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회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06.15. [뉴시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회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06.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미래통합당의 표결 보이콧 속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6명의 21대 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다수당이 단독으로 국회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7대 국회 시절이던 지난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6시4분께 본회의를 열어 법제사법위원장·기획재정위원장·외교통일위원장·국방위원장·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보건복지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선거를 위한 의사일정을 상정했다.

앞서 지난 12일 여야 원구성 협상 결렬 후 "의장으로서 마지막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3일의 시간을 드린다"고 한 박 의장은 예고대로 이날 본회의를 열었다.

박 의장은 "오늘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상임위원회부터 구성하게 된 것은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의장으로서 본회의를 두 차례 연기하면서까지 협상을 촉구했고 나 자신도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며 남북관계 또한 다시 긴장 상태"라며 "국회가 이런 위기에서 시급히 관련한 상임위원회를 열어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결정을 했다. 더 이상 국회를 공전시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열린 의총에서 법사위원장 윤호중, 기재위원장 윤후덕, 외통위원장 송영길, 국방위원장 민홍철, 산자위원장 이학영, 복지위원장 한정애 의원을 각각 내정하고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에 나섰다.

176석의 거대 여당인 민주당 뿐만 아니라 6석의 정의당과 3석의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야당과 1석씩의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소수정당도 표결에 힘을 보탰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이 있으면 출석의원 다수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

그 결과 윤호중 법사위원장·윤후덕 기재위원장·송영길 외통위원장이 각 185표씩으로 선출됐다. 민홍철 국방위원장과 한정애 복지위원장은 184표씩을, 이학영 산자위원장은 186표를 득표하며 상임위원장 선출을 확정지었다. 총 투표수는 187표였다.

그동안 여당의 입법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 몫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통합당은 국회 본회의장 문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며 강하게 반발했다.

'단독 개원 강행 국회독재의 시작, 이제 대한민국에 국회는 없다'는 현수막을 건 통합당 의원들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법사위를 강탈하나', '야당되든 여당되든 법사위는 민주당만'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의회독재 민주당은 각성하라", "개헌 강행 협치 파괴 박병석 국회의장은 중재하라", "국회독재 야당탄압 문 정권을 규탄한다", "말뿐인 협치 민주주의 말살하는 문재인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항의했다.

통합당은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하며 표결을 보이콧한 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만 참석해 의사진행 발언으로 민주당의 본회의 개의를 강력히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은 오늘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의사일정으로 올리고 우리당 의원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며 "여야 합의 없이 의사일정을 올린 것도 잘못이고 48년 개헌 국회이래 개원 국회에서 상대 상임위원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배정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따졌다.

이어 "왜 이런 일을 하느냐. 뭐가 그리 급하냐. 국회는 운영해오던 룰과 원칙이 있다"며 "법에는 상임위 배정표를 (의장에게) 내지 않으면 (의장이 강제로) 배정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온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번도 경험 못한 나라가 이런 나라냐"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사위를 가져간 것은 다수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민주당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이번 4·15 총선에서 국민들께서는 대립과 파행으로 얼룩젔던 20대 국회를 반복하지 말고 싸우지 말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고 민주당을 선택했다"며 "민주당은 176석을 확보한 다수당으로 안정적 국회 운영을 위해 법사위를 책임져야 한다"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면 관례에 따라 또 시간을 끌고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일하는 국회는 요원해지고 21대 국회는 대립과 파행이 반복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오늘 선출하지 못한 상임위원장 선거 절차도 신속히 진행해 국회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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