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뺌하다 DNA 발견되자 혐의 인정

작곡가 ‘단디’. [사진=SD엔터테인먼트]
작곡가 ‘단디’. [사진=SD엔터테인먼트]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귀요미송’ 작곡가이자 ‘미스터 트롯’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프로듀서 겸 래퍼 단디(33‧안준민)가 지인의 여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운데, 혐의를 부인하던 단디가 어떻게 덜미를 잡혔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피해자 상태는?···피해자 법률대리인 정신적 트라우마 있어 치료 병행 중

지난달 29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단디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했으며, 지난 9일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등에 따르면 단디는 알고 지내던 여성 지인의 집을 지난 4월 초 방문, 지인‧지인의 여동생 A씨와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지인과 A씨가 각자의 방에서 잠들자 단디는 A씨의 방으로 건너가 잠든 A씨를 성폭행했다.

잠자던 A씨는 이상을 느껴 깨어 보니 자신이 입고 있던 하의와 속옷 등이 벗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

옆방에서 자던 A씨의 언니가 달려와 단디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추궁했으나 단디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단디는 “실제 성관계는 없었다”며 경찰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단디의 만행은 DNA검사가 이뤄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DNA 어떻게 발견됐나

당초 혐의를 부인하던 단디는 피해자 A씨가 제출한 증거자료에서 DNA가 발견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A씨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동광 민경철 대표 변호사는 일요서울에 “성폭행이 이뤄졌으면 남자 신체 일부 DNA가 여성 신체 일부 안에 묻어 나오지 않는가. 그걸 확인하는 게 DNA 검사고, 정액 검사도 같이 이뤄진다”면서 “DNA검사 결과, 여성 신체 일부에서 남성 DNA가 나왔다는 것은 남성의 신체 일부가 여성에게 접촉됐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아니겠는가. DNA검사를 했을 때 가해자의 DNA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범죄가 일어나고, 신고하면 경찰은 기본적으로 피해자를 해바라기센터(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에 데려간다. 이곳에서 상담도 받고, 의료기관과 연결돼서 DNA검사에 필요한 시료를 채취한다”면서 “성범죄와 거의 자동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이다. 거기서(해바라기센터) DNA검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디는 범행 현장과 경찰 초기 조사에서도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가 핵심 증거들이 나타자자 혐의를 인정했다. 해바라기센터의 조언에 따라 신체검사를 받은 A씨의 몸속에서 단디의 DNA가 발견됐고, 경찰이 확보한 단디의 속옷에서도 A씨의 DNA가 검출됐다.

민 변호사는 “DNA 감정 결과가 나오면 꼼짝 못 한다. 괜히 부인해봤자 더 중한 처벌만 예상되니까…최초 경찰 조사단계에서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는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피해자 A씨의 상황은 어떠한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민 변호사는 “젊은 여성분이 그런 일을 당하고 나서는 굉장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정신적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많이 회복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단디’ 누구?

최근 온라인상에는 가해자의 정체를 두고 여러 추측이 떠돌았다. 일각에서는 1인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아티스트의 이름을 거론하며 의혹을 제시했으나, 결국 한 매체의 취재 결과 지난 10일 단디로 밝혀졌다.

단디는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귀요미 송’을 작곡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이 밖에도 김종민의 ‘살리고 달리고’, 그룹 배드키즈의 ‘귓방망이’ 등을 작곡했다. 올해 종영한 ‘미스터 트롯’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가수로서 활동도 했다. 트로트와 EDM을 접목한 신곡 ‘들었다 놨다’를 발매한 것. 현재 단디는 자신이 소속된 SD엔터테인먼트를 떠난 상태다.

SD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뉴시스에 “단디가 최근 불미스런 일에 휩싸인 것이 맞다.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회사 측에서도 같은 의사를 전달해 퇴사했다”고 밝혔다.

항간에는 단디가 직접 SD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이곳 대표를 지냈다는 설도 있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SD 측은 “단디가 우리회사를 설립했다는 것은 잘못된 보도다. 회사가 잠시 고용했던 프로듀서”라고 전했다. 단디가 이 회사 소속 그룹 ‘새러데이’를 론칭했다는 것에 대해에서도 SD는 “새러데이 제작과는 관련 없는 인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측은 미스터 트롯 예선에 참가한 단디의 ‘둥지’ 영상을 삭제했다. 단디의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자 가요계와 방송계가 연이어 선긋기에 나선 것.

이와 함께 단디는 이번 혐의를 기점으로 과거 히트곡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단디가 작곡‧작사한 ‘귀요미 송’은 여성 화자가 아이처럼 굴며 스스로 대상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걸그룹 배드키즈의 ‘귓방망이’ 등은 “밤만 되면 나를 찾는 나쁜 남자들” 등의 가사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 상태다.

지난 9일 단디는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민 변호사는 “요즘 성범죄 처벌 수위가 과거에 비하면 많이 높아졌다. 자고 있는 여성을 간음하는 것은 굉장한 중범죄에 속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중하게 처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오는 7월3일에 단디 성폭행 혐의 관련 첫 공판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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