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시민위원회, 이재용 손 들어줘…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으로 열리게 됐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으로 열리게 됐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게 됐다. 지난 2일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이 검찰의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의 소집을 신청한 데 따른 것으로 10일 만에 열린 검찰시민위원회가 결정했다. 앞서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의 수사심의위 요청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의 판단에 의해 기각됐다. 최근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포함한 신라젠 관련 수사도 혐의를 찾지 못해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지만 주가는 거래정지 등으로 회복 불능 상태, 지난 1년간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할 마땅한 방안조차 없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검찰의 갈팡질팡 수사로 신라젠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자사주 매입, ‘주가 방어는 회사 가치 위해 당연한 일’ 
마지막 칼자루 놓친 검찰, 수사심의위 판단 지켜볼 뿐

최근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과정 중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계조작 및 시세조정 등의 불법 행위를 지시하고 기획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이 부회장의 부당 이득 규모와 죄질에 비춰 혐의가 중대하고 1심 법원에서 삼성그룹 차원의 증거 인멸 혐의가 인정된 만큼 추가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이미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 검찰 구속영장 청구 ‘기각’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검찰의 무리한 구속영장 신청 등 과도한 행보에 업계도 검찰 향한 비판에 동조했다. 삼성 측도 검찰이 전혀 사실과 다른 판단을 내린 것 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이 부회장은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운 정황이 있다는 내용에 대해 변호인 측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무근”이며 “당시 시세조종은 결코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결의를 막기 위해 당시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라는 호재를 두고도 2개월 지연해 공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삼성물산이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수주 공시를 지연했다는 부분도 검찰에서 인정되거나 확인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진행하던 당시 이를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표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삼성이나 이 부회장의 시세조종을 성립시키려면 오히려 특정 기일 이전에 삼성물산의 카타르 발전소 수주 사실을 알렸어야 한다. 

제일모직의 자사주 대량 매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주가 방어는 회사 가치를 위해 당연히 진행하는 것으로 불법적인 시도는 전혀 없었다”며 “이 부회장이 주가 시세조종 등 여러 가지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 측이 지난 2일 검찰의 기소와 관련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일각에서는 검찰의 허를 찌른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검찰은 즉각 응수하고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이 기각했고, 검찰시민위원회는 일반 시민 15명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부의심의위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에 비춰 소명의 시간을 부여(하는) 취지로 부의를 결정했다”며 “검찰이 장기간 수사한 사안으로 기소가 예상되므로 부의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도 제시 및 논의됐으나 표결을 통해 부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는 이달 안에 열려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 및 김 전 사장 등의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심의위의 판단이 의무적으로 따라야할 사항은 아니지만 해당 제도 도입 이후, 그간 8건의 수사심의위 결정에 대해 검찰은 모두 권고에 따른 바 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기업경영 ‘위기’ 초래

업계는 이 부회장이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롭게 변화하겠다며 국민을 향해 사과했던 날을 기점으로 ‘뉴삼성’의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사법 리스크에 불안한 앞길을 걷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삼성 측도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상황에도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고, 20조원 규모의 평택 파운드리 라인 구축계획을 준비 중이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따른 유감도 함께 표했다.

아울러 검찰이 신라젠에 대한 수사 관련 “주식 매각 시기나 미공개 정보 생성 시점 등을 봤을 때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종결했다는 사실에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그간 검찰은 신라젠의 정치권 연루 의혹 등에 초점을 맞춰 인력까지 추가로 동원해오며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런 가운데 신라젠은 각종 악성 루머와 함께 주가가 급락했다.

한 때 시가총액 8조 원대의 코스닥 2순위 기업이었으나 지난해 8월 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3상 시험이 중단되면서 주가가 급격히 떨어졌고 주식매매거래는 이달 4일부터 정지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속이 탄다는 입장이다. “긴 시간 이어온 검찰의 수사와 함께 무혐의 종결이 있기까지 정·관계 로비 의혹을 포함한 악재들이 고스란히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주주들은 “신라젠이 주식시장에서 소외(거래정지)된 채 장기적으로 시간이 흐른다면 회사의 잠재적인 투자 유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한국거래소에 입장문을 전달하고 주식 거래 재개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영장기각 이후 검찰은 ‘법원의 결정이 아쉽다’는 입장과 함께 이와 무관하게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는 의지를 밝혔으나, 검찰수사심의위를 통해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심의위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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