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 동북부에 위치한 무주·진안·장수군은 ‘무진장’이라 불린다. 백두대간의 고봉들이 우뚝해서 전라북도의 지붕이나 다름없다. 무진장의 세 군 가운데서도 무주군은 높은 산이 가장 많고 산세도 험준하다. 특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덕유산은 해발 1,614m의 향적봉을 비롯해 두문산, 무룡산, 남덕유산, 적상산, 깃대봉, 시루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하게 솟아 ‘덕유산맥’이라 일컬어지는 작은 산맥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덕유산의 대표적인 계곡인 구천동에는 33경의 절승이 있다.

제1경인 나제통문에서 제32경인 백련사까지 장장 28㎞에 이르는 계곡에는 기암괴석, 폭포, 소, 못 등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무주구천동의 제33경인 덕유산 향적봉에 올라서면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드리워진 장관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봄꽃보다 더 곱고 화사한 눈꽃과 서리꽃이 날마다 피고 진다. 덕유산은 소백산맥의 중간 지점에 솟아오른 고봉으로 전라북도 무주군과 장수군, 경상북도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 있다.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적상산, 두문산, 거칠봉, 칠봉, 중봉, 삿갓봉, 무룡산, 남덕유산 등의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덕유산맥이라고 일컫는 작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진짜 토종 구상나무 자생지

이 일대는 산세가 웅장하고 계곡미가 수려한데다 각종 동식물들이 분포돼 있어 지난 1975년 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덕유산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구천동은 33경의 절승을 품은 계곡으로 유명하다. 장장 70여 리(28㎞)에 이르는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제1경인 나제통문에서 제32경인 백련담에 이르기까지 기암괴석, 폭포, 연담(淵潭)과 깨끗한 계류, 울창한 숲 등이 서로 잘 어우러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덕유산의 정상 향적봉은 구천동의 제33경인데, 이곳은 사계절 중에서도 겨울철의 풍광이 가장 웅장하고 수려하다.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솟아 있으면서도 서해바다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눈이 많기 때문에 최적의 겨울산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눈이 푸짐하게 내린 날이면 향적봉 기슭에 무리 지어 서 있는 구상나무와 주목마다 화사하게 피어난 눈꽃이 장관이다. 모진 눈보라와 바람 속에서 푸름을 잃지 않는 구상나무와 주목은 이곳 덕유산이나 지리산, 한라산 등과 같은 명산이 아니면 보기 힘든 나무이다. 특히 구상나무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진짜 토종나무이다. 학명도 ‘Abies koreana Wilson’이다.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도 천년’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나무이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최고의 바둑판을 만드는 재료로 알려져 있어 그동안 도채꾼들의 표적이 되어 왔다. 덕유산 향적봉 일대에도 수백 년 이상 묵은 주목이 곳곳에 있는데, 흰눈을 가득 이고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볼수록 늠름하고 기품 넘친다.

환상의 20분, 눈꽃터널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은 시야가 사방으로 탁 트여 있다. 이곳에 올라서면 중봉, 삿갓봉, 무룡산, 남덕유산 등의 덕유산 준봉들은 말할 것도 없고 멀리 지리산, 가야산, 기백산, 적상산, 수도산 등의 여러 준봉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첩첩한 백두대간의 준봉들이 사방으로 우뚝한 광경은 마치 히말라야의 어느 고봉에 올라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웅장하다. 또한 서로 맞닿은 산줄기를 타고 장쾌하게 이어지는 연봉들은 거센 삭풍에 하얀 눈보라를 흩날리며 보기 드문 선경을 연출한다. 이처럼 다채로운 톤의 실루엣으로 중첩된 고봉과 산줄기도 장관이지만, 그 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돋이와 해넘이 또한 장엄하기 그지없다.

무주구천동에서 덕유산 정상까지의 등산로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매표소에서 백련사까지는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을 만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이어지는 무주구천동 33경의 풍광은 다른 계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적막감이 짙게 느껴진다. 빙설(氷雪)과 정적 속에 잠긴 겨울철의 계곡길을 따라 걷노라면, 자신의 각박하고도 분주했던 일상을 잠시나마 되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제법 가파른 능선 길이지만, 산행 시간이 짧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적설기에는 반드시 아이젠과 방한복을 착용해야 한다. 그래야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고, 능선을 타고 휘몰아치는 강풍에도 체온을 빼앗기지 않는다. 겨울 산행에서 특히 조심할 것이 바로 저체온현상이다. 매표소에서 백련사까지는 1시간쯤, 그리고 백련사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 가량 소요된다.

무주리조트가 들어선 뒤로는 향적봉에 올라서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리조트의 관광곤돌라를 타면 향적봉 바로 아래의 설천봉(해발1,520m)까지 단번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설천봉의 곤돌라 정거장에서 환상적인 눈꽃터널 속으로 약 20분만 걸으면 덕유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덕유산 산행의 베이스캠프 격인 무주리조트에는 스키슬로프와 관광곤돌라뿐만 아니라 눈썰매장, 노천온천과 사우나, 특1급 호텔과 가족호텔 등 다양한 부대시설과 놀이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겨울휴양지로 손색이 없다.

적상산 정상까지 드라이브

덕유산 국립공원의 북서부지역인 적상산(1,034m)도 한번 들러볼 만하다. 최근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정상 부근까지 찻길이 뚫려 있어서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이곳에는 고려 공민왕 때 최영 장군이 왕에게 건의하여 축성한 적상산성(사적 제146호)과 고려 충렬왕 때 창건된 안국사가 자리잡고 있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자리잡은 안국사는 조선시대에 적상산 사고(史庫)를 지키는 승병들의 숙소였던 곳이다. 지금은 댐 건설로 본래의 절터를 옮기는 바람에 고색창연한 멋을 느낄 수는 없지만, 경내 어디에서도 우람한 덕유산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빼어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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