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은 더 이상 ‘철의 도시’가 아니다. 푸른 파도를 안고 도는 구룡반도, 그 속엔 마치 눈을 쓸어내리듯 하얀 포말을 만드는 차가운 바닷바람, 비릿한 냄새가 새끼줄에 주렁 주렁 엮여 바라만 보아도 절로 소주 생각이 간절한 과메기, 그리고 연오랑세오녀의 애타는 사랑이 이글이글 타 오르는 불덩이로 솟아올라 심장을 삼켜버릴 듯 장엄한 호미곶의 일출까지 무거운 이미지를 벗겨낼 보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제부터 영일만의 또 다른 이름은 ‘낭만’이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포항은 하루만 시간을 투자해도 알짜배기는 다보고 돌아올 수 있는, 성큼 다가온 여행지가 되었다. 그 알짜배기 중에서 겨울철 포항여행의 시발점은 단연 과메기가 익어가는,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는 구룡포항.

주렁주렁 열린 청어 열매

동해의 절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구룡포는 잔잔한 해조음과 바쁘게 그물 손질하는 어부들의 숨소리가 섞여 사라져 가는 어촌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한 파란 바다 위에 올망졸망한 어선들, 기름기 줄줄 넘치는 과메기 덕장 위를 쉴새없이 배회하는 갈매기 떼의 모습과 거센 바다와 싸우고 돌아와 어물을 좌판 가득 올려놓고 경매를 벌이는 어부들의 억센 사투리는 삶에 대한 뜨거운 정열을 내뿜는다. 구룡포는 이렇게 어선, 갈매기, 그리고 사람이 한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이다. 구룡포가 유명해진 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과메기의 영향이 컸다. 과메기는 청어 눈을 꿰어 말리던 관목어(貫目魚)에서 비롯된 말인데, 쉽게 말해 꽁치숙성회로 더욱 널리 알려졌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잡히는 청어로 과메기를 만들었으나 청어 어획량이 줄면서 꽁치 과메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혹시 비린내 나지 않을까?” 처음 과메기를 대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비린내가 날 것 같지만 자꾸 먹을수록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다. 먹는 방법은 생선회를 먹는 것처럼 간단하다. 실파, 김 등으로 감싼 과메기를 미역이나 배춧잎에 얹은 다음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먹으면 끝. 이곳 사람들은 과메기는 바닷바람을 마주하며 바닷가에서 먹어야 제격이라고 한다. 또 과메기 한 점에 소주 한 잔 걸치면 살 속까지 파고드는 추운 겨울 바람에도 끄덕없다고 한다. 과학적인 이유를 찾아본다면 이렇다. 과메기는 숙취를 해독할 수 있는 물질인 아스파라긴산과 불포화지방산 등 필수 아미노산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을 뿐 아니라 피부 미용에도 좋아 먹고 나면 피부가 매끈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여성에게도 인기만점이다. 어디 그뿐이랴. 만선을 꿈꾸며 그물 손질하던 어부들의 삶의 열정과 희망이 더 신선하고 맛깔스럽게 와 닿는 겨울 바다는 멋 그 자체이다.

손꼽히는 해안도로 ‘절경’

구룡포에서 입 맛, 눈 맛을 즐겼다면 다음 차례는 코 맛이다. 동해의 성난 파도가 길 위로 올라올 것 같은 해안도로를 따라 호미곶으로 가는 길에는 별스런 즐거움도 많다. 구룡포에서 925번 국도를 타고 호미곶 해맞이공원 이정표를 따라가면 한반도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시작되는데 기분 좋은 상큼한 공기를 콧속 깊숙이 밀어 넣고 좌측으로 탁 트인 바다 전경을 눈 속 깊이 간직할 수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들에게 단연 매력적인 코스. 영일만을 끼고 굽이굽이 달리다 보면 비취빛 파도가 물결쳐 흰 포말을 이루는 모습과 그 위를 수선스레 오르내리며 푸른 동해와 하늘을 어지럽히는 한 무리의 갈매기 떼를 만날 수 있다. 멋들어진 낭만의 해풍도 코를 간지럽힌다. 드넓은 바다를 즐기는 맛도 일품이다.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아기자기한 포구마을은 보면 볼수록 정겹기 그지없다. 검푸른 동해를 가르고 불끈 솟아오르는 장엄한 해돋이의 명소 호미곶이 바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 호미곶은 한반도 최동단에 있어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일 뿐만 아니라, 맑고 깨끗하다는 동해에서도 첫손으로 꼽히는 일출의 풍광을 자랑하기에 새해 첫날 차가운 바닷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그 장관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한반도를 묘사하면서 바로 이곳이 포효의 기상이 뻗쳐나오는 꼬리임을 분명히 짚어낸 육당 최남선의 혜안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호미곶도 없었을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일출포인트는 바로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해맞이 광장 앞바다의 ‘상생의 손’ 조형물이다. 마치 태양을 떠받치는 모습을 한 거대한 조형물 위로 뜨거운 태양이 솟아오르면 누구라도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된다.

죽도어시장 사람냄새 ‘물씬’

호미곶은 일출 외에도 볼거리도 많은 게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등대 박물관은 국내에서 등대관련자료를 소장한 유일한 박물관으로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유익한 장소이다. 건축미도 뛰어나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로 꼽히는 호미곶 등대도 볼거리 중 하나이다. 포항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포항의 명물인 죽도어시장. 지난 세월 포항인들의 삶의 애환이 서려있는 죽도어시장은 하루 세끼 때우기 어려웠던 시절 밥벌이의 현장이요, 한푼 두푼 모아 자식 공부시킬 수 있었던 유일한 돈줄, 슬픔, 기쁨, 그리고 좌절의 장소였다. 죽도어시장 회센터엔 잘 말려진 명태와 어물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숱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삶을 일군다. 경북 최대의 재래시장이자 포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게다가 선착장으로 들고나는 고깃배들의 분주한 모습에 부산스러운 어판장 경매, 그리고 생선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흥정까지 합쳐져 삶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진다. 말만 잘하면 덤으로 주는 후한 인심도 남아있다. 비릿한 생선 냄새와 갈매기 울음소리가 천연덕스럽게 어우러지는 이곳, 죽도어시장은 놓치지 말아야 할 영일만의 숨겨진 보물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포항시청:www.ipohang.org


# 2006 ‘서울’의 랜드마크 ‘N타워’로 변신 남산타워

‘서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남산이다. 그 옛날부터 서울 나들이의 핵심은 남산으로 통했고, 서울에 있는 사람치고 한번 다녀오지 않은 사람도 없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은 빛바랜 지 오래다. 남산이 남산임을 알게 하는 ‘남산타워’는 언제부턴가 시간의 흐름을 비켜서지 못하는 거추장스런 명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랬던 남산타워가 2005년 11월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면서 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세월의 때를 털어버리고 현대적 이미지로 단장한 서울의 랜드마크 남산타워의 새 이름은 ‘N서울타워(www.nseoultower.com)’.변신의 하이라이트는 색과 패턴,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 특히 타워 전신에 꽃이 피는 모습을 표현한 조명 작품 ‘서울의 꽃’은 매일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매시 정각에 연출된다.

N서울타워의 화려한 조명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변신을 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로비에는 영화 예고편이나 최신 뮤직 비디오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존이 무료로 운영되고, 파빌리온 A관에서는 이달까지 영화 ‘태풍’의 제작과정 등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태풍소품 체험전’이 열리고 있다. 또한, 파빌리온 B관에서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고스란히 맛 볼 수 있는 자연조형체험 놀이터로 아이들은 맨 발로 뛰고, 구르고, 만지며 오감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공간인 ‘숲 속 놀이터’가 있다. 게다가 N서울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야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남산 나들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는 즐거움’.

전망대 1층에 서울의 전경과 한국 전통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한쿡’과 꼭대기층에 유명 주방장이 직접 최고급 스테이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n.Grill’이 눈길을 끈다. 특히 ‘n.Grill’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레스토랑으로 70분마다 한 바퀴씩 회전하기 때문에 편히 앉아서 서울의 동서남북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연인과 함께 야경을 바라보면서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단 보름 전에 예약은 필수. 비싼 돈 안 주고도 멋진 전망을 즐기면서 급한 용무까지 볼 수 있는 전망대 안의 ‘하늘화장실’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팁 하나, 남산순환도로의 차량 통행이 금지됐기 때문에 N서울타워에 가려면 케이블카를 타거나 남산순환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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