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강릉-동해간 동해고속도로의 확장 개통으로 시원하게 뚫린 4차선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에서 불과 3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동해 추암 해수욕장. 상쾌하고 광활한 새벽 바다를 배경으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강렬한 태양과 시원한 파도, 그리고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어우러진 크고 작은 바위섬들의 장관은 겨울바람을 뚫고 찾아온 여행객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된다. 애국가 첫 소절의 일출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추암은 절묘하게 생긴 촛대바위, 칼바위 등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특히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촛대바위에 걸리는 아침 해돋이가 동해 8경 중 제1경으로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다.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서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이곳 추암은 이미 그 아름다움의 역사가 유구하다. 조선 세조 때 강원도 체찰사로 있던 한명회가 이곳의 빼어난 경치에 감탄하여, 미인의 걸음걸이와 같다는 의미의 ‘능파대’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전한다.

‘겨울연가’ 촬영지 ‘추암’

한번 보고 감탄하고, 또 다시 돌아서 보고 싶은 미인의 발걸음과도 같은 수려함이 있는 이곳에 왔는데, 카메라가 없다면 그야말로 섭섭한 일이다. 그래서 이곳은 전국의 사진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안절경의 보고이다.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 달리면 골 깊은 산과 물 맑은 계곡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무릉계곡이 있다.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두르고, 태고의 전설이 그대로 깃든 무수한 기암절벽과 폭포들로 이루어진 무릉계곡은 1977년도에 국민관광지 제1호로 지정될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으며,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과 눈길을 끄는 학소대, 쌍폭포, 병풍바위, 용추폭포 등의 절경이 연속되어 바로 이곳이 무릉도원임을 절감하게 한다.

용추폭포까지 왕복 1시간 30분의 산행은 가족, 연인 등과 사랑을 속삭이며, 경치에 취해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책 코스이다.다시 시내로 발길을 돌리자. 동해시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내 중심부에 동굴이 있다. 신비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도심 속의 공간인 이 천곡동굴은, 4~5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1,400m의 석회암 수평동굴이다. 국내 최장의 천장용식구, 커튼형 종유석, 석회화 단구 등과 희귀석들이 한데 어우러져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내부는 종유석, 석순, 석주 등 20여 종의 2차 생성물로 구성되어 있어 지구과학에 대한 자연학습장으로는 최적의 장소이다.추암 부근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영동 최대의 전통 5일장인 북평민속5일장이 매월 3일, 8일, 13일, 18일, 23일, 28일 등 5일 간격으로 운영되는데, 가격 흥정과 난전에 널려있는 상품을 감상하고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닷가 도시에 왔으니 회 한 접시를 즐기지 않을 수 없다. 동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는 묵호항 부근의 묵호, 어달회타운은 어촌 풍경이 한 눈에 느껴지는 곳으로, 해안을 따라 2km 가량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는 횟집은 어딜 들르나 신선한 횟감으로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바다와 산, 동굴, 쇼핑, 먹을거리 등 다양한 관광매력을 갖춘 동해 추암 여행은 새해 일출은 물론 2006년 2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이다.

‘섶다리’의 출렁거리는 감촉

돌아오는 길에는 주천강과 평창강 두 물줄기가 만나 장관을 이루는 ‘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영월 서면의 선암마을에 잠시 들러보자. 유난히 강이 많아, 겨울 무렵이면 주천면 일대와 서면 선암마을에는 ‘섶다리’가 놓인다. 겨울에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놓아져 여름철 불어난 물에 떠내려갈 때까지 주민들의 발과 마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섶다리이다. 섶다리는 여울에 갈라진 참나무로 다리목을 세우고, 낙엽송 장대로 이어서 소나무 가지를 깔고 위에 흙으로 덮어 놓은 임시다리이다.

최근에는 이 섶다리가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많이 보도돼 아주 생소한 것만은 아니나, 자연 그대로의 재료, 푸른 솔가지와 흙으로 덮인 섶다리는 잊혀져 가는 우리네 옛 정서를 느끼게 해 준다. 섶다리에 올라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면 부드럽게, 그러나 불안하지 않게 조금씩 출렁거리는 감촉이, 견고한 아스팔트 육교와 다리만을 밟아왔던 우리 발끝에 색다르고 포근한 느낌마저 준다. 주천면 일대는 섶다리의 고장이라고 부르기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예전부터 마을마다 왕래를 위해 섶다리를 많이들 놓았던 곳이다. 현재에도 겨울마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문헌에 기록된 쌍섶다리를 300년만에 복원, 재현해 ‘섶다리마을’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 옛날 이곳에 새로 부임하는 강원 관찰사는 반드시 단종의 능인 장릉을 참배해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관찰사 일인만의 행차가 아닌, 관찰사 일행이 행차하기 위해서는 외섶다리로는 역부족이어서, 이웃마을 사람들이 서로 한 개씩의 섶다리를 놓아 쌍섶다리가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주천2교 끝에서 강변으로 내려와, 한 개의 긴 섶다리를 건너면 부드러운 갈대숲이 나타난다. 겨울바람에 사락이는 갈대숲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앞서 건넌 외섶다리보다 짧고 두툼한 쌍섶다리가 나타난다. 쌍섶다리와 갈대숲, 산과 굽이쳐 흐르는 맑은 강물은 마음속에 오래오래 기억될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빙허루’의 그림같은 풍경

한반도 지형을 이룬 선암마을 쌍섶다리에서 주천2교쪽 앞 망산을 바라보면 ‘빙허루’라는 이름의 그림같은 정자가 보이는데 산책코스를 따라 이 빙허루에 오르면 주천마을과 그림같은 풍경이 시원하니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등산로를 따라 조금 더 걷다가 강변 옆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걸어봄직하다. 주천면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한반도 지형모양으로 유명한 선암마을이 있다. 마을 남쪽의 숲길을 지나 전망대에 서면 우리나라 입체지도와 같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암마을에서 시작되는 서강이 동강을 이루기 위해 굽이쳐 내려가면서 만들어 놓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 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신기한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선암마을 한반도지형은 자연의 신비로움과 우리 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의미있는 여행지가 될 것이다.깨끗한 청정지역 섶다리마을에서는 12월초부터 2월말까지 친환경 무농약 농업으로 재배한 토종 약콩으로 전통 메주만들기, 손두부 만들기 등 농촌생활 체험을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선보인다. 관광객이 직접 콩을 씻고, 삶고, 찧어서 메주틀에 넣어 메주를 만들어 황토방 숙성실에 메달아 마무리한다. 그리고 꺼먹토종약콩을 불리고 갈아 가마솥에 끓여 맛있는 손두부를 만들어서 무농약 배추 겉절이 김치를 곁들이면 그야말로 웰빙 식단이 따로 없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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