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이모(32)씨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두번째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청사를 나오고 있다. [뉴시스]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이모(32)씨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두번째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청사를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법원이 서울역에서 묻지마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의 구속영장을 재차 기각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첫번째 구속영장 청구 당시엔 체포 자체가 위법하다며 기각했고 이번에는 조사 태도, 조현병 등을 들어 다시 기각했다.

기각 사유를 두고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원은 지난 4일 1100자, 전날에는 700자 분량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공개했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상해 혐의를 받는 이모(32)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기록과 심문 결과에 의하여 확인되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진행경과 및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춰 보면, 피의자가 새삼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이 공개한 이 씨의 영장기각사유는 총 719자다. 이례적으로 상세하게 공개했다는 평가다.

법원이 언론에 공개하는 영장심사결과는 통상적으로 약 20자에서 200자 내외다. 이러한 전례를 감안하면 법원이 사회적 논란을 의식해 상세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첫 구속영장이 기각될 당시에도 1100자가 넘는 사유를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버스 정류장 묻지마 