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파격실험에 여의도 정치권이 출렁거리고 있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내놓은 보수혁신담론으로 통합당 안팎이 시끄럽다. 21대 총선 참패를 딛고 통합당 부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김종인 위원장의 히든카드에 통합당 3선 이상 중진들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통합당의 정체성인 보수깃발을 버린 채 진보진영의 전유물로 알려진 기본소득의 과감한 도입을 언급하는 등 눈에 띄는 좌클릭 행보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진의원들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 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6.10. 뉴시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진의원들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 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6.10. 뉴시스

- 김종인파격실험 속도전에 여의도 정치권 출렁출렁
- 김종인 특유의 판흔들기에 통합당 중진 속앓이 끙끙


김종인 위원장의 최근 실험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카드를 꺼내는 것 이상의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이 정치권 이슈 선점에 성공하면서 통합당 부활의 발판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김종인 위원장 특유의 판흔들기로 여의도 정치권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도 흘러나온다.

다만 통합당 중진 상당수는 김종인표 보수혁신에 대한 속앓이가 커지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삼고초려를 거쳐 구원투수로 모셔온 만큼 공개적인 반대에 나서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김종인 위원장 특유의 과감한 개혁에 반대할 경우 통합당 안팎이 또다시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구나 통합당이 총선참패 이후 이제 겨우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심한 노선투쟁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에는 보수본류인 통합당의 정체성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통합당이 보수정당이 아니라 민주당 2중대와 다를 바 없다는 격한 표현마저 나오고 있다. 당 중진들의 불만은 차기 대선구도와도 연결돼 있다. 보수혁신의 주도권을 김종인 위원장에게 완전히 내줄 경우 20223월 차기 대선국면까지 김종인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파격실험 속도전 vs 장제원 연일 김종인 저격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김종인 위원장의 파격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본류인 통합당에서 보수불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예상밖의 속도전이다. 내용 또한 보수와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진보의제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취임 당시 진보보다 더 앞선 진취적인 정당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사흘 뒤인 4일 첫 기자간담회에서는 좌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본소득 화두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은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극대화가 정치의 목표라면서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쏘아올린 기본소득화두는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대중의 이목을 끄는데에도 성공했다. 여야 정치권이 한동안 기본소득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는 물론 부동의 차기 1순위 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까지 가세할 정도였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 기본소득을 백가쟁명의 장으로 끌어내 주신 김종인 위원장님의 뛰어난 역량에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의 뜻을 표할 정도였다.

기본소득 의제뿐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던진 이슈는 대부분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김 위원장의 초기 행보는 대단히 성공적이다. 여론의 주목이 미미하던 통합당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복지문제와 관련해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선별적 복지를 강조해온 통합당에서 고용보험 확대, 전일보육제 등 혁신적인 복지정책을 화두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11년 무상급식 투표 논란으로 물러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트라우마마저 벗어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는 통합당이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은 김 위원장은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당 안팎의 크고작은 공개 반발에도 굳이 신경 쓸 게 없다며 무시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기본소득 논쟁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기본소득에 이어 노동담론와 민주화 이슈 등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합당의 완벽한 변신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씩 전진하는 셈이다.

다만 당 외곽의 호평과는 달리 내부 상황은 다르다. 기본소득을 비롯해 진보의 전유물을 보수혁신의 아젠다로 내건 김 위원장에 대한 통합당의 중진들의 반발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특히 부산 출신 3선 중진인 장제원 의원은 연일 김종인 때리기에 나서며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해 융단폭격식 비난을 퍼붓고 있다.

김 위원장의 개인 플레이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을통해 “(김종인 위원장이) 지지층에는 상처를, 상대 진영에는 먹잇감을 줬다당의 마이크를 완전히 독점했고 무척 제왕적이라고 꼬집었다. 감독이 아무리 좋아도 골은 선수가 넣는다혼자서 북치고 장구 칠 것이 아니라 대선후보군이 함께 뛸 운동장과 마이크를 제공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기본소득제는 사회적 배급주의라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은 세금의 파격적 인상을 국민들이 수용하고 지금의 복지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기본소득 논의에 반대했다.

vs 중진 위험수위언제든 터질 휴화산

미스터 쓴소리장제원 의원의 공개반발은 당 안팎으로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개혁 성향인 초선 의원들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보수혁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내 반발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급기야는 유력 차기주자가 공개 반발에 나섰다.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공개 석상에서 김종인 때리기에 나섰다. 원 지사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특가에서 진보의 아류로 돼선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종인 위원장을 진보의 아류보 평가절하한 셈이다. 원 지사는 통합당의 각종 선거 참패와 관련, “실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대한테 3연속 참패를 당하고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는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보수의 유니폼을 입고 승리를 강조했다.

급기야는 지난 10일 김 위원장과 4선 이상 중진 의원과의 비공개 회동도 열렸다. 김 위원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당내 중진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자리였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동의 분위기는 냉랭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중진연석회의였지만 크고작은 오해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의 가치를 부정한 게 아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상당수 중진들은 김 위원장의 지나친 일방통행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총선 이후 대안부재론 속에서 김 위원장 영입을 강력 요청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풍경이다.

박진 의원도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지켜내는 것은 중요하고 그것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보수가치 재정립을 강조했다. 홍문표 의원은 당명이 미래통합인데, 미래는 확실히 예측할 수가 없고, 통합은 지금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명수 의원은 당이 실질적으로 준비돼 있는지 답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당수 중진들이 김 위원장의 당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소통의 문제를 지적한 셈이다.

원희룡 대권주자 속속 반발차기대권 놓고 충돌

김 위원장과 중진 갈등의 기본 원인은 차기 대권을 둘러싼 인식 차이다. 김 위원장은 킹메이커로서의 위상과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까지 통합당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뒤 명예퇴진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차기대선 후보군으로는 경제를 아는 70년대생을 언급하는 등 이른바 ‘40대 기수론을 주창한 바 있다.

특히 당내 대선주자가 없다며 기존 주자 배제 방침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구상에 대해 중진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내년 4월까지 한시적 체제가 아니라 차기 대선국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종인 체제가 차기 대선국면까지 이어진다면 통합당 중진들의 역할과 설 자리는 사실상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과 중진들이 대규모 전면전은 자제하고 있지만 수면 아래는 폭발 일보 직전이다. 양측의 대충돌은 이미 예정돼 있다. 구체적인 시기가 언제일지만 남아있다. 이 때문에 통합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과 당 중진들이 정치적 운명을 모두 건 대혈투에 나서지 않겠느냐느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관건은 여론이다.

김 위원장의 개혁작업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형성될 경우 당 중진들의 반발세는 꺾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완전히 당을 장악한 후 대선 때까지 보수혁신 로드맵을 주도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 위원장이 킹메이커가 아니라 대안부재론을 명분으로 플레이어로 대선에 뛰어들지 않겠느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올 정도다.

다만 오는 9월 정기국회를 기점으로 21대 국회가 본격화하면 권력의 중심은 원외가 아닌 원내가 될 수밖에 없다. 원외 대표인 김 위원장의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통합당 중진들의 대반격이 성공할 경우 김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이 경우 통합당은 조기 전당대회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또한번 극심한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다.

통합당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김종인 위원장과 중진들의 갈등은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보수혁신을 둘러싼 가치 논쟁의 성격이 크다현 단계는 아닐지라도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진입하는 정기국회 종료 이후 양측의 대충돌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어느 쪽이 승자가 되든 패자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김종인 위원장의 향후 정치적 운명 또한 중진들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준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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