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땅 공유지분 4배 뻥튀기… 알고 보니 다단계 판매업

기획부동산 사기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토지 5곳의 공유지분을 팔아 6억1297만 원의 이득을 챙겼다. <해당기사와 사진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기획부동산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내 최대 공유지분 기획부동산 ‘우리경매’의 이사장 황 씨, 총괄사장 노 씨, 광주지사장 박 씨 등에 대한 사기 혐의 2심 결과가 피해자들이 고소한 지 2년여 만에 나왔다. 이들은 무등록 다단계 방식으로 토지분을 판매하면서 이 회사 직원을 포함한 피해자 51명에게 쓸모없는 토지 5곳의 공유지분을 팔아 6억1297만 원을 챙겼다.
피해자들 중 직원들은 “일당 7만 원을 받으면서 부동산 매매는 물론 경매도 배울 수 있다. 토지를 판매하면 대금의 10%를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말에 현혹당해 회사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2심 재판은 1심보다 일괄적으로 상향됐다.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고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일당도 받고 부동산 매매·경매 배운다” 말 믿고 비싸게 사들여

법원 “죄질 무겁고 엄벌 불가피”… 이례적으로 2심서 형량 상향

기획부동산 우리경매는 개발예정지 인근 지역에 있는 개발 가능성이 낮은 토지를 싼값에 매입한 후 공유지분으로 비싸게 쪼개 파는 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회사 직원들에게 쓸모없는 토지임에도 불구하고 개발 가능성과 가치가 높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 이들은 공유지분을 매입가보다 4배 높은 가격에 팔게 했는데 실적이 우수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 해외여행 등의 경품을 추가 제공하고 각 지사별 실적을 비교하는 등 판매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회사 말을 믿고 토지를 사들였으며 특히 직원들 중에는 빚을 내 토지 매수 대금을 조달하거나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액보다 더 많은 액수 토지를 매수하기도 했다.

직원 대부분은 우리경매에 입사한 계기가 우리경매가 직원 채용 시 제시한 조건을 보고 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경매는 “일당 7만 원을 받으면서 부동산, 경매도 배울 수 있다”며 “토지를 판매하면 대금의 10%는 수당으로 지급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직원들은 경매를 배우면서 돈도 받을 수 있다는 제안에 혹해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피해자를 상대로 쓸모없는 5곳의 공유지분을 파는 방식으로 6억1297만 원을 교부 및 편취했고, 직원들과 고객 수십 명은 뒤늦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아 지난 2018년 말 이들을 고소했다.

‘차명 계좌’ 증거 인멸
‘바지사장’ 수사 방해

이 조직을 총괄 운영했던 황 씨는 토지 판매액 4%를 수당으로 받아갔고 총괄사장 노 씨는 2%, 박 씨는 1.4%를 각각 수취했다. 특히 황 씨와 노 씨는 회사 직원과 지인들의 차명계좌를 동원해 수당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혐의를 받는 판매 토지는 ▲서울 도봉구 도봉동 산53과 ▲경기 하남시 항동산119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산31-5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 산 72-1 ▲경기 광주신 남종면 귀여리 산20 등 총 5곳이다. 특히 귀여리의 경우 보전산지구역 및 상수원보호구역이며 항동과 상대원동은 도립공원, 도봉동은 북한산국립공원부지 등으로 각각 개발행위가 불가능하다.

또한 피고인들은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고소한 경우 고소한 피해자들만 합의를 하면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처벌을 최소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가 진행될 시 우리경매 각 지사의 일명 ‘바지사장’을 대표자로 내세우며 수사를 받도록 했다. 또한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고 공범들을 비롯해 관련자들의 진술을 조율하기도 했다. 피고인들의 공범들은 심지어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을 진정하는 등 대담하게 수사 방해 행위를 감행했다.

“차익 편취…죄질 불량”
2심, 1심보다 형량 상향

지난 4일 광주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부·박현 부장판사)는 이사장 황 씨, 총괄사장 노 씨, 광주지사장 박 씨 등에게 각각 징역 2년6월과 2년, 1년6월을 선고했다. 2심 형량은 1심보다 일괄적으로 상향됐다. 앞서 1심에서는 황 씨에게 징역 1년 6월, 노 씨와 박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었다. 이는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전원과 합의해 피해변제를 완료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가치가 거의 없는 땅을 헐값에 사들인 후 이를 관련 지식이 없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마치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팔았다”며 “그 차익을 편취하는 일을 업으로 했던 것으로 보여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공유지분 등기자들이 보유한 지분 전체를 일괄 처분하거나 분할 등기할 계획·방편을 마련하고 있지 아니한 상태로 고객들이 지가 상승으로 이익금을 취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피고인들은 항소심 중 “피해자들 중 직원으로 근무했던 사람들은 실적에 쫓기거나 수당을 받기 위해 부동산을 매수한 것일 뿐”이라며 “자신들이 매수한 토지 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이 같은 주장에 “이들이 부동산 거래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인 점에 비추어 볼 때 토지 규제사항이나 주요현황에 관한 피고인들의 설명이 있었던 경우에도, 그것이 피해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을 부동산 전문가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피고인 측에서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은 이 외에도 수백 곳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코리아경매, 신한경매 등도 우리·케이비경매와 토지를 공유하며 팔아온 회사다. 이들이 팔아온 공유지분은 연 거래액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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