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인 단오를 제대로 만끽하기에 강릉단오제만한 게 없을 것이다. 강릉 단오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신앙인 무속, 유교, 불교, 도교가 서로 조화를 이룬 가운데 천년을 이어왔다. 강릉단오제는 그 규모가 가장 크고 성대하게 열리는 축제로서 2005년 11월25일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문화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어 명실공히 인류가 보존하고 전승해야 할 소중한 유산으로 거듭나고 있다.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하다는 음력 5월5일을 전후로 5일 간 단오제례와 단오굿, 관노가면극 등을 중심으로 축제마당이 펼쳐지며, 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주빚기 및 산신제, 성황제 등 강릉의 5월은 온통 단오관련 행사로 가득하다.




강릉단오제의 시작은 신주빚기가 알린다. 신주(神酒)는 신에게 바치는 가장 중요한 제물 중의 하나로, 신주빚기와 함께 강릉단오제가 열린다. 음력 4월5일 강릉시청 앞마당에서 쌀과 누룩을 받아 제례(도가), 무녀, 악사, 관노가면극이 시내를 행진하며 옛 관청이었던 칠사당으로 이동한다. 이 날을 전후로해 강릉시민들은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단오제 헌미봉정에 참여하며, 헌미는 단오제 기간 중요제례에 쓰일 제주와 떡을 만들어 참여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대관령은 ‘굿’의 향연

강릉단오제를 기록한 임영지(臨瀛誌)에 의하면 “성황신을 모시러 가는 행차는 아주 장관이었고, 나팔과 태평소, 북, 장고를 든 창우패들이 무악을 울리는 가운데 호장 수노(首奴) 등의 관속과 무당패들 수십 명이 말을 타고 가고, 그 뒤에는 수백 명의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진 채 대관령을 걸어서 올라갔다”고 전한다. 음력 4월 보름이면 대관령에 올라가 산신제를 지내고 국사성황신을 모셔오는 행사가 펼쳐진다. 대관령 정상에서 북쪽으로 1km쯤 떨어진 곳에 산신당과 성황사가 있는데 대관령 옛길의 대관령휴게소 지척에 있어 시간만 잘 맞추면 성황제를 직접 즐길 수 있다. 대관령국사 성황 행차 일행은 대관령 옛길을 내려와 구산과 학산 마을을 돌아 강릉 시내를 경유하여 홍제동 여성황사에 봉안되는데 경유지마다 제례와 굿이 이어져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체험행사도 마련돼

5월29일(음력 5월3일) 저녁 제관과 무당들이 대관령 국사여성황사로 올라가 영신제를 지낸 후 국사성황신의 신위와 신목을 남대천 단오장 제단으로 모시는 영신행차가 펼쳐짐과 동시에 5일 간의 강릉단오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단오제 기간 내내 아침에는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조전제(朝奠祭)가 행해지고, 단오굿과 관노가면극 등이 매일 벌어져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제례와 단오굿 등을 모두 마치고 난 마지막 날엔 국사성황신은 대관령으로, 국사여성황신은 여성황사로 다시 모시는 송신제를 올린다. 제사와 단오굿에 사용한 지화, 등, 용선, 신위, 신목을 불에 태움으로써 단오제의 모든 행사는 막을 내리며 내년을 기약한다.강릉단오제처럼 난장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축제도 드물다.

축제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난장을 통해 축제를 좀더 이해할 수 있다. 남대천 단오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난장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강릉단오제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하겠다.제례와 단오굿, 관노가면극 외에도 강원도 무형문화재인 강릉농악공연, 학산오독떼기, 사천하평답교놀이 등을 즐길 수도 있고, 행사장 옆에 위치한 단오문화관을 둘러볼 수도 있으며, 각종 초청공연 및 체험행사 등도 축제기간 내내 이곳 단오장에서 이루어진다.1년 내내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강릉엔 단오축제가 아니더라도 근거리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경포대와 경포호, 경포해수욕장과 참소리박물관 등이 몇 km 이내에 운집해 있어 동선만 잘 구상한다면 한나절 만에도 두루 즐길 수가 있는데, 그 중 영동지방의 대표 상류저택인 선교장은 이맘 때 꼭 한 번 들를만하다.

동해의 맛 ‘초당순두부’ 일품

선교장은 조선 후기에 99칸으로 지어진 전통 사대부 저택으로, 특히 정자의 절반이 연못에 떠 있는 활래정은 독특한 구조와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들의 눈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조선의 수많은 묵객이 이곳에 머물며 시화, 서화를 남겼다고 하며, 최근 개봉한 ‘음란서생’이나 드라마 ‘궁’ 등 촬영지로도 꾸준히 각광받는 곳이다. 가족단위로 숙박여행을 계획중인 경우 전통 한옥 숙박체험도 가능하다.경포호를 중심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순두부집이 쭉 늘어선 길을 지나게 되면 식사 때가 아니더라도 걸음을 멈추어야 할 곳이 바로 초당마을이다. 강릉까지 왔으면 동해의 맑은 바닷물로 간을 맞춘 초당순두부를 맛보는 건 필수 코스라 하겠다. 흔히 두부 자체의 맛은 큰 차이가 없다는 통념은 비단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초당순두부를 맛보면 여지없이 깨질 것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강릉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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