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잡이가 한창인 한겨울의 영덕은 고생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볼만한 곳이다. 강구항 앞바다에서는 살이 실하게 오른 대게들이 가득 잡힌다. 물론 예전만은 못하지만, 영덕에 온 기분을 내기에 부족함은 없다. 여기에 뜨거운 찜통 속에서 갓 나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게의 깊고 부드러운 속살을 한입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영덕의 향에 취할 수밖에 없다. 새해 소망을 빌 혼자만의 조용한 장소가 필요하다면 해맞이공원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해맞이공원 바로 위쪽에는 영덕 풍력발전단지가 있는데, 24기의 풍력발전기가 바닷바람에 돌아가는 풍경은 시원한 눈맛을 선사하다. 근처 대진해수욕장에 들러 겨울바다의 호젓한 느낌을 만끽해 보는 것도 겨울 영덕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영덕의 대게는 해동죽지(海東竹枝)와 고려태조 왕건에 관한 문헌에도 그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달고 연한 맛으로 유명하다. 영덕의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가 대나무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진짜 대게, 연한 갈색 흰 배

대게는 보통 홍게와 혼동하기 쉬운데 껍질이 연한 갈색을 띠며 배 부분이 하얗다. 뒤집어서 들어봤을 때 무게가 많이 나가며, 다리가 활발히 움직이는 게를 골라야 탱탱한 입맛을 보장받는다. 홍게는 맛이 짜고 수분이 많으며 대게보다 크기가 작고 붉은 편인데 이 부분을 주의해서 봐야 모르고 먹는 일이 없다. 암컷은 원천적으로 포획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영덕에서 먹는 게는 전부 수컷이다. 생산량 유지를 위해 대게의 몸 크기가 9cm 이하인 것도 포획이 금지돼 있다. 대게는 성체에 이르기까지 대략 6년에서 8년이 걸리는데다가 허물을 벗으면서 단계적으로 성장한다. 영덕대게 중에서 으뜸은 박달대게인데 그 맛이 달고 향기로워 입안에서 그 향이 계속 맴돈다.

그러나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수입산이 대게거리에 얼굴을 내민 지 오래다. 게다가 대게의 포획량이 줄어들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해양오염. 그럼에도 넓지 않은 강구항 대게거리는 전국에서 몰려온 차들로 새벽부터 밤까지 북적댄다. 대게는 초겨울부터 초봄까지 잡히는데 ‘영덕대게축제’는 보통 날씨가 풀리는 4월에 열린다. 팁 하나, 이곳에서 오로지 신선한 대게만 먹고 그대로 발걸음을 돌린다면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강구항 바로 옆의 삼사해상공원은 볼거리가 가득하다. 게다가 최근 해상공원안의 경북대종 옆에 어촌민속전시관을 개장, 어민들이 사용해왔던 옛날 어구들을 비롯해 대게잡이 체험, 소형 선박건조체험 등이 마련돼 있어 학습장으로서의 활용가치도 높다.

하나이면서 둘인 해수욕장

영덕에서 해맞이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명소는 우곡리에서 시작하는 해맞이 등산로. 전 구간의 80% 이상이 푸른 동해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산악형 등산로이다. 신세계아파트에서 출발하여 고불봉을 지나 하금호를 가거나 강구항을 가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그리고 6년여의 기간에 걸쳐 조성해 놓은 해맞이공원에 가서 조용히 목재 계단을 따라 내려가 보자.겨울이라 조성되어 있는 수선화 단지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없지만, 계단 끝에 서서 보다 가까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새해 설계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해맞이공원 바로 위쪽에는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바람이 많은 이곳 지형을 활용, 영덕군민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생산해내는 풍력발전소를 설치했다.

24기의 풍력발전기가 일제히 돌아가는 그 모습은 보는 이에게 시원한 눈맛을 선사한다. 이곳에 서서 동해 바다를 바라보는 풍광 또한 각별하다.해맞이 공원에서 30분 정도 울진 쪽으로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고래불대교를 기점으로 두 개의 해수욕장이 나란히 나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진해수욕장을 지나 가다보면 고래불대교가 나오고 그 옆에 덕천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들어가 보면 나란히 이어져 있으며, 동해안에서 보기 드물게 상당히 긴 해수욕장이다. 결국 밖에서만 분리되어 있을 뿐, 하나의 해수욕장이다. 이곳의 모래는 다른 해수욕장 모래보다 더 투명하고 곱다.

의병장 신돌석의 의기와 한

강구~축산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징어 말리는 모습과 세월과 추위를 잊고 바다낚시에 전념하는 강태공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워낙 이곳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영덕군에서 영해면 대진3리쪽에 따로 바다갯바위낚시터를 조성해 놓았다. 그래서 이곳 해안도로는 바다가 주는 시원함과 여유로움을 동시에 느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영덕에 가볍게 즐길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 영해면 성내리에는 신돌석(申乭石,1878~1908)장군 생가가 조성되어 있는데, 구한말 의병활동을 조직하고 운영했던 의병장으로 경상, 강원, 충청 지역이 주요 활동 지역이었다. 지속적인 항일투쟁을 전개하다가 1908년 전세가 불리해지자 잠시 영해 의병 활동을 중단하였고, 은거 중에 현상금에 홀린 옛 부하에 의해 독주를 마시고 30살의 젊은 나이에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이곳에 잠시 들러 뜻을 펴기에 한없이 불운하기만 했던 그 시절 사람들의 삶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겠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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