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산을 부둥켜안고 용틀임을 하는 듯한 특이한 지형의 회룡포는 한 삽만 뜨면 섬이 되어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물돌이 마을로서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은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인근 비룡산에는 숲속 등산로와 원산성, 봉수대 등 역사적 정취가 숨 쉬는 자연공원으로 산책과 등산코스로 적합하다. 올 여름 여행은 맑은 물과 푸른 산이 어우러진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로 떠나보자.

한 폭 수채화 ‘가을동화’ 속으로 떠나다

예천은 유명 여행지라 할 수 있는 안동과 문경 사이에 자리한 곳으로, 이렇다 할 여행지는 없는 곳이다. 그러나 회룡대에 올라 내려다보는 회룡포의 정경은 아주 멋지다. 우리나라에 많은 사행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천혜 자연경관에 여행 즐거움 만끽

물돌이동인 회룡포 지형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과 신선함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큰 산에 가로 막혀 비상하는 용처럼 휘감아 돌며 빠져 나가는 특이한 지형의 회룡포는 한반도 최고의 물도리 마을로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350도 굽이 돌아치며 터진 물길 위에 누가 조그마한 땅 한 자락을 옮겨 심었나. 모래 한 삽만 뜨면 섬이 되고, 한 삽만 퍼다 옮겨놓으면 뭍이 되는 아슬아슬한 육지 속의 섬이다. 겨우 발바닥 한쪽만을 걸치고 뭍을 향한 그리움을 토해내는 ‘꼬리달린 섬’ 회룡포 마을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현대 문명도 그리고 세월도 휘감기는 물길 안에 고인 채 오랜 세월 발효되고 있었다. 발효된 것은 유독 그것만이 아니다. 강이 산을 부둥켜안고 용틀임하는 회룡포에서 만고의 시간을 함께한 그들만의 끈끈한 정(情)이 녹아 물길과 함께 굽이친다.

물이 돌아 나간 정도를 굳이 비교하자면 안동 하회마을은 마치 버선발과 같고, 회룡포는 금방이라도 똑 떨어질 것 같은 호박형국이라 한다. 아슬아슬한 물돌이동의 최고는 단연 회룡포 마을.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앞을 흐르는 내성천은 큰 용이 물길을 가로막아 마을을 휘어감고 돌아 승천하는 모양을 하고 있고, 주변의 비룡산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이곳을 찾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런 빼어난 경관으로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솔향기 가득한 ‘비룡산 전망대’

회룡포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비룡산.
회룡포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려면 곧장 회룡포로 들어가지 말고 비룡산 장안사가 있는 회룡대에 올라가서 마을을 내려다보아야한다. 솔향기 가득한 비룡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장안사는 고려의 문인이규보 선생이 이 절에 머무르며 글을 짓기도 한 유서 깊은 도량이다.

장안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분 정도 걸어가면 이 장안사가 나오는데 장안사 뒤편으로 이어지는 트레킹코스는 땀을 훔치며 걸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신선하고 아름답다. 특히 이 등산로를 걸으면 연인에게는 사랑이, 가족 간에는 화목이 더해진다고 하니 주위를 찬찬히 감상하면서 편안히 걷는 게 좋다. 가다보면 곳곳에 장안사의 주지 지정 스님이 오가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돌담에 걸어 놓은 향가도 눈여겨보도록!

정상에는 회룡포를 굽어볼 수 있도록 전망대까지 마련되어 있다. 전망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회룡교를 건너 곧바로 우회전해 산길을 넘으면 장안사로 들어가게 된다. 장안사 절을 끼고 산으로 240m를 올라가면 약수터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산길이 나 있는데, 10분 정도 더 걸어 오르면 산 중턱에 팔각정 전망대인 회룡대가 보인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이를 기리기 위해 전국 명산 세 곳에 장안사를 세웠는데, 위로는 금강산, 아래로는 양산, 중간이 이곳 비룡산이다. 이곳은 물돌이동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전망대로, 회룡포 마을의 절경이,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 사진 한 컷에 담겨진다.

금빛으로 빛나는 모래밭, 태양의 힘을 흠뻑 받아 푸르게 물든 들녘, 그리고 옥빛 내성천 강줄기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조화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마치 어안 렌즈를 들이댄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은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절경이다.

