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다.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가장 민감한 부분은 시간과 돈이다. 또 여행지가 번잡하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여행길에 나서는 순간부터 짜증의 반복이다. 바로 이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면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을 강력 추천한다. 남해는 반으로 잘라 좌우로 나누어 돌아보는 것이 최상의 코스다. 지도상에서 오른쪽에 위치하며 삼동면 금산 동쪽에 위치한 휴양림은 지난 1998년 개장하여 현재 1가족동으로 구성된 20개의 숲속의 집과 2가족동인 4개의 숲속의 집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산책로, 전망대, 야영장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조용히 여름휴가를 나기에는 최적이다.




가족동인 숲속의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깔끔하게 정돈된 아늑한 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록 8평의 공간이지만 복층형으로 구성된 다락방이 있어 전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눈을 감고 누워있으면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몸이 풀린다. 전망대를 올라가면 눈 앞에 펼쳐진 것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이요, 푸른 바다에 올망졸망한 섬들이 박혀있다.

강태공 놀음에 시름 싹~

편백나무는 원산이 일본으로 측백나무과에 속한다.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의 양은 다른 수종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항균·면역 기능은 물론이고 아토피 피부 치료에도 좋다. 때문에 관련 상품들도 많이 나와 있다. 가장 대중화된 사례가 대중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히노끼탕’. 바로 이 히노끼가 편백나무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이완 작용에도 효과가 있어 지쳤던 심신을 빠른 속도로 회복시키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다. 낚시에 취미가 있다면 휴양림 근처 ‘내산저수지’에서 강태공 놀음을 하며 갑갑했던 마음을 흘려보는 것도 좋겠다.휴양림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 근처 볼거리에 눈을 돌릴 때다. 휴양림에서 나와 ‘봉화마을’이라는 돌비석을 경계로 왼쪽편에 들어서면 영화 ‘밀애’를 촬영했던 곳이 나온다. 관심이 있다면 슬쩍 들러보는 것도 좋다. 다음 코스는 ‘보리암’이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며 태조 이성계가 기도를 드린 곳이다. 보리암 아래쪽에 이씨기단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곳은 ‘쌍홍문’과 ‘장군암’인데 쌍홍문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일주문으로 두 개의 굴이 뚫려있다. 그 굴을 통과해서 들어갈 때는 자연히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데 자연스레 겸손의 자세를 배우는 과정이다. 일주문을 지키는 장군암과 함께 쌍홍문을 바라보면 왜 여기가 보리암의 백미인지 알게 된다. 2시간이면 넉넉하게 돌아볼 수 있다.

‘죽방렴’에 걸린 해산물 으뜸

이곳에서 삼동면 쪽으로 올라가면 ‘해오름예술촌’과 ‘독일마을’이다. 해오름예술촌은 폐교를 활용, 조성한 공간으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이곳에선 도자기제작 및 칠보공예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독일마을은 남해군에서 지난 2001년부터 분양을 하기 시작해 현재 독일 교포들이 거주하고 있다. 60~70년대 독일로 이민간 재독광부와 재독간호사, 그리고 그 가족들이 마을의 구성원이다. 아래쪽에는 8,000 그루의 나무로 조성된, 2002년에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받은 ‘물건방조어부림’이라는 천연 방풍림이 있는데 야영 장소로 최적이다.삼동면 끝자락에 있는 원시어업 ‘죽방렴’은 창선교 아래를 흐르는 ‘V’자의 지족해협에 세워져 있다.

6노트로 흐르는 빠른 유속 덕분에 이곳에서 나는 해산물은 모두 품질이 우수한데 사람이나 해산물이나 고생한 만큼 속이 여무는 법이다. 여기 ‘지족갯마을’에서 쏙잡기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데 쏙은 겉모양이 갯가재보다 둥글고 새우류에 가까운 무리로 가재와 새우의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된다. 창선교를 지나 창선면 고두리쪽으로 가면 공룡발자국화석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공룡발자국 뿐만 아니라 나무화석도 찾아볼 수 있다. 화석에 관심이 있다면 현장 학습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남해의 왼쪽의 아래쪽인 남면으로 가보면,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가천마을’이 나온다. 산비탈을 깎아서 만든 논은 보는 이에게는 절경이지만 주민들에게는 삶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상황이라 구석 구석 땅끝 한 뼘까지 보이는 논들이 예사롭지 않다. 이곳의 명물인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는 가천 암수바위도 볼만하다.

용문사 대웅전 ‘다포집’에 압도

남해에서 ‘용문사’는 꼭 한 번 들러볼만한데, 보물 1446호로 지정된 ‘괘불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집 형태이고 대웅전 지붕 양쪽을 활주로 버티고 있어 규모는 작지만 굉장히 웅장하고 화려하다. 때문에 그 규모와는 무관하게 저절로 압도된다. 또 하나 지나치지 말고 보아야 할 것은 길이가 6.7m나 되는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유’다. 임진왜란 때 승병의 밥을 담아 쓰던 밥통으로 일명 ‘구시통’이라고도 한다. 이 나무의 결에 지난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마음의 여유를 두면 찬찬히 뜯어보는 재미가 새롭다. 용문사를 지나 납해읍 방향으로 가다보면 ‘보물섬 마늘나라’가 나오는데 뒤편에 고인돌이 있다. 임진성 아래쪽과 창선면 동대쪽에도 고인돌이 분포되어 있다. 풀숲에 무성하게 가려있어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기 십상이라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여기에서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설천면의 ‘대국산성’이 나오는데 20~30cm되는 돌과 흙을 이용하여 정교하게 구축한 타원형의 성으로 일부를 제외하고는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정확한 축조 연도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성곽 내부에서 발견된 유물의 연대로 보아 삼국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산성을 걸을 때 성벽 아래로 보이는 각종 야생화와 나무들이 걷는 이의 마음을 말끔하게 해주는데 맑은 날도 좋지만 안개가 낀 날은 그 운치가 더욱 각별하다. 대국산성을 내려와 설천면 내곡리에 위치한 ‘내곡마을’에선 한 그루의 거대한 동백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마을 주민이 살기 시작하기 전부터 있었다고 하니 가히 삼백 년 가까이 된 귀한 몸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남해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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