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폴리’로 소문난통영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설렘이 있는 곳
유명 조각 작품 감상, 통영대교 야경도 일품
해안도로 타고 내달리며 다도해 풍취 만끽
풍부한 먹거리와 충무공 이순신의 얼이 담긴 곳


경상남도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할 만큼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도심의 색채가 사뭇 이국적이기도 하다. 섬과 섬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한려수도의 미려한 절경이 펼쳐진 가운데 이곳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앙증맞은 오렌지색의 지붕들과 에메랄드빛 하늘, 그리고 쪽빛 바다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빚어내는 이국적인 풍광은 그 누구라도 서정적인 감흥에 젖어들기 십상. 가히 ‘한국의 나폴리’라 할 만하다. 음악가 윤이상, 소설가 박경리, 시인 유치환, 화가 전혁림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나고 자라 예술의 정열을 맘껏 퍼부을 수 있었던 것도 통영의 이 아름다운 풍경 덕분이 아니었을까.

한려수도의 거점답게 통영은 이국적 풍경이 펼쳐지는 동경의 장소. 이곳저곳에 150 여개의 작은 섬들을 심어놓은 해양도시다. 대전~ 진주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한층 가까워졌다고는 하나 서울에서 통영까지 고속버스로 5 시간 남짓 걸리니 사실상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다.
하나 통영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평생에 한 번쯤은 그 이국적 풍경의 별천지를 탐닉하고 싶어 하는 동경의 장소임에는 틀림없으리라.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해저터널

통영을 방문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은 해저터널이다. 말 그대로 바다 밑으로 땅을 파서 굴을 뚫은 것으로 이 해저터널은 일제에 의해서 1927년에 착공하여 1932년 만들어진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이다. 그러나 해저터널이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고기떼들이 훤히 보이도록 만들어진 해양수족관처럼 거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그 마음을 우선 접자.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주 평범하게 콘크리트로 된 터널에 불과하기에 크게 실망하고 돌아가는 관광객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이 평범한 터널이 왜 이처럼 관광명소로 유명해졌냐를 따져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일본인들이 왜 그토록 많은 경비와 시간, 인력을 동원해서 해저 터널을 건설했는지에 대해 안다면 그리 실망할 것도 없을 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바로 이곳에서 왜군 수천명을 물리쳤다는 얘기가 있기도 하지만, 동양 최초의 터널이라는 점과 이 건축물을 통해 일제식민지하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는데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각설하고, 터널 입구 양 옆에는 용문달양(龍門達陽)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데 이 뜻은 “용문 (물살이 센 여울목으로 잉어가 여기를 거슬러 오르면 용이 된다고 하는 중국고사)을 거쳐 산양(山陽)에 통하다”라는 뜻. 여기서 말하는 산양은 바로 미륵도이다. 눈을 감고 해저터널을 통과해보자. 정말로 바닷 속, 그 한가운데를 걷는 듯한 묘한 착각에 빠질테니.

남망산 조각공원과 미륵산의 자태

통영 8경에도 들어가는 남망산 공원과 통영대교를 들여다보자. 일단 남망산 공원은 시내 중심에 있어 통영 주민은 물론 통영에 여행 온 객까지도 아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이 야외 조각 공원은 세계 유명 조각가 15명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바다와 육지가 조화된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한 작품마다 예술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미지의 세계를 향한 희망과 안식감을 일깨워 준다.

또한 아름다운 남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임으로써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예술적 자극과 상상력, 넓고 확 트인 공간이 주는 시원함은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라 조각 작품마다 문화의 향기가 가득 느껴진다.

특히 공원의 정상 수향정에 올라서면 한려수도의 절경은 물론 미륵산의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지척으로 다가오는 통영 대교와 통영항의 야경도 또한 놓칠 수 없다. 바다를 가로 지르는 통영운하위에 세워진 통영대교는 밤바다에 반사되는 196개의 푸른 계열 조명이 연출하는 럭비공 형태의 무수한 색상의 잔치는 보는 이들을 황홀경으로 이끌어 새로운 야간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대교의 화려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주변에 즐비하게 늘어 서 있는 횟집에서 통영 대교를 바라보며 싱싱한 회를 맛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눈과 입이 함께 유쾌해지니 이것이 바로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니겠는가?

