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 위에 하얗게 부서지는 흰 파도, 옥빛보다 더 맑게 넘실대는 파도를 가르는 갈매기떼, 남해와 동해의 푸른 물결을 감싸고 있는 부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올 겨울엔 아직까지 사람의 손때를 타지 않은 곳을 찾아가보자. 바로 기장군의 대변항-해동 용궁사-수산전시관-송정해수욕장-달맞이 공원-해운대를 잇는 해안길이다. 1월 이곳은 최상의 해변 드라이브길이다. 무엇보다 대변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죽성리 월전마을까지 이어지는 3.5㎞의 해안 길. 대변항 방파제는 영화 ‘친구’ 촬영지로 알려져 있고, 더 가면 고산 윤선도가 7년간 유배생활을 하며 시 6편을 남긴 두호마을을 만난다.

대변항의 활기찬 난전에선 삶의 활력을 찾고 동해에서 가장 해가 먼저 뜨는 절집인 해동 용궁사에선 새해 소망을 빌어보자. 그리고 송정해수욕장-청사포-달맞이 동산-미포항-해운대로 이어지는 겨울 해변길에서 만나는 일출은 힘찬 한해를 약속한다. 대변항은 부산과 경주, 감포 사이에 있는 가장 큰 어항이다. 이미 기장미역과 멸치회로 소문난 항구. 봄철이면 멸치 축제로 불야성을 이루는 이름난 항구다. 멸치철이 지난 대변항의 겨울은 한갓지다. 여행 시작은 대변항의 등대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면서 시작하면 된다. 방파제 끝에 매달려 있는 등대 불빛이 서서히 약해지면서 멀리 바다 속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 조업을 나가는 배들로 잠시 항구가 부산해지면서 끼룩거리며 찾아드는 갈매기떼.

웃음 오가는 특산물 난전

동해 어느 바닷가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활처럼 둥글게 휜 자그마한 포구는 어느 곳보다 생동감이 넘친다. 동이 트면 바닷가 난전도 활기를 찾는다. 기장의 특산물인 멸치젓, 건어물, 싱싱한 횟감을 파는 아낙들이 난전을 펼치며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부여잡는다. 봄철 대변항의 멸치축제가 아니더라도, 널브러진 특산물에서도 멸치 고장임을 엿보게 한다. 부산 대변항의 멸치젓 아주머니의 넉넉한 웃음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부여잡는다. 무엇보다 대변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죽성리 월전마을까지 이어지는 3.5km의 해안 길. 해안길 초입, 난전을 지나고 등대 방파제를 꺾어 돌아서 동쪽 방파제를 마주하는 바닷가 앞에서 영화 ‘친구’ 촬영지 팻말을 만나게 된다.

워낙 인기를 끌었던 영화여서 특별나지 않은 바닷가에 눈길이 고정된다.2차선 해안길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넘실거리는 파도 길을 연출하고 있다. 맑은 햇살 덕분에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잠시 바다로 내려가 겨울 바다에 한껏 취하는 사람, 낚시객들을 간간이 만난다. 그렇게 해안길은 월전마을에서 잠시 숨을 멈춘다. 이곳은 고산 윤선도가 7년간 유배생활을 하며 시 6편을 남긴 두호마을과 인접해 있다. 주변 황학대는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울려 절경을 자랑한다. 윤선도가 유배생활을 할 때 죽성리 백사장 건너에 있는 송도를 황학대라 이름짓고 매일 이곳을 찾아 한을 삭였다고 한다.

포대화상 ‘배’와 ‘코’ 변색

이내 대변항을 벗어나 남쪽으로 내려오면 국립수산과학원 진입로를 만나게 되고 더 내려가면 해동 용궁사 가는 길과 맞닥뜨린다. 지도상에는 ‘시랑대’라고 나와 있는 바로 그곳, 바다 끝자락에 제법 거대한 사찰이 들어앉았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는 절이라 알려져 있고, 그래서인지 신도들이 눈에 띄게 많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소원 하나가 이뤄진다는 말이 예부터 전해 내려온다. 절집 입구에 세워진 12간지의 동물 앞에서 동전 100원씩 놓고 절을 하는 사람들, 절집 들어가는 초입에 넉넉한 웃음을 띠고 있는 포대화상의 튀어나온 배를 만지는 사람들. 배와 코를 만지면 아들을 점지해준다는 이야기 덕분에 ‘포대’의 배와 코는 새까맣게 변색되었다. 그 외에도 시험 합격을 도와주는 동자승도 보인다. 이런 저런 것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용궁사는 동해를 한눈에 정원으로 삼고 있는 아름다운 절집이다.

용궁사는 고려 우왕 때 나옹화상이 처음으로 창건을 했다고 전한다. 원래 겨울에도 칡꽃이 피었을 정도로 영험한 곳이라고 하는데, 불상을 모시려고 땅을 파니 땅 속에서 거북바위가 나와 그 위에 좌대를 앉히고 불상을 모신 것이 지금의 용궁사까지 이어져 왔다고 한다. 하지만 용궁사 경내에는 특별한 국보급 문화재는 없다. 부분적으로 불사 중이라 어수선하기도 하다. 그래도 바닷가와 인접해 있는 절집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일이다.이어 기장은 해운대구로 바뀌면서 송정해수욕장과 만난다. 죽도공원의 송림숲을 따라 가면 ‘일송정’이라는 정자를 만나고, 바다를 장식하는 기암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물론이고 야경 또한 멋지다. 겨울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찾아드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뜨겁기만 하다. 송정을 지나 달맞이 공원을 찾는 동안 청사포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수령 350년의 망부송과 그 곁에 있는 망부암이 유명하며, 울창한 송림과 더불어 경관이 수려하다. 지명의 유래는 ‘골매기 당상’의 김해 김씨 할매 신화에 푸른 뱀이 등장한 데서 유래 되었다.

정월대보름 ‘달맞이 축제’

청사포를 비껴 와우산 중턱에 다다르면 달맞이 동산과 만난다. 대변항에서 달맞이 공원까지는 약 20km 남짓이며 드라이브 코스는 8km에 이른다. 달맞이 길은 송정해수욕장까지 15번이나 굽어진다고 해서 15곡도(曲道)라고도 한다. 송림이 우거진 이 고개에서 바라보는 월출(月出)은 대한팔경의 하나로 오래전부터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요새는 음력 정월대보름이 되면 달맞이 축제를 한다. ‘해월정’이라는 정자와 여러 가지 조형물이 만들어진 조각공원이 있다. 그리고 야외 음악당이 가까이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장관이다. 길목에는 전원카페 등이 여럿 있다.고갯길을 내려 해운대로 오는 길목에 잠시 미포(尾浦)항을 들러도 좋다. 방파제 옆으로 난 앙증스러운 붉은 등대, 바다 멀리 오륙도도 잡힌다. 미포 마을이 형성된 때는 임진왜란 전후로 추정하는데, ‘마늘’, ‘미암’으로도 불리었다. 풍수지리상 소가 누워있는 형상으로 알려진 와우산의 소꼬리 부분인 해안 기슭에 자리잡고 있어 미포라는 지명이 붙었다. 연근해 어항, 관광 유람선 선착장과 생선회 센터가 밀집해 있다. 이어 해운대와 동백섬, 광안리 해수욕장을 연계하면 멋진 겨울 해안드라이브 코스가 된다.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