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에 완공된 영광의 백수 해안도로는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번 이 길을 달려본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전남 최고의 명소로 손꼽힌다. 해안을 타고 달리는 상쾌한 기분은 둘째치더라도 기암괴석들과 바닷가 절경에 취하기 때문이다. 석구미 마을 입구에서 시작돼 원불교 성지 입구까지 이어진 백수 해안도로의 총 연장 은 16.3km. 여기에 영광군은 망화정터에서부터 원불교 성지 입구까지의 2.7km 구간 역시 해안도로에 포함시키고 있다. 해당화 삼십리길백수도로를 타기 위해서는 영광군 백수 읍내를 지나 대전리 삼거리에서 우회전, 77번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가야 한다. 홍곡저수지를 지나고 답동마을과 석구미해수찜 간판이 보이면 그곳에서부터 본격적인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백수도로의 매력은 바로 절벽지형. 바퀴를 굴릴수록 평지가 많은 전남 서해안 바닷가에 어떻게 해서 이처럼 절벽 지형이 발달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수리봉, 갓봉, 봉화령 등으로 이어지는 이곳의 절벽지형은 높이 300m급의 야산 능선이 바다를 만나는 지점에서 급경사로 떨어져 생겨난 것들이다. 여기에 절벽과 바닷물이 만나는 해안의 파랑에는 거북바위, 모자바위 등의 멋진 바위들이 솟아있는가 하면 고두섬을 비롯한 암초들도 여기저기 또아리를 틀고 있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백수해안도로에서 바다로 시선을 두면 칠산도를 비롯해 석만도, 안마도, 송이도, 소각이도, 대각이도 등이 보여 드라이브의 맛을 한층 살려준다. 특히 7개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한데 묶어 ‘칠산도’라 하는데, 봄날 가만히 귀 기울이면 그 섬들이 조기떼를 유혹하는 노랫가락이 들릴 것 같기도 하다.

현재 칠산도는 노랑부리백로와 괭이갈매기, 저어새의 번식지이며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 389호로 지정되어 있는 동시에 공개 제한 구역으로 묶여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백수해안도로가 현재의 모습처럼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덮이기 전에는 해당화와 동백의 천국이었다. 도로공사가 완료된 이후, 이 꽃나무들은 도로주변에 옮겨 심어져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추억만들기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이런 사연으로 인해 백수해안도로는 일명 ‘해당화 삼십리길’이라는 애칭도 지니고 있다. 영화‘마파도’ 세트장

해안도로 드라이브가 시작되는 답동마을에서 해안도로가 아닌 바닷가로 곧장 내려가면 ‘석구미 전통해수찜’이란 곳을 만날 수 있다. 석구미 전통해수찜은 가운데가 움푹 패인 해변 바위를 해수찜탕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벌써 200년의 역사가 묻어 있다. 5대째의 해수찜 가업을 잇고 있다는 이곳 주인에 따르면, 바닷물을 구덩이에 채운 뒤 소나무 장작으로 뜨겁게 달군 유황돌을 물속에 넣어 물을 데우고 그 온기와 수증기로 찜을 하게 되는데 부인들의 산후통이나 피로회복 등에 좋다고 한다답동마을에서 바다를 왼쪽에 끼고 시멘트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동백마을에 닿는다. 이곳이 영화 ‘마파도’의 촬영지 가운데 하나이다. 이곳은 현재 영화 촬영 당시 쓰였던 몇 채의 가옥과 가게, 우물만이 남아있다 하지만 주말이면 영화 촬영장 찾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여운계, 김수미, 김을동, 김형자, 길해연 등 다섯 할머니의 얼굴 사진이 새겨진 대형 플래카드가 세트장 가옥의 흙벽에 붙어있어 새삼 영화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마파도는 이곳 동백마을 외에 낙월면 소속의 소각이도에서도 촬영됐다. 마파도 세트장에 접근하려면 답동마을 외에 해안도로 중간의 동백마을 버스정류장, 백암전망대 좌측 시멘트 포장길을 이용해도 된다. 이곳의 길은 상수도관이 매설된 간이도로라서 일반인들의 차량 통행은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큰 길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의 경사도는 매우 가파르다. 울릉도의 마을길만큼이나 급경사를 보이고 있다. 열부순절지