한려수도 최고의 장관 ‘달아공원 일몰’

예로부터 이곳은 다도 남해와 낙조의 빼어난 조망처로 유명하여 특히 여름철이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통영시에는 이곳의 주변을 정비하여 주차장, 화장실, 매점 등 관광 편의시설을 갖추고 1997년 1월 21일, 네모 기와지붕의 정자 ‘관해정’을 짓고 4월 5일에 현판식을 하면서 주변에 10년생 동백 1,000그루를 심어 자연과 인공이 조화되는 ‘경승 1번지’로 가꾸고 있다. 통영 시내에서 산양관광도로를 일주할 때, 이곳이 중간 지점이라 낭만적인 해변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잠시 들러 쉬면서 바다의 참맛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통영 미륵도의 산양 해안 일주 도로를 따라 해안 경치를 즐기며 달리다 보면 섬 남단의 끄트머리쯤에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있다. 바로 달아공원이다. ‘달아’(達牙)는 이곳 생김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요즘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단다.
달아 공원은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지는 바다풍경이 장관을 이뤄 산양관광도로를 일주하다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공원 입구 도로변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대고 5분 정도 완만하게 닦인 공원길을 올라가면 관해정(觀海亭)이 나온다. 정자 그늘 아래 앉아 여유롭게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관해정을 비껴 바다쪽으로 조금 더 나가면 그야말로 땅끝에 선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이름을 갖지 못한 작은 바위섬에서부터 대·소장재도, 저도, 송도, 학림도, 곤리도, 연대도, 만지도, 오곡도, 추도 그리고 멀리 욕지열도까지 수십 개의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다도해 풍경을 한폭의 그림으로 감상하는 순간이다. 섬이름을 안내하는 대형 지도가 한쪽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실제 섬과 이름을 짝지어 가며 보는 재미도 있다. 달아라는 이름은 지형이 코끼리의 아래위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전망 좋은 이곳의 특성상 지금은 달 보기에 좋은 곳이라는 쉬운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영 사람들은 보통 ‘달애’라고도 부른다.

특히 바위섬에서 돋아나는 석양은 입맞춤을 하고 싶을 정도로 황홀하다. 이래서 이곳에서의 일몰이 한려수도 가운데 최고의 장관으로 꼽히는가 보다. 시야 가득 펼쳐지는 붉은 풍광은 마치 파노라마를 보는 듯하다.

환상적인 섬들의 별천지

아름다운 풍광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미륵산 중턱 용화사까지 차를 몰고 올라간다. 미륵산 등반을 위해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른손에는 생수한통, 또 다른 손에는 충무김밥 한 통 들고 피크닉을 떠난다는 생각으로 산을 오른다. 미륵도 중앙에 자리한 해발 461m의 위풍당당한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빼어난 절경과 한산대첩의 현장, 통영 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일정에 없던 등반을 나선 것.

미륵산 숲 속 넓은 흙길에는 잔돌들이 박혀 있는데, 등산로의 흙은 흡사 체로 친 듯 곱고 잘 다져져서 걷기에 편하다. 널찍한 길을 따라 관음사로 오른다. 관음사는 대숲을 두르고 청기와를 얹은 품새가 중후하다. 산새의 지저귐과 대숲의 소리를 들으며 한 시간 정도 오르니 ‘미륵산 정상 0.8km, 용화사 광장 1.1km’라 쓰인 안내판이 보인다.
나무 그늘도 있고 앉아 쉴 만한 바윗덩이들도 놓여 있으니 목도 축이고 다리도 심심(深深)히 위로해 주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작은 돌무지 옆으로 나 있는데 지금껏 걸었던 등산로와는 차원이 완전 다르다.

바위가 많이 깔려 있고 숲 그늘이 드리운 능선길로, 어떤 곳은 아주 위험하게 가파른 바위 지대인데다 균형을 잡기가 까다로우니 디딜 때 조심하도록! 경사가 아주 심한 곳은 스테인리스 계단이 놓여 있다. 드디어 바위지대인 미륵산 정상에 도착.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정상에는 돌탑과 태극기가 세워져 있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에 ‘기쁨의 환호성’이 있다.

과연 정상에 서니 통영 앞바다가 왜 ‘다도해’인지 알 수 있었다. 한려수도 중심부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섬과 섬이 어우려져 만들어내는 풍광에 숨이 탁 막힌다. 여기도 섬, 저기도 섬… 온통 섬들의 별천지다. 저 멀리 까마득히 대마도까지 보인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ㆍ통영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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