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쳐 흐르는 남강을 따라 기이한 병풍 절벽이 펼쳐진 곳. 그 절경 위로 진주성과 촉석루가 사뿐히 내려 앉아 있는 곳. 그 곳이 아니라면 맛볼 수 없는 상차림으로 주린 여행객의 배를 채워주는 곳. 산 좋고 물 좋고 여기에 조상의 얼이 서린 문화유산도 가득한 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면 경남 진주로 떠나보자.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든 진주는 그 곳만의 빼어난 무엇을 가지고,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이 여행객의 오감을 만족시켜 줄 것이다. 남강이 동서로 누워 있는 진주시를 삼등분하면 중앙은 문화유적이 집중되어 있는 시가지, 서쪽은 청정자연지구이며 동쪽은 개발지구다. 중앙의 남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남쪽의 유서깊은 가람이 우리를 과거의 역사 공간으로 또 진주 특유의 문화와 예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살아있는 진주성의 역사

왜군과의 2차 전쟁인 1593년 6월, 7만여명의 민·관·군이 최후까지 항쟁하다 장렬하게 순절한 곳. 남강변에 자리한 진주성은 임진왜란 때 진주목사 김시민이 왜군을 대파해 임진왜란 3대첩중의 하나인 ‘진주대첩’을 이룬 곳이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가 집약되어 있는 진주성은 의기 논개의 얼이 서려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진주성 외부는 석성으로서의 위엄이 서려있고 내부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본래 토성이던 것이 고려 우왕5년(1379)에 석성으로 다시 태어난 진주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 역사적 의미가 크다 하겠으며, 정작 성내는 각종 문화 및 역사유적지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우선 남강변으로 난 촉석문을 들어서면 조선시대 3대 누각 중 하나였다는 촉석루를 바로 만날 수 있다. 벼랑 높이 선 비교적 큰 누각은 진주성과 남강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남강가 바위벼랑 위에 장엄하게 높이 솟은 촉석루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영남 제일의 아름다운 누각, 진주8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이유를 실감하게 된다. 고려 고종 28년(1241)에 창건, 8차례의 중건과 보수를 거친 촉석루는 장원루(壯元樓)라고도 불리었으며 전쟁중에는 진주성을 지키는 지휘본부였고, 평화로운 시절에는 고시장(考試場)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임진왜란의 한 가운데서도 그 곳에서 생을 다한 이들과 함께 호흡했던 촉석루는 한국전쟁 때 소실되고 없다.

지금의 것은 1960년에 복원된 것이다. 촉석루 암벽 아래 남강 물 속에 있는 의암은 임진왜란 전에는 ‘위험한 바위’, 위암(危巖)이라고 불리었다. 논개가 이 바위에서 왜장을 껴안고 투신한 후 의리를 세운 바위라 해 의암(義巖)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랜 시일을 두고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움직여 암벽 쪽으로 다가섰다가, 때로는 강쪽으로 이동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또한 독특한 지붕양식에 나지막하게 앉아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 전문 역사박물관으로 왜란에 관한 기록과 유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어린이 학습은 물론 어른들의 역사 이해에 더없이 유익하다.

우뚝 솟은 뒤벼리와 새벼리

이밖에도 진주성 내에는 충절의 여인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 의기사, 임진왜란 때 순절한 39명의 신위를 모신 창렬사, 호국사 및 다수의 문화재급 유적지와 유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진주성 밖의 향토민속관과 인사동 골동품 거리에서는 우리 전통 예술의 미를 맛볼 수 있으며 특산품 전시판매장에서는 진주실크 등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남강가에 우뚝 솟은 벼랑 뒤벼리도 빼놓을 수 없는 진주의 명소다. 굽이쳐 흐르는 남강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진주성의 동쪽 기슭을 흘러가던 남강의 물결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휘돌아 흐르기 시작하면서 병풍을 두른 듯 깎아지른 절벽이 강줄기를 따라간다.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새벼리는 진주시 가좌동에서 주악동에 걸쳐 있는 절벽을 말한다. 아래의 남강과 절벽을 따라 펼쳐진 도로가 주변 경관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입구에는 석류공원이 조성돼 있으며 망원정에 오르면 칠암지역과 도동지역 시가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남강을 사이에 두고 진주성 건너편에 위치한 망진산 봉수대는 석류공원보다 진주 시내를 전체적으로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예부터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통신 수단으로 이용된 봉수대는 그 크기가 옛날의 것보다 1/3로 축소, 조성됐다. 날씨가 맑은 날을 골라 봉수대에 오른다면 지리산까지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보는 시내 야경은 영화 속의 한 장면. 자동차가 봉수대까지 올라갈 수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노을이 아름답다, 진양호

진주성을 지나 10여분을 달리면 도심 시가지는 끝이 나고 어느새 병풍산을 두른 진양호를 만나게 된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저녁 진양호 공원 내 산길을 따라 전망대까지 걸어올라 보자. 노을 속에 또 호수안개 속에 사라지는 지리산 자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행자의 피로는 모두 걷히게 된다. 경호강과 덕천강이 만나 형성된 서부경남의 유일한 인공호수인 진양호는 진주의 대표 관광지로서, 인근 관광시설로는 물문화관, 동물원, 진주랜드, 진주시전통예술회관 등이 있다. 진주도심에서 마산방면으로 20분 정도를 내달리면 아름다운 꽃과 숲의 향기가 가득한 경상남도 수목원에 닿을 수 있다. 17만평의 면적에 우리나라 자생종과 외국 수종 중 보존가치가 있는 식물 1,500여 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림박물관, 열대식물원, 수생식물원, 야생동물원, 무궁화공원, 동물원 및 대형 잔디장 등 주제별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는 휴식과 학습의 장으로 그만이다.

이 중 산림박물관은 국내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진주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번화한 진주시내를 벗어나 월아산 청곡사와 마주할 수도 있다. 꼭 기억할 것은 해돋이가 천하일품이라는 것. 한가롭고 여유로운 농가들을 지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월아산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남녘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879년 창건)이라는 청곡사가 누운 것이 보인다. 청곡사는 월아산 산자락에 놓인 터라 경내 곳곳은 대숲, 동백, 야생 차나무가 어우러져 있으며, 대나무와 동백으로 겨울에도 푸른빛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사찰은 영신회 괘불탱, 목조제석천, 3층 석탑 등 다수의 문화재도 보유하고 있다. 청곡사는 산 초입에 위치하고 있으며 내친김에 아름다운 월아산 등반을 계획하는 것도 좋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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