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비록 시험 결과에 대한 걱정이 앞서겠지만, 일단 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 지난 몇 해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는 이즈음, ‘하루’라는 짧은 일정으로 집밖을 나서 보자. 시험에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히 맡기기엔 역시 열차여행이 최고다. 선배들의 꿈과 낭만을 싣고 날랐던 경춘선 열차라면 덜컹거리는 소리마저도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벼랑 중턱에 매달린 강촌역

먼저 그 이름도 서정적인 ‘강촌’. 강촌유원지는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꼽으라면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젊음의 열기가 넘치는 곳이다. 경춘선 열차가 서는 이곳은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강물을 굽어 보는 벼랑 중턱에 매달린 강촌역과 물가를 따라서 걷는 산책로, 해가 지고 강가에 어둠이 깔리면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모닥불도 놓치지 않기를. 가평역에서 내리는 관광객의 절반 이상은 남이섬으로 향한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소개된 이후 한류 열풍을 탄 이곳은 일본, 동남아 젊은이들에게도 꼭 가보고 싶은 관광지 중의 하나가 됐다. 남이섬에 가기 위해서는 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이면 선착장에 도착하게 되는데 섬 둘레에 만들어진 자작나무를 따라 걷는 산책로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유명하다. 선착장에는 회전목마, 모노레일, 낭만열차 등의 놀거리에다 섬 주위를 일주하는 래프팅과 모터보트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사계절 독특한 비경 백운산

울려 퍼지는 메아리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가까운 산으로 떠나보시길. 경기 포천군과 강원 화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백운산은 크고 작은 연봉들과 기암 괴석이 어우러진 곳이다.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옥수와 굽이마다 전설을 간직한 취선대 등 절경이 사계절 모두 독특한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데 특히 그림처럼 아름다운 백운계곡에 서 있노라면 머리속이 깨끗이 씻겨지는 기분마저 든다. 산의 정문인 흥룡사 입구와 캬라멜 고개라 불리는 광덕고개가 등산로다. 흥룡사 입구에서 출발한다면 능선을 타고 백운산-도마치봉-계곡로 하산, 또 다른 방법으로 광덕고개 왼편 능선을 따라 오르면 백운산 정상 정복이 용이한데 백운산에 먼저 오른 뒤 도마치봉-흥룡봉을 거쳐 계곡을 따라 흥룡사쪽으로 하산한다. 둘 다 3시간 30분 정도 소요. 돌길이 거의 없어 육산이지만 가파른 곳이 많은 만큼 젊음의 패기와 굳은 인내를 요구한다.


소나무 철길 어우러진 정동진

떠나면 고생이지만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겨울 바다’를 추천한다. 영화 ‘시월애’의 촬영장이자 낙조로도 유명한 강화군의 석모도. 아름다운 석모도에 가기 위해서는 강화의 외포리 포구에서 10여 분간 배를 타야 한다. 배에서 승선객들이 던지는 새우깡에 춤을 추 듯 날아드는 갈매기 떼의 모습은 장관이다. 석모도에는 해안을 따라 초생달 모양으로 예쁘게 자리잡은 민머루해수욕장과 장구너머 포구로 이어지는 환상의 해안도로와 분위기 있는 카페, 그리고 남해보리암, 낙산 홍련암과 함께 3대 기도처로 알려진 낙가산 보문사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아기자기한 여정으로 섬을 돌아볼 수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소나무는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정동진도 좋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곳 정동진. 서울에서 밤 늦게 출발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새벽에 정동진역에 도착해서 해돋이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소나무와 철길이 어우러진 일출 장면은 한국에서 오직 한 곳, 바로 정동진 뿐이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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