영광백수도로의 초입 인근에는 역사적 비극이 서린 유적지도 자리잡고 있다. 정유재란 당시 일대 부녀자들이 몸을 던진 ‘열부순절지’가 바로 그곳이다. 도로의 시작점인 답동마을 입구에서 북으로 4.5km 들어가면 삼거리가 하나 나오는데 해안도로 대신 좌측 길로 들어가면 모래미해변으로 곧장 이어진다. 이 삼거리에서 바다가 보이는 평지에 바로 열부순절지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정유재란 당시 동래, 진주 정씨 가문의 열부들이 왜군의 수모를 피해 정절을 지키기 위해 바다에 투신했던 곳으로 그들의 순절을 기념하기 위해 비각이 세워져 있다. 일명 ‘팔녀각’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현재 도지정 지방 기념물 제 23호로 지정되어 있다. 해안도로 아래 바닷가에는 그물들이 펼쳐진 것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이 그물들은 이강망으로 일명 ‘덤장이’라고 한다. 썰물 때 고기가 걸려들도록 설치한 것으로 병어, 농어 등의 활어가 잡힌다. 일부 주민들은 이 갯벌에서 백합조개 등을 캐기도 한다.일몰 무렵이면 어느 지점이든 낙조 감상 명소 구실을 해낸다는 것이 백수해안도로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백암전망대’가 최고의 명소로 대접받으며 인근 횟집과 바다언덕, 버스 포장마차 옆 전망대, 돔배섬 맞은편 전망대 등도 좋은 자리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대중교통■서울 호남선 고속버스터미널~영광 고속버스■광주종합버스터미널~영광 직행버스(오전5시50분-오후10시5분)■영광읍내 버스터미널에서 영광교통 군내버스를 타면 영광읍~백수읍~백암리~대신리 코스를 다닐 수 있음. (오전6시30분-오후7시30분/하루9회) 자가운전■서해안고속도로 영광나들목→23번국도→영광읍내→844번지방도→백수읍→홍곡리→77번국도→백수해안도주변명소■불갑사, 내산서원, 원불교 성지, 법성포, 정유재란 열부순절지, 백바위 해수욕장, 가마미 해수욕장, 모래미 해수욕장, 하사리 염전지대 성지순례의 땅 ‘영광’굴비의 본산지로 널리 알려진 영광 법성포. 서남해안을 스치듯이 마주하고, 야트막한 산줄기에 둘러싸여 거센 바람과 풍랑을 걸러줘 아늑한 인상을 주는 영광 법성포구는 맛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국내 종교성지 중 하나다. 삼국시대를 비롯해 지금까지 한국 불교의 태동이 이곳으로부터 시작됐고, 동학정신으로 널리 알려진 원불교도 영광에서 시작됐다. 백제최초의 사찰 ‘불갑사’

영광읍내를 가로질러 불갑산(516m)에 오르다보면 국내 사찰 중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불갑사를 만날 수 있다. 불갑산은 당초 ‘모악산’으로 불리다 사찰이 들어선 이후 불갑산으로 불리게 됐다. 불갑사는 서기 384년 백제 침류왕 원년 인도승려 마라난타가 동진을 거쳐 서해를 통해 법성포로 들어와 모악산자락에 세운 사찰이다. 다른 지역의 사찰과는 달리 절의 방향이 서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대해 불갑사는 서방정토를 상징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절을 창건한 마라난타가 서해를 건너왔기 때문에 서쪽을 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불갑사의 백미는 보물 제830호로 지정된 대웅전. 정면 3칸, 측면 3칸의 대웅전은 연화문 국화문 보상화문 등 문의 장식이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용마루 한가운데의 사리탑과 사리함도 볼 거리 중에 하나지만, 사리함의 사리는 일제시대 당시 일본인들에 의해 도굴당했다는 게 불갑사의 설명이다.

불갑사의 특이한 점은 대웅전 좌측에 모셔진 부처님의 위치인데, 이는 경북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더불어 국내에서 유일하다원불교 영산성지법성포에서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백수읍으로 가면 서해안을 굽어보는 고운 해안선이 등장한다. 백수해안도로 초입에서 길룡리 3거리로 들어가면 대종교, 증산도, 천도교와 함께 4대종교로 꼽히는 원불교의 영산성지가 나온다. 이곳은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태어나 구도의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으며 교화를 했던 곳이다. 일대에는 구호동 집터, 대종사 탄생가 등 원불교 관련 유적들이 도처에 퍼져있는데, 이중 제자들과 함께 바다를 막아 이룬 정관평 전답은 순례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할 정도다. 또 풍수지리학적으로 9마리 호랑이가 노루를 향해 달려드는 형국이라는 길룡리에는 포교를 처음 시작한 포교당 등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다. 포교를 처음 시작한 곳이라 종교체험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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