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에 스트레스가 고조되기 십상인 6월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이 주는 시원함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청정지역 가평에 위치한 ‘운악산’은 가평8경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또 ‘대금이골’은 사람의 때가 묻지 않아 다소 거칠게 느껴지면서도 찾아가는 이의 가슴을 탁 트이게 해주는 맛이 있어 더욱 좋다. 그동안 듣지 못했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산을 오르다보면, 물질문명의 세상은 잊고 자연의 순수함으로 빠져들게 된다. 가까이에 있는 수목원을 찾아가 꽃과 나무들이 뽐내는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침고요 수목원’ 또는 ‘꽃무지풀무지 수목원’에서 자연의 향기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초여름 무더위는 잊혀진다.




해발 935m의 운악산은 가평8경 중 6경으로 지정된 곳이다. 운악산은 이름 그대로 구름을 뚫은 봉과같이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최정상인 망경대에 올라 사면을 둘러보면 남으로는 멀리 능선 좌측으로 현리 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뒤쪽으로는 포천땅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으로는 멀리 명지산과 화악산이 시야에 아물거리기도 한다.

노승의 염불에 산새가 후렴

운악산은 등산중에 산과 계곡 그리고 수림의 정취를 함께 맛볼 수 있으며 천년고찰 현등사의 정적 속에 몰입되어 볼 수도 있는 곳이다. 산하에 자리한 작은 주막에는 막걸리와 손두부, 도토리묵, 산다래, 산더덕 등이 푸짐히 요리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현등사’는 신라 제23대 법흥왕(재위514-539)때 인도에서 온 마라아미 스님을 위하여 창건한 것이라 전해진다. 그후 수 백년 동안 폐허로 버려져 오다가 고려 제21대 희종(재위1204-1211)때 보조국사 지눌이 운악산 중턱에서 불빛이 있어 이를 이상하게 여겨 와보니 절터의 석등에서 불이 밝혀져 있음을 보고 새로이 절을 지어 현등사라 했다고 한다.

운악산 중간 현등사 입구에 위치한 ‘목우폭포’는 45도의 바위로 흐른다. 현등사에서 들려오는 노승의 염불소리와 울창한 숲 속에서 우짖는 새소리, 그 사이로 들려오는 목우폭포의 물소리는 바로 옆 ‘민영환’이라 새겨진 ‘민영환바위’의 신비스러움을 한층 높여준다. 인근에 위치한 미륵바위, 눈썹바위, 치마바위 등도 운악산의 숨은 볼거리다. 운악산 등산로 중턱의 ‘백년폭포’는 강류를 기울여 놓은 듯 유유히 흐르는 거폭으로 30~40도 사이의 기울어진 바위를 타고 흘러 그 밑에 심연을 이루고 있다. 울창한 바위와 숲을 벗 삼아 마치 호를 겸한 듯 길게 누워있는 폭포가 백년을 두고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하여 백년폭포라는 이름을 얻었다.

게르마늄 함유된 물맛 일품

대금산(704m)은 가평군 하면 대보리와 가평읍 두밀리의 경계에 솟아 있는 산으로서, 수도권 당일 등산 코스로 제법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과거 금광이 발견된 후 유명해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대금산. 등산길 주변에는 야생 복숭아나무가 많이 있고, 특히 봄에는 철쭉이 활짝 피어 온 산이 마치 연분홍색으로 물감을 들인 듯 형형색색의 옷을 뽐내는 산이다. 더구나 이곳의 물맛은 가히 일품이다. 인체에 좋은 유황과 게르마늄이 함께 나오는 천하의 수질이라 기가 막히다. 또한 내려오는 길에는 무명폭포와 아기자기한 소들로 이루어져 산행의 기쁨을 한층 더해 준다. 그다지 높지 않기에 산행하는데 큰 불편은 없으며, 산골짜기마다 작은 계곡물이 흐른다. 대금산은 두밀리쪽에서 올라가는 방법과 대보리쪽에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비교적 교통이 편리하고 등산로까지의 입구가 짧은 두밀리 코스를 이용한다. 반대쪽인 대보리에서 대금산을 오르는 코스는 등산로까지의 거리(3km)가 꽤 되고, 등산로도 두 배나 길어 인적이 드물다. 그런 덕분에 대보리의 대금이골은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청정계곡을 잘 간직하고 있다. 대금이골은 무려 아홉이나 되는 깊은 못을 거느리고 있다. 맑은 물이 철철 흐르는 시원한 계곡과 울창한 숲 속에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가 여간 정겹지 않다. 대금이골 입구에서 산행으로 40여 분 올라간 후 오른쪽 계곡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대금이골의 으뜸 비경인 대금폭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5m 이상 높이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의 시원함은 고스란히 계곡으로 눈을 돌린 산행인의 몫이다. 인적이 드물어 마치 산의 주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비교적 한산한 이른 아침 시간에 산행을 시작하면 좋을 듯싶다.

테마가 있는 ‘정원’ 산책

대보리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엔 꽃무지풀무지 야생 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대금산 자락, 순수 우리나라 자생의 꽃과 자생나무만로만 가꾼 야생 수목원은 1만5,000평 규모의 작은 수목원이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야생화 1,000여 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채원, 향기원, 밭작물원, 수생식물원, 습지원, 난원 등 14개 테마로 나눠 야생화를 심어놓았다. 입장료(어른 5천원, 학생 3천원)를 내면 관람 후 간이화분에 담긴 야생화를 하나씩 나눠준다. 희망하는 경우 화분을 구입(5천원)해 분경만들기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입장권을 보관했다가 한 달 내 다시 방문할 경우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대보리에서 서울 방향으로 나가 차로 15~20분 거리에는 아침고요 원예 수목원이 위치해 있다.

축령산(879m) 기슭에 1996년 한상경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가 설립했다. 아침고요 수목원은 단순히 식물 수집의 개념이 아닌 원예미학적인 관점으로 한국의 미를 최대한 반영해 계절별, 주제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정원들로 꾸며진 곳이다. 약 10만 평의 터에 고향집 정원, 분재정원, 매화정원, 침엽수정원, 하경정원, 석정원, 한국정원 등 모두 17개의 테마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축령산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자원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증식, 보존하고 있는 희귀 멸종식물 및 도입식물을 포함, 총 3,200여 종의 식물이 있다. 이 중에서 야생화정원 및 무궁화동산에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야생화 1,000여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5월 말과 6월 초에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아이리스 정원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품종인 독일계 아이리스 1,000여 종이 피어난다. 각종 드라마 및 영화의 촬영장소로 널리 알려지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가급적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이른 아침시간대에 방문하면 좀더 쾌적하게 수목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가평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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