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무려 840조 원 넘어…정치권은 복지 확대 ‘가열’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올해 나랏빚은 무려 840조 20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 9일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는 올해 3차 추경안이 반영된 액수로, 지난해(728조 8000억 원)보다 111조4000억 원이 불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현금 살포’성 정책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3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고용보험 적용의 획기적 확대”를 약속하며 “법과 제도를 정비해 고용보험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全) 국민 고용보험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쩐(錢)의 전쟁’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5.10.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5.10. [뉴시스]

 

-재정 출혈 예상되는 기본소득·고용보험…우려에도 ‘군불 때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3주년 특별연설에서 거론된 ‘복지 확대 기조’는 곧장 여·야·정의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고용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며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全)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예술인 등에 이어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전(全) 국민 고용보험’이 동력을 얻는 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全)국민 고용보험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우선·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에서의 문 대통령 발언을 인용했는데, “전(全)국민 1인당 일률 지급은 재원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발언에 이어 “기본소득 취지는 공감하나 전원 일률 지급은 무리다. 계층별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게재했다. 바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 중인 ‘기본소득’과의 차이점을 찌른 것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다. 경기도에서는 화두였지만 정작 중앙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도 지난해 하반기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당시 전국 지자체가 비협조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언급하며 불이 붙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다른 사람이 가져간 모양새다.

‘기본소득’은 여·야 경계도 무너뜨렸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실상 공황상태다. 우리는 일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한 대(大)변혁기에 들어가고 있다”면서 “기본소득을 검토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지난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였던 이원욱 의원도 이날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자”면서 가세했고, “통합당 당대표께서 의제화했으니 기본소득은 이제 한국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쟁화될 전망”이라는 평을 내놨다. 

핵심은 ‘전(全)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CAC(Cities Against Covid-19) 글로벌 서밋 2020'에서 퓰리처상 수상작 '총·균·쇠'와 '대변동' 등의 저자이자 세계적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와 '코로나 이후 사회 대전환'을 화두로 대담을 하고 있다. 2020.06.04.[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CAC(Cities Against Covid-19) 글로벌 서밋 2020'에서 퓰리처상 수상작 '총·균·쇠'와 '대변동' 등의 저자이자 세계적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와 '코로나 이후 사회 대전환'을 화두로 대담을 하고 있다. 2020.06.04.[뉴시스]

 

朴 ‘전국민 고용보험’ vs 李 ‘기본 소득’…‘갑론을박’

‘전(全)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모두 ‘큰 복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차이점은 지급 대상에 대한 ‘선별’이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소득’의 경우 재분배 효과를 떨어뜨려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시키게 된다”며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우선·집중 지원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평했다.

특히 그는 “특수고용종사자·프리랜서·자영업자를 비롯해 소득 있는 취업자”를 강조했다. 박 시장은 산업연구원 보고서를 언급하며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의 82%는 고용보험 미가입자’라고 밝혔다. 그는 “정규직 종사자들은 모두 4대 보험과 고용보험이 적용되지만, 자영업자 등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소득감소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는 1353만 명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와 영세사업자는 각각 510만 명, 378만 명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단기 근로자 등은 218만 명과 140만 명에 달한다.

박 시장은 다음 날인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10만 원 씩만 준다고 해도 62조 원이 소요된다”면서 “국민연금·의료보험을 제외한 국내 모든 복지재원이 50조 원인데,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고자 타 분야를 제외할 수는 없다”며 쐐기를 박았다.

반면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줄기차게 밀고 있다.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에 따르면 기본소득의 공식적인 정의는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무조건적으로, 자산심사 없이 지급되는 소득’이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지난 2015년, ‘청년기본소득’이라는 정책으로 시행해왔다. 성남시는 당시 ‘성남시 청년배당 지급 조례’를 제정한 후 2016년부터 배당을 시행했다. 당시 성남시가 추진했던 사업에 따르면,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의 모든 청년에게 분기별 지역상품권 25만 원가량을 지급했다.

경기도지사 취임 후 만 2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기본소득’을 지급 중이다. 지난해 4월부터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은 분기별로 25만 원씩 1년 동안 총액 100만 원을 지역 화폐로 받는다. 해당 대상자는 무려 17만 명에 달한다. 약 17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1인당 100만 원을 전 국민(5000만 명)에게 지급한다고 계산할 경우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앞서 이 지사가 장기 목표로 제시했던 월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연간 300조 원이 필요하다. 정부 총예산은 512조 원에 불과한데, 절반 이상이 기본소득에 투입되는 모양새가 된다. 결국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검사 사칭'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1.24.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검사 사칭'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1.24. [뉴시스]

 

결국 핵심은 ‘재원 마련’…다량의 재정 출혈 ‘우려’

더불어민주당의 대권주자 1위로 점쳐지고 있는 이낙연 의원 또한 지난 8일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박 시장과 이 지사의 의견 차에 이어 이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며 “다만 기본소득제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 온 복지체제를 대체·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 논의·점검이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 또한 ‘재원 마련과 대체안’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지난 11일 ‘경제지식네트워크’를 통해 ‘기본 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이 교수는 “국내 정치에서는 정의당을 비롯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기본소득’을 강력 주장하고 있는데, 이른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확대에 따라 눈치 보지 않기 위해 기본적으로 소득을 보장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교수는 ‘기본 소득’에 대한 문제점을 주장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근로 의욕 감퇴와 통화량 증발 효과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결국 하나의 복지를 또 만들어 낼 것이냐의 문제로 가게 되는데, 월 100만 원을 보장하게 되면 차기 선거에서는 어떻게 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앞서 최저임금 문제도 논란이 진정되지 못했는데, 온 국민이 받는 소득에 대해 과연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절반가량이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해 이미 상당한 보조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의 핵심은, 그 보험료를 누가 얼마나 지불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은 말하지만 일자리는 뒷전”이라며 “전국민 고용보험 시행 시 누가 얼마나 내는지를 밝혀야 정확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박 시장의 전국민 고용보험 모두 ‘다량의 재정 출혈(出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28조 원이었던 나랏빚은 올해 111조 원 이상 늘어 840조 원이 됐다. 나랏빚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 됐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1년 사이 100조원 가까이 늘었으며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처음 110조를 넘어섰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뉴시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1년 사이 100조원 가까이 늘었으며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처음 110조를 넘어섰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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