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 주산지
주왕산, 달기약수 등 천혜 관광지와 풍부한 먹거리


쨍쨍 내리쬐는 뙤약볕 속에 여름이 한창이다. 신록이 녹음으로 바뀌어가면서 나무그늘 아래 쉴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는 물과 시원한 바람이 있기를 원한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가족과 함께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주왕산의 숲과 자연 생태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경북 청송을 소개한다. 청송의 주왕산에는 계곡과 휴양림, 문화재, 동ㆍ식물, 약수터가 있다. 특히 주왕산의 관광명소인 주산지는 잔잔한 연못 위에 거대한 거울을 비춘 듯 하늘을 향해 꼿꼿이 가지를 펴고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왕버드나무들과 맑은 공기로 지친 일상과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이다. 굽이굽이 볼거리가 많아 쉬엄쉬엄 돌아보면 자연의 멋을 품에 안고 돌아가는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아담한 이 호수가 주왕산 연봉에서 뻗친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이 한적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라 잠시나마 속세를 잊고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인들 주산지가 있는 청송으로의 여행이 지루하겠느냐마는 이상스럽게도 주산지의 여름의 빛은 쉬 지워지지 않는 묘한 마력 같은 것이 있다.

신비함이 깃든 ‘보물 같은 연못’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적막하기 그지없는 깊은 주왕산 뒤켠에 위치한 주산지는 몇 해 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가 촬영되어 현실 세계가 아닌듯한 아름다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계곡 안쪽에 높이 솟구친 ‘별바위’에 가을 단풍이 들 때면 옛날에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과 함께 파란 하늘을 담고 있는 주산지의 경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 낼 정도다.

마치 물 위에 나무 섬이 점점이 떠 있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주산지의 풍광은 경외심이 들 정도로 일품이다. 주산지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왕버드나무. 이곳 버드나무가 여타의 버드나무와는 다른 점은 하늘을 향해 꼿꼿이 가지를 뻗치고 있으면서 물속에서는 강한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다는 것. 왕버드나무는 가지가 굵고 튼튼하며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30여종의 버드나무 가운데 왕으로 꼽힌다. 왕버드나무란 이름을 얻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가만히 얼굴을 수면 위에 비춰본다. 수면 위, 그리고 물 속 깊숙이 마치 쌍둥이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선명하게 모습이 투영된다. 신비스러운, 아니 오히려 소름이 돋을 만큼 신령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연못만 볼거리가 아니다. 주산지 북쪽 둘레에 산책로도 있는데 굴참나무, 굴피나무, 망개나무 잎 등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특이한 종류의 나무도 함께 볼 수 있어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다. 물론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기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매력만점. 한 번 들어오면 다시는 돌아가기 싫은 별천지에 온 것 마냥 고요하면서도 아늑한 분위에, 떠나온 속세의 묵은 때를 씻고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 바로 주산지다.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진 것처럼 힘든 무게감으로 누르던 그깟 고민거리쯤이야 고목나무 뿌리 따라서 깊이 묻어버리고 오자.

주왕산의 보물 ‘기암절벽’과 ‘폭포’

신비로운 주산지를 품고 있는 주왕산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서있고, 멋진 폭포들을 한 아름 품고 있어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인지 주왕산엔 일년내내 관광객이 붐빈다. 혹 등산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왕산 산행에서는 마음을 놓아도 좋다. 돌 사이로 거의 평지와 같이 이어지기 때문. 주왕산 산행은 상의 매표소가 있는 대전사에서 내원마을에 이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길도 가파르지 않고 왕복 4시간여 정도면 충분,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좋아 가족 산행에 그만이다. 주왕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기암이다. 깃발바위라고도 하는데 옛날 주왕이 이 바위에 깃발을 꽂아 병사가 많아보이게 위장을 했다고 전해진다. 정상에는 70여 평의 평지가 있고 노송 몇 그루가 서 있다. 또한 경사 90도의 가파른 절벽인 학소대와 마주한 병풍바위를 한 폭에 담은 그림은 한국자연의 100경에 선정될 만큼 경관이 수려하다.

학소대를 조금 지나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폭포가 보인다. 주왕산은 3 개의 큰 폭포를 지니고 있는데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제 1폭포의 주위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물보라 속에서 오색 무지개가 어려 당장이라도 선녀가 내려올 듯하다. 소(沼)안에는 물고기 떼가 놀고 있고 바위 틈새에는 야생식물이 자란다. 제 1폭포에서 2km 거리에 제 2폭포가 있는데 가녀린 물줄기로 여성스럽다. 제 2폭포에서 약 1km거리에 제 3폭포가 있는데 2단 폭포로 세 개의 폭포 중에서 가장 강렬한 힘을 가졌다. 그 힘에 커다란 소가 만들어졌고 그 소의 옆구리 바위까지 패였다. 제 3폭포에서 깊숙이 들어가면 전기 없는 내원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은 가을 단풍이 무척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폭포 외에도 절골계곡 등 정겹고 아름다운 계곡들이 속속 숨겨져 있는 주왕산의 속살은 그야말로 알차다.

“달기약수와 닭백숙” 삼복더위 끝

좋은 경치엔 좋은 음식이 뒤따르는 것도 인지상정. 주왕산에 올랐다면 달기약수탕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청송읍에서 동쪽으로 3km거리에 있는 달기약수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조선 철종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마을 사람들과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 오르는 약수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물을 먹어보았더니 트림이 나오고 속이 편안하여 그 후 즐겨마셨다고 한다. 약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솟아나는 양에 변함이 없고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으며 빛과 냄새가 없다. 맛은 설탕을 제거한 사이다 맛과 비슷하고, 약수로 밥을 지으면 밥이 푸른색을 띠며 찰기가 있다고 한다. 약수 속에 탄산 철 성분이 포함돼있기 때문. 위장병, 신경통, 빈혈 등에 좋기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이곳 약수탕을 찾는다.

