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한때 김정은 위원장 ‘신변이상설’로 국내외가 떠들썩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다시 북한 발 ‘도발 위협 공세’로 여야, 보혁이 또 논란의 중심에 빠져들어 시끌벅적하다. 발단은 김정은 신변 이상설과 함께 당시 북한 비상 시 후계 구도까지 거론되면서 급부상했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의 6.4 대북 전단살포 관련 강경 대응 조치가 포함된 ‘담화’ 발표 이후이다.

이후 곧바로 청와대, 통일부, 민주당 등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속전속결식 대북 전단살포 금지와 법적 조치들이 연일 전개되고 있다. 즉각 탈북자 단체들의 ‘과도한 대북 전단살포 행위’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존 위협과 생계 활동 지장 등을 내세워 법 개정과 탈북자 단체들에 대한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 그 조치의 첫 시발은 6.11일 ‘자유북한운동연합’과 '(사)큰샘' 두 곳의 탈북단체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당연히 수사가 이뤄질 것이고 단체허가 취소나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사법처리도 뒤따를 수 있다.

그동안 코로나 위기 속에서 북측의 간헐적인 단거리 미사일 발사, 남북 간엔 휴전선 총기 도발 상호 대응조치 외엔 큰 마찰과 대립은 없었다. 그런데 느닷없다 할 정도로 북한발 도발위협과 남북관계 중단조치는 대단히 이례적이고 급작스러운 국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북한발 도발위협’은 몇 가지 핵심적 문제와 배경을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는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는 일관되게 북미 핵 협상 봉착 국면에서도 독자적인 남북관계 돌파방안들을 모색해 왔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코로나 K 방역 성과’에 대한 세계적 호평, 4.13 총선승리 자신감을 바탕으로 총선 이후 ‘한반도 뉴딜정책’으로 불리는 철도연결, 코로나 공동 방역 등 ‘독자적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둘째는 북한 지도체제의 변화이다. 김정은 ‘신변 이상설’ 이후 가장 확실한 북한의 변화는 김여정의 북 정권 내 위상 급변이다. 담화 발표는 곧 북한 주민들에게 상세히 공개되고 곧 북한 관련 대남조직들이 일사불란하게 김여정 지시 이행 조치들에 착수했다. 이전의 김정은 지시 때나 볼 수 있었던 조치들이었다. 남북 연락선을 단박에 끊고, 대남 보복 조치들을 연일 언급하며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형상만 본다면, 남북 간 첨예한 대립 양상이고 현 정부가 공들인 ‘9.19조치 파기’와 ‘판문점회담 합의조치’ 들도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셋째는 통상 북한이 핵 위협으로 ‘미국 때리는 시기’에는 북의 대남도발 수위가 제어되거나 ‘종속변수’였다. 양쪽을 대상으로 싸움을 걸지는 않아 왔다. 더구나 이번의 북한 조치는 그동안 남한의 다양한 대북 유화 조치 의사에도 불구하고 직접 위협, 도발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몇 가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북한의 ‘대남 직접 위협게임’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왜 북한은 남한과의 군사 대결도 아닌, 일개 탈북단체들의 ‘저강도 대북 공세’(?)인 전단살포를 빌미로 한 ‘고강도 대남 도발 및 위협조치’를 강행하려는 것일까. 북한은 침체기인 북미 핵 협상이 美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봉착한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미국 정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핵 협상보다 지속적 핵 개발과 보유에 무게를 두면서 북미대결보단 우선 남북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북한 체제 보위’를 위한 고질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함에 목적을 둔 것일 수 있다. 앞서 말한 현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은 급변할 수 없는 ‘불가역적 대북정책’이라 보는 것이다. 집권 여당은 압도적 총선 승리로 단독 177석에 ‘범여권 공감 정책’ 국회 통과 시 범여권 190석의 무소불위의 국회 권력 구도를 북한은 알고 있다. 남한 내 보수당을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는 탈북단체 ‘제재 위헌론’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번엔 충분히 제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남한 내 의회 권력 구도 변화에 맞춰 북한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동생 ‘김여정의 핵심 권력 태우기’는 ‘덤’으로 얻는 기회이다. 북한으로선 제어가 쉽지 않은 무력 대결이 아닌 이상, 남한이 얼마든지 ‘양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조치라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자존심’이다. 일개 탈북단체의 ‘대북 저강도 공세’에 불과한 전단 살포와 체제 비판에 대해 북한이 ‘고강도 도발 위협’과 현 정부가 공들여 쌓아 온 ‘한반도 평화 패러다임’까지 허물 태세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남북 간 접촉도 협상도 공방도 없이 그냥 ‘묻지 마 해결사 노릇’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서글픈 것이다. 남한 집권 ‘여당의 위세와 힘’을 믿고 ‘묻지마식 일방통행’을 강요하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 위협 게임’에 대해 ‘뭐라도 내놓으라’ 고 해야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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