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권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5선의 이낙연 의원이 비록 7개월짜리 당대표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자리를 차지하여 확실하게 대권후보를 꿰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자, 밋밋하게 진행되던 당대표 선거의 열기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당대표 선거에 출마 의지를 표명한 사람은 이낙연 의원을 비롯하여 4선의 홍영표 의원, 4선의 우원식 의원,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지역주의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은 김부겸 전 의원 등 4명이다. 5선의 송영길 의원은 특이하게도 이낙연 의원이 출마하면 본인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출마가 회자되고 있는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내의 역학구도가 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대 총선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친노와 친문을 넘어서는 리더십은 형성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당대표 선거는 친문세력이 어떻게 구심력을 확보할 것인가가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고, 포스트 친문으로서의 이낙연계가 탄생할 것인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리더십의 노화현상, 다르게 표현하자면 86세대의 기득권 편입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홍영표 의원의 출마는 당내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는 친문세력이지만, 중진의 실력자를 가지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으로 읽혀진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를 생각하면, 친문세력의 구심력 역할을 할 인물도 필요하고 대통령의 퇴임 후를 챙겨야 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친문세력의 염원이 담겨있는 출마라기보다는 홍영표 의원 스스로가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모양새다.

우원식 의원의 출마는 민평련이라는 느슨한 연합체를 정치적 이익을 공유하는 정치적 결사체로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내 교두보를 확실하게 구축하고, 당내 계파로서의 민평련의 실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는 당권 확보가 필수불가결이다. 민평련 내에서는 대권과 거리가 먼 우원식 의원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김부겸 전 의원의 출마는 본인도 상상하기 싫었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대구에서 재수 끝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값진 금배지를 달았던 20대 국회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상황이 더 좋았던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주의 망령으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대권을 포기하더라도 당권을 접수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더불어민주당이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TK리더십을 김부겸을 통해 달성한다면, 그가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보다 더 큰 정치적 사건이 될 것이다.

이낙연 의원의 출마는 대세론 밀어붙이기 성격이다. 과거 국민적 지지율만 믿고 실패를 맛보았던 대권주자와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당권을 접수해야 한다고 그와 그의 참모들이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대세론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한 당권 접수의 길은 고난의 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송영길 의원의 불출마는 다소 의외다. 같은 호남주자로서 이낙연의 대세에 도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그렇다면 이낙연이 당대표가 되고, 대권주자가 되고, 대권에 도달하게 된다면 자신의 길이 열릴까? 그의 불출마는 86세대에서 가장 앞서가던 그의 지위도 흔들리게 되고, 호남 정치인으로 자신의 정치력도 한정되어 버리는 백해무익의 결정인데 그는 왜 불출마를 결정했을까? 차기 대권으로 직행하겠다는 포석이라면 그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미 가장 앞선 대선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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