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전대에 대선주자들까지 뛰어들면서 대권 경쟁까지 불붙은 모습이다. 이번 전대는 차기 대선 경쟁 구도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권·대권주자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전대의 최대 쟁점은 당심이 ‘대선주자의 등판’을 선택할 것인지 ‘관리형 대표’를 선택할 것인지 여부다. ‘이낙연 대세론’이 형성되면서 ‘비이낙연’ 후보들의 견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과 ‘정세균-김부겸 동맹설’까지 거론되면서 민주당이 들썩이고 있다.
- 이낙연 ‘대세론’ 형성, 非이낙연 후보들 ‘견제’ 본격화
-‘7개월짜리 당 대표·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 최대 쟁점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중도 낙마자가 생기지 않는다면 4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고, 친문 진영에서는 홍영표 의원과 고(故) 김근태 전 의원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우원식 의원의 출마 의지가 강하다.
8월 전대를 앞두고 ‘이낙연 대세론’이 형성되면서 물밑에서만 움직이던 ‘非이낙연 후보’들의 ‘이낙연 견제’ 움직임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당권주자들은 ‘대선주자 등판론 대 관리형 대표론’과 ‘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당헌의 대권·당권 분리 조항에는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선주자가 당 대표가 된다면 7개월 가량만 당 대표를 하고 중도에 사퇴해야 한다. 이는 대선주자가 대권에 이어 당권까지 거머쥐기 위해 ‘7개월짜리 당 대표’에 욕심을 부린다는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 또 대선주자가 당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대선 경쟁이 조기 과열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한때 ‘정세균-김부겸 동맹설’이 제기되면서 술렁였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세균 총리가 이낙연 의원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김부겸 전 의원을 당 대표로 지원할 것이라는 설이었다. 정 총리가 지난 1일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대구‧경북(TK) 지역 출마자들을 총리공관에 초청해 만찬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맹설’은 더욱 힘을 받았다.
이에 정 총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억측이고 오해”라며 “대권이니 당권이니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다”면서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정세균-김부겸 동맹설’은 대선 경쟁 조기 과열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면서 ‘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에 불을 붙였다.
김부겸, ‘대표 임기 완수·대선 패스’ 배수진
이런 상황에서 김부겸 전 의원은 ‘당 대표 2년 임기 완수·대선 불출마’ 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0일 홍영표 의원을 만나 이 같은 뜻을 전했다. 홍 의원은 이날 김 전 의원을 만난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원이) ‘당선이 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였다”며 “당선이 되면 임기를 채우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9일 우원식 의원을 만나서도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의 배수진은 이낙연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그가 차기 대선은 ‘패스’하고 대표 임기를 완수하겠다고 나설 경우 ‘7개월짜리 당대표’라는 공격은 오로지 이 의원에게만 향하게 된다. ‘7개월짜리 당대표’에 회의감이 확산될 경우 이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한 의원은 12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낙연 의원 강세를 흔들 정도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김 전 의원이 2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히면서 7개월짜리 대표를 선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당권 구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영표·우원식, ‘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 견제’
홍영표 의원과 우원식 의원은 ‘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을 부각시키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홍 의원은 12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전대 출마에 대해 “대선을 조기에 과열시킬 가능성이 있는 당 대표 선거판에 꼭 뛰어들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당이 부담스러워지는데다 1위를 달리는 대선주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인가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의원은 김 전 의원을 만나 “대선 전초전으로 당이 과열되면서 당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음 당 대표 과제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민생을 살리고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라며 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표·우원식 의원에 이어 최근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의 정례회의에서도 ‘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이 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이낙연 의원을 겨냥한 이 같은 ‘불가론’이 당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이 의원이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의원 측 핵심 인사는 최근 더미래 의원들과 만나 “이낙연 의원의 충정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도 더미래 회장인 진선미 의원 등에게 연락을 취해 간접적으로 서운함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7개월짜리 당대표·대선주자 출마불가론’ 돌파 관건
이낙연 의원에게는 이제 ‘7개월짜리 당대표·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가 최대 과제가 됐다. 이 의원은 현재 당권 경쟁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전대가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많은 의원이 국가와 국민과 당을 위한 충정 어린 고민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非이낙연’ 후보들의 강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낙연 대세론’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다른 민주당 한 의원은 <일요서울>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이 의원이 중도에 대표에서 사퇴할 경우 다시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 의원의 전대 출마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당 내에서 대권 경쟁 조기 과열과 7개월짜리 당 대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류가 있지만 크게 힘을 받고 있지는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설훈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다”며 “쉽게 우리가 재집권할 수 있도록 가자는 것이 일반 당원들의 전체적인 의견”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