구멍이 숭숭, 삐걱삐걱 뿅뿅 다리’

회룡교에서 장안사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직진하면 작은 마을 하나를 지나서 강변에 이른다. 건너편이 회룡마을이다. 회룡대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전경도 빼어나지만 물돌이동 안에 자리한 회룡포 마을을 직접 둘러 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

회룡포 마을로 들어가려면 구룡교를 지나 회룡대를 향해 우회전했던 대신 좌회전하여 도로끝 지점에 있는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민들이 뿅뿅다리 또는 아르방다리로 부르는 철판다리를 건너는 것은 필수 코스다. 이 다리는 거친 모래사장이 드러난 내성천 한 편에 구멍이 숭숭 뚫린 녹슨 강판을 잇대어 만든 다리인데 KBS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이 되면서 몇 해 전부터 유명한 여행코스가 되었다. 회룡포는 준서와 은서가 통학할 때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호젓한 이 마을에 다리가 없어 나룻배가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하나 대개 1m 남짓의 얕은 수심이라 큰 비로 인해 물이 많이 불어날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 무리 없이 건널 수 있다. 아름다운 경관의 회룡포로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가을동화 속 준서, 은서가 되어 다리에 앉아 발장구를 쳐보며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어도 좋다. 여벌의 옷이 준비되어 있다면 강물에 풍덩 빠져보는 건 어떨까 싶다.

뿅뿅 다리 말고도 주위의 풍광에 넋을 잃어 다음 코스로 떠나기가 어려울 정도이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텐트를 치고 멋진 휴가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금모래 빛이 반짝 반짝, 야트막한 산이 푸른 강에 비치니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의 배경이 어쩌면 이곳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경주김씨 집안 지켜온 섬,‘회룡포’

회룡포 마을은 5만 6천여평의 좁은 땅으로 9가구 20명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형적인 영남의 강변마을. 이곳 주민들은 주로 벼농사와 고추농사로 생계를 잇는다.
회룡포는 원래 ‘옳을 의’, ‘재성’, ‘개울 포’를 써서 ‘의성포’라고 하는데 여기 개울이 성 같이 쌓여 있다고 해서 ‘의성포’라고 불렀다는 설과 처음 인적이 들어선 것이 약 150여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때 경주 김씨가 1백리 밖 의성에서 건너와 의성포로 불렸다는 설이 있는데 그 중에 후자가 가장 유력하다.

현재는 물돌이동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여행 오는 사람들이 간혹 의성에 있는 마을의 하나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 예천군청의 주도로 ‘회룡포’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대대로 경주 김씨 집안 사람들만 살고 있는 집성촌이다.

회룡포 마을. 그 섬은 실로 약한 곳을 파고드는 물의 속성이 빚어낸 땅의 별난 형성일 뿐이지만 낯선 이방인들의 눈에는 보기 드문 절경으로 와 닿아 평생 잊지 못할 한 점의 그림으로 남을 것이다.

부와 장수의 상징, 세금 내는 석송령

“나무가 세금을 낸다고?” 놀랄 필요가 없다. 예천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각각 세금을 내는데 그 부자나무가 바로 감천면에 있는 석송령과 용궁면의 황목근이다. 그 중에서도 석송령은 천연기념물 294호로 지정되어 부귀, 장수, 상록을 상징하는 600여년이 넘은 반송이다. 1972년 당시 이 마을에 살던 ‘이수목’ 이란 사람이 영험 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석송령이라는 이름을 짓고 자기 소유 토지 6,600㎡를 상속 등기해주어 이때부터 이 나무는 수목으로서는 토지를 가진 부자나무가 되었고, 매년 8,850원 정도의 세금을 내고 있다고 한다. 어디 이 뿐인가. 석송령은 1985년에는 새마을사업을 잘한다고 하여 대통령이 준 500만원으로 이 나무의 이름을 따서 장학회를 조직하여 고향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장학금도 주고 있다고 하니 웬만한 사람보다 나은 나무라 할 수 있겠다.

회룡포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500년된 황목근은 팽나무과로 천연기념물 제 400호로 지정되어 있다. 팽나무가 5월에 황색꽃을 피운다하여 황이란 성과 목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현재 황목근은 1만2,046㎡ (3,700평)를 소유하여 연간 1 만원의 세금을 내고 있다. 금원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목으로 신성시되고 있으며 매년 정월 대보름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ㆍ예천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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