 동승하여 진행된다. 민간인 통제구역 안으로의 여행이기에 이 정도의 수고는 당연한듯 보이는 이 생태관광에는 약 3시간 30분~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양구군청에서 13번 국도로 북쪽을 향하여 약 40분 정도를 달리면 비아리의 군 초소가 길을 막는다. 여기서부터는 군부대 관련자들만이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미리 신청한 명단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후 비포장도로로 두타연 지역의 청정자연이 시작된다. 중간중간 통과하게 되는 거대한 시멘트덩이 전차방어벽은 민통선 안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데, 31번 국도가 9번 지방도로로 갈라지는 곳에서 처음으로 차가 멈춘다. 관광코스는 9번 도로로 이어지는데, 31번을 쭈욱 따라 올라가면 금강산에 닿게 된다.
첫 휴식지에서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만들어낸 시원한 계곡을 만나게 된다. 옥색 빛깔이 영롱한 계곡물은 그대로 길을 따라 시종일관 흘러가 두번째 휴식지인 6·25 전우 위령비를 거쳐 세번째 휴식지인 두타연에 이르면 그 절정을 이룬다. 계곡물이 좁은 여울목을 격렬하게 통과하여 둥그스름한 연못 형상의 아랫목으로 떨어지는 이곳 두타연에서는 통쾌한 시원함이 여행객들을 사로잡는다. 더불어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옥빛 계곡은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다. 마지막 휴식지에 이르면 계곡물은 호수처럼 잔잔하게 흐르고 넓은 조약돌밭에서는 준비한 도시락을 먹거나 계곡물에 발을 담가보는 여유를 부려볼 수 있다.

길을 달리는 동안에 다람쥐 등은 예사로 보이고, 운이 좋으면 산양이나 산돼지 등도 목격할 수 있다. 두타연의 짧은 산책로를 걷는 동안에는 길 위로 수북히 쌓인 도토리가 발끝에 채이고, 철조망 옆으로 자라는 산머루를 따먹다보면 두메산속보다 생태계가 더욱 잘 보존된 곳이 바로 이곳이란 사실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세계적인 화가 ‘박수근미술관’

자신의 그림에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표현코자 했던 화가 박수근. 고흐 같은 광기나 피카소의 혁명성보다는 밀레처럼 진솔하고 선량한 시선으로 인생을 들여다본 그는 우리시대 한국미술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한다. 박수근미술관에서 만나게 되는 그의 작품들은 ‘앉아있는 두 남자’를 비롯한 유화 2점, ‘나무와 두 여인’, ‘탑돌이’ 등의 판화 그리고 스케치화 등이다. 워낙 비싼 가격으로 인해 단 두점에 불과한 유화 소장품에 아쉬움이 크지만, 자녀들을 위해 그려준 동화책이나 틈틈히 그려 모았을 스크랩북 등을 대하다보면 대작보다 더한 감동이 느껴진다. 일생을 가난하게 살았던 그가 손수 오려서 모았을 르느와르, 밀레 등의 대가들의 작품 스크랩북이나 지인에게 보냈던 편지 등을 관람하다보면 사진 속의 그가 성큼 걸어나온 듯 대화가의 채취가 물씬하다.
돌을 쌓아올린 박물관의 외관은 박수근의 유화작품 속에서 울퉁불퉁한 화강암 느낌을 주던 마띠에르 기법을 표현하고 있으며, 반원형의 박물관 건물과 마주보고 있는 조그만 뒷동산 사이에 박수근 동상이 자리한다. 스케치북을 옆에 두고 다감한 표정으로 박물관을 바라보고 있는 동상을 지나 뒷동산 위의 전망대까지 짧은 산책을 하는 동안 그의 예술인생에 대해 조용히 음미해볼 수 있다.

낚시의 유명세 ‘파로호 낚시터’

청정 1급수의 파로호에는 붕어, 잉어를 비롯한 각종 담수어가 풍부한데, 물이 깨끗하다보니 고기들도 힘이 세고, 맛이 좋아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꼭 한번 가봐야 될 낚시터로 꼽힌다. 파로호와 인접한 월명리 지역은 경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낚시인들이 선호하는 배스낚시를 즐길 수 있어 유명하다. 이 지역 낚시의 유명세를 이끌어온 월명낚시터에서는 파로호 호반 위에 떠 있는 좌대를 갖추고 있고 호수를 마주하고 여러 채의 민박 시설이 들어서 있다. 평화의 댐이 완공되는 12월 이후에는 저수량이 늘어나 어류 량 뿐 아니라 경치도 더 좋아질 전망이다. 기자가 취재하는 동안에도 수달을 목격할 정도로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아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유명인들도 상당하다.

계곡 깊고 수량 많은 ‘수려광치계곡’

광치검문소 위쪽으로 왼쪽 구도로를 따라 나타나는 계곡을 광치계곡이라고 하는데 대암산으로 이어져 계곡이 깊고 수량이 많아 경관이 수려하여 마을관리휴양지로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민박집이 있어 숙박이 가능할 뿐 아니라 관광농원도 있고 잉어, 송어를 이용한 민물회와 매운탕도 맛볼 수 있다.
여름에는 지역주민은 물론, 외지에서도 가족단위로 몰려와 피서를 즐기는 인파가 골짜기를 가득 메우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ㆍ양구군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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