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의원이 8월29일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두고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총선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지만 당 대표에 당선되면 불출마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당혹스러운 인사는 이낙연 전 총리다. 

여야 차기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로선 당권을 쥐고 당내 세력을 확보해 차기 대권까지 순항하려는 계획이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내년 3월까지밖에 할 수 없는 7개월짜리 당대표지만 ‘호남 출신’에 ‘비주류’인 이 전 총리 입장에서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서 당내 우군 확보가 당면한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친문 등에 올라타 불안한 1위를 달리느니 확실한 당내 세력과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해 자력으로 대권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대권 불출마를 시사하면서까지 당권 도전 의지가 강하자 당 안팎 기류가 바뀌는 분위기다. 

청와대나 친문 지지자 입장에서는 대선은 2년 남짓 남았는데 전당대회가 대선 주자 간 각축장으로 변해 조기 과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현재 대통령의 힘은 빠질 수밖에 없는데 미래 대통령이 조기에 부상하는 것이 탐탁할 리가 없다. 

김부겸 전 의원으로선 ‘당대표 당선=대선 불출마’ 선언은 그래서 ‘신의 한 수’라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전 의원 역시 TK 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미약하다. 비주류 중의 비주류다. 지난 총선에서 대권 도전 선언을 했지만 차기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을 돌아야만 하는 전당대회 특성상 당내 선거 비용이 수십억 원이 들어간다. 한계도 없고 보전도 받지 못한다. 차기 대선 선호도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는 정치인들과 일반인들한테 후원금 모집을 통해 선거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둘째치고 당대표가 될지 말지 확실하지 않은 김 전 의원에게 뭉칫돈을 후원할 인사는 많지 않다.

김 전 의원 입장에서는 당권에 도전을 한다면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인 셈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위기를 ‘대선 불출마’라는 카드를 통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제 공은 이 전 총리에게 넘어갔다. 

일단 이 전 총리는 말을 아끼고 있다. 대선 출마가 확실한 이 전 총리 입장에서 ‘7개월짜리’ 당대표직을 위해 김 전 의원처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당권 도전을 포기하고 대권 도전을 하자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1등을 달리는 대선 후보가 7개월 대표직을 하겠다고 당권 도전에 나서는 것 자체가 모양새가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설 수밖에 없는 게 이 전 총리의 정치적 환경이다. 

이 전 총리의 선택지는 출마냐 불출마냐 둘 중 하나다. 출마할 경우 1등은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큰 격차가 아닌 박빙의 승부가 된다면 정치적 득을 보는 것은 김 전 의원이다. 당대표 선거에 떨어져 대권 도전을 할 수 있고 전대를 통해 조직과 인지도 면에서 대선 출마할 수 있는 기본 동력을 마련 할 수 있다. 만약 이 전 총리가 불출마하면 1등 주자로서 위상과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공산이 높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도 있다. 과연 당내 주류인 친문 인사들과 지지층의 선택이다. 구도는 관리형 대표 김부겸 대 대권주자 이낙연 구도로 형성됐다. 친문은 대선 후보로서 이 전 총리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다. 그런데 관리형 당대표를 선호하는 친문 입장에서 1등 대선주자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냐는 차원이 다르다. 이래저래 김 전 의원의 대선 불출마 배수진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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