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다. 한겨울의 끝자락, 그리고 봄이 맞물려 있는 시점이다. 해마다 2월이면 제주도 산방산 부근의 대정들녘은 봄소식을 전하는 ‘수선화’의 꽃향기가 그윽하다. 대도시 근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선화는 대부분 관상용으로 개량된 서양의 꽃이다. 하지만 대정들녘의 수선화는 우리 땅에서 스스로 나고 자란 순수 야생화다. 꽃은 때깔이 소박하면서도 향기가 아주 진하다. 도로변과 양지바른 언덕에서 만날 수 있으며 마을 안의 돌담 밑과 고샅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변에 추사 김정희의 추사적거지와 대정읍성, 천연의 바다전망대인 송악산, 한국전쟁 당시 양민 수백명이 희생돼 한 곳에 묻힌 백조일손지묘 등이 있다.

남제주군 대정읍사무소 064-794-2301봄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거문도로 향해보자. 여수에서 2시간 정도 배를 타면 짙푸른 바다 한가운데 신기루처럼 만나는 섬이 그곳이다. 올해로 101주년을 맞는 거문도 등대로 가는 산책길은 거문도 관광의 백미. 2시간 정도 걸어가는 이 길은 신선바위와 365계단, 그리고 목넘어잔교 등을 거친다. 그 빛이 너무 붉어 정신을 흐리게 만드는 동백꽃 터널은 목넘어잔교가 끝나는 수월산에서 만난다. 끊어져 길가에 뒹구는 동백을 보면 발길을 어디에 둬야 할 지 한참이나 망설여진다. 상백도와 하백도로 이뤄진 백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비경 중 하나.

쪽빛 바다 위로 치솟은 해안단애와 절벽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여수시청 관광홍보과 061-690-249. 경북 영양은 어린 날의 향수와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옛 고택의 고장이다. 대표적인 곳이 영양의 남쪽에 자리한 감천마을이다. 마을에는 경북 문화재자료인 44칸짜리 기와집과 그 집 앞에 자생하고 있는 측백수림이 그림같다. 인근의 서석지도 고색창연하기는 마찬가지. 서석지는 우리나라 민간 정원 중에서 가장 빼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지훈 오일도선생과 이문열씨가 이 고장 출신이다. 전국 유일의 영양고추홍보관과 분재수석 전시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영양군청 문화관광과 054-680-6067.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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