달기약수탕은 원탕, 중탕, 상탕으로 불리며 셋으로 나뉘어지는데 약수터를 따라서 음식점들이 몰려있다. 약수 한사발 들이켠 다음, 좋은 약수로 만든 닭백숙도 만나보고 가는 것이 주왕산 여행의 고정코스, 아니 청송에 대한 예의다. 약수 닭백숙은 철분 함량이 많은 탄산수가 닭의 지방을 제거해주어 고기 맛이 담백하고 먹기에 좋다. 일단 약수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몸에 좋은데다 백숙에 황기, 대추, 엄나무, 두충, 녹두를 넣어 닭이 알맞게 익으면 닭은 건져내 접시에 담아내고 국물에 쌀을 넣고 죽을 쑤어 식사를 겸하게 해주어 영양만점. 약수로 끓인 것이라 약간 푸른색을 띠는데 육질이 쫀득쫀득할 뿐 아니라 원기를 보충해 주어 여름철 보양식으로 일품이다. 배를 다 채우고 나면 소화도 시킬 겸, 가까이 달기 폭포를 찾는 것도 좋다. 2km에 이르는 계곡을 거쳐 폭포어귀에 접어들면 폭포 너머로 바라보이는 태행산 마루에 뜬 구름이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정경이 펼쳐지는 달기폭포의 매력도 놓치지 말자.

하늘아래 별천지 ‘절골계곡’

만약 누군가가 주왕산에서 경치 좋은 곳이 어느 곳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주왕산의 곳곳을 다녀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름 붙여져 있는 곳이 다르고 또 계절이 바뀔 때, 햇빛이 비칠 때 혹은 비 내릴 때 모습이 달라 보이는 곳이 바로 주왕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누군가가 굳이 한 번 더 묻는다면 10km에 달하는 계곡이 아름다운 ‘절골계곡’은 어떨까?
많은 이들은 절골계곡을 외주왕산에 버금가는 곳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절골계곡은 주왕산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계곡으로 원시적인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주왕산의 주등산로가 있는 대전사나 폭포가 있는 쪽 보다는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깨끗한 물이 사철 흐르고 있을 뿐 아니라, 죽순처럼 우뚝 솟은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별천지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 지명은 옛날에는 절이 있어서 절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절의 흔적은 사라지고 ‘절골’이라는 이름만 남아 있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ㆍ청송문화관광과

여행정보
■ 청송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cs.go.kr/culture
■ 주왕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http://www.knps.or.kr/chuwang
■ 문의 전화 : 문의 전화번호: 청송군 관광기획과: ☏ 054)870-6237

자가운전
■ 영동고속도로 → 만종분기점 → 중앙고속도로(남원주IC) → 서안동IC → 안동 → 청송 ■중부고속도로 → 음성IC → 518번지방도 → 37번국도 → 문경(3번국도) → 예천(34번국도) → 안동 → 청송 ■중부고속도로 → 호법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 만종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IC → 안동 → 청송 ■경부고속도로 → 신갈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 만종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IC → 안동 → 청송

열차 및 숙박
■ 열차를 이용하여 오실 때에는 안동역까지 오셔서 안동 터미널에서 청송(진보) 오는 버스를 이용하셔야 됩니다. ※ 철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정확한 열차시간을 한번 더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 주왕산 국립공원 달기 약수탕 근처에는 닭백숙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다. 보통 숙박도 함께한다. 약수여관식당(054-873-2167)과 달기약수 닭백숙(054-873-2351)등이 유명하지만 어디를 가도 비슷한 맛을 낸다.

주왕산 전기 없는 마을 ‘내원동’
“산동네 전기없이 9가구 오순도순 모여 살아요”


주왕산 굽이굽이 길들을 읽어 나갈 때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전기 없는 마을로 이미 매스컴에서 유명세를 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바로 ‘내원동’.
이 마을은 꼭 40여 년 전의 세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가 호롱불 밑에서 바느질을 하던 모습, 낮에 학교에서 배웠던ㄱ, ㄴ, ㄷ을 연필에 침을 묻혀 종이에 꾹꾹 눌러 열심히 적던 우리의 모습들….

비록 내원동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지만 우리의 추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내원동은 주왕산국립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왜 이곳에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느냐하면 그 이유는 이 마을이 국립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를 넣으려면 전주를 심어야 하고 전주를 세우려면 땅을 파야 하는데 이 경우 환경훼손은 물론이고 화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란다.

이곳은 촛불 하나로 온 가족이 옹기종기 방안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던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몇 백 년 전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올라온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이곳에 마련하면서 비롯됐다는 이 마을은 6·25때 마을이 전부 불타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마을을 아끼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꿋꿋이 지켜 나가고 있다. 지금은 9가구가 오손 도손 모여 살고 있다.

이곳은 주왕산 자락 해발 500m의 오지로 전기가 없으니 컴퓨터도 없다. 당연히 인터넷이니 하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TV도 2대 밖에 없다. 태양열 전지를 이용해 TV를 볼 수 있지만, 화질이 나빠 잘 안본다고 한다. 태양열을 사용하여 전기를 충전해 두고 사용한다. 하지만 도시에서 사용하는 밝은 형광등처럼 많은 전기를 요구하는 것은 사용할 수 없다. 밝은 형광등보다 촛불에 더 익숙한 내원동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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