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을 이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간에 핑크빛 기류가 감돌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야권 내 잠룡 중 한 명이다. 정치권에선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 대수술에 나선 김 위원장의 마음 속에 중도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로 안 대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통합당 핵심 인사들은 차기 대선에서 안 전 대표를 비롯해 야권 대선 주자들을 끌어모아 야권 단일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말을 한다. 안 대표가 최근 안보 챙기기와 여권 때리기에 열중하며 우클릭행보에 나선 것도 한몫하고 있다. 통합당 내에서 이른바 안철수 영입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통합당 내 차기 대권 후보들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더 생겼다는 점 때문에 안철수 깎아내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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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인사들 과 가까운 인사들에게 통합당 합류메시지 흘려
- 안철수 경쟁해야 하는 차기 잠룡군 결국 안철수 깍아내리기나서

통합당의 가장 큰 고민은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여권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30% 이상, 이재명 경기지사가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야권 성향의 대선 후보들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 존재감 사라진 총선 영남에서 표 더받아

더욱이 21대 총선에서 통합당 등 야권은 참패했다. 이대로라면 차기 대선에서 여권이 다시 한 번 정권 재창출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70년대생 40대 경제전문가를 띄운 이유다.

항간에는 1972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김세연 전 의원과 미국에서 공부한 1970년생 홍정욱 전 의원을 비롯해 윤석열 검찰총장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다만 김 위원장이 “40대 기수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40대 기수론을 무조건 강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한발 물러선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40대 경제통은 없다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군불을 땠던 ‘40대 경제전문가 차기 대선주자론은 실체가 없다. 생각해본 사람은 있겠지만 실제 해당되는 이는 없다. 다만 이 이슈는 이미 목표 달성을 했다비대위원장이 당 장악력을 높이는 차원의 전술이지 실제 후보를 만들기 위한 작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40대 경제통의 실종은 안 대표를 향한 러브콜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통합당 중진 의원실 한 관계자는 “40대 경제전문가는 없다. 지금은 야권이 세를 모아야 할 때다. 안 대표 등을 영입해 야권 대선 주자들과 경쟁한 뒤 후보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 대표도 우클릭 행보를 하고 있는 등 안 대표 영입에 대한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흘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야권 대선 후보들이 한 곳에 모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통합당 의원들 및 관계자들 역시 안 대표와 주요 이슈나 법안을 두고 연대·연합을 넘어 영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앞서의 통합당 중진 의원실 한 관계자는 전남 여수에 처가를 둬 '호남 사위'로 불렸던 안 대표였지만 이번 총선 결과를 통해 호남에서의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대구·경북에서 인기가 많아졌다안 대표도 대구·경북에 공을 들이고 있는 등 범중도·보수진영의 대권주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안 대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대구 의료봉사에 나서는가 하면 지난달 30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축사를 위해 동화사를 방문했다. 그가 두 차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료봉사 활동 및 청년 창업가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또다시 대구를 방문한 것이다.

안 대표가 대구·경북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국민의당이 광주에서 37659(4.87%)를 얻는데 그친 반면 대구에서 115416(8.65%)를 득표했기 때문이다. 또 국민의당은 부산(118570), 경북(8428), 경남(98610)에서 전북(4512), 전남(39862)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더구나 통합당 인사들은 안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에게 통합당과 함께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동안 안 대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듣기만 했다는 후문이다.

야권 통합 첫발 뗐다, 혁신 경쟁 후 통합?

이처럼 안철수 영입 군불때기가 한창인 가운데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공동 연구모임인 국민미래포럼’(가칭)을 만들었다. 나아가 양당 지도부는 여당에 맞서기 위해 당 차원의 연대를 위한 논의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미래포럼은 통합당과 국민의당 의원 20여명이 참여하는 연구모임이다. 지난 5일 처음 한 자리에 모였다. 통합당에선 3선의 유의동 의원과 황보승희, 김병욱, 김웅, 정동만, 정희용, 윤희숙 의원 등 초선 다수 의원이 참여한다. 국민의당에서는 3선인 권은희 원내대표와 최연숙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권 대표와 황보승희 의원이 포럼 공동 대표로 선출됐고, 김병욱 의원이 간사 겸 책임연구원 역할을 맡는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라며 정치적인 입장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간 소통이 이어져야 통합 논의도 힘을 받을 수 있어, 이 모임이 야권 재편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견해다.

또 다른 의원은 모임 이름은 두 당의 당명을 합쳐 정한 건데, 현재 이름 그대로 갈 가능성도 있다현재 어떤 분을 초청하고, 어떤 커리큘럼으로 모임을 진행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의원은 친여 성향의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을 빼면 사실상 원내 야당은 통합당과 국민의당 뿐이다. 두 당이 의기투합한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이 실력을 키우고 여당의 폭주를 견제하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향후 진정한 야권 통합을 위한 첫발을 뗀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선 전 두 당이 합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안 대표가 국민의당 틀을 갖고는 (대선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새로운 기반을 구축해보겠다고 생각하면 통합당에 노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당장은 두 당이 혁신 경쟁을 할 필요가 있지만 결국 힘을 모아야 거대 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대응할 수 있고 대선 승리도 가능하다언제, 어떤 방식이 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안 대표가 입당해 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가능성도 종종 언급된다. 당연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고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의 통합당 경선 후보에 나설 경우 흥행 카드로만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링에 오를 수 있는 인사는 단 한명 밖에 없다는 점에서 통합당 대선 후보들이 안철수 깎아내기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민주당에서 버린 카드”, “안철수는 용도폐기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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