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박정오 큰샘 대표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6.10.[뉴시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박정오 큰샘 대표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6.10.[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우리 정부가 북한의 맹비난에 맞춰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공분을 자초하고 있다. 바로 '대북 전단(삐라·ビラ·Bill)'을 살포한 국내 단체를 고발하겠다는 것도 모자라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고까지 했기 때문이다.

北 김여정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맹비난성 담화문이 있은지 불과 6일 만인 지난 10일, 통일부는 긴급 현안브리핑을 열고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정오)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통일부는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이유에 대해 "정부는 두 단체가 대북 전단과 PET병 살포 활동을 통해 남북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과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함으로써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리 국민을 향해 무력 도발 의지를 밝힌 북한에 대한 비판은 없고, 오히려 국내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해 북한을 자극함으로써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통일부는 이들 단체들이 민법을 어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법 38조(법인의 설립허가 취소등과 관련)에 따르면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혹은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 또는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주무관청을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정부 설립허가를 받을 때 제출했던 목적, 정관 등을 통해 '정부 통일정책 추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평화통일에 이바지하겠다는 게 목적"이라며 "큰샘의 경우 탈북청소년을 돕기 위한 활동을 하겠다는 게 설립 허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렇게 밝힌 단체들이 전단과 페트병을 살포한 행위는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다 판단했다"며 "또 이 단체들이 정부 통일정책 추진이나 평화통일 환경 조성을 저해한다면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대북 전단 살포 행위는 곧 법인 설립 목적과 동떨어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일명 '삐라'로 알려진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

北 김정은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나 그의 동생인 김여정은 지난 4일 담화문을 통해 탈북민들은 '망나니짓','똥개','인간추물'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그 책임을 우리 정부로 돌렸다. 

그러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는 답변을 내놔 빈축을 샀다.

그런데 통일부는 北 김여정의 담화문이 발표된지 불과 4시간만에 정례 브리핑을 열고 '대북전단살포'를 "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매도했다.

심지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의 긴장 요소로 이어진 사례에 주목했다"며 "중단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기자들에게 "교류협력법 등 현행법 적용만으로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법률 제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동일하다"며 강행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그간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엄정 적용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교류협력법 위반 수사 의뢰와 형사처벌도 병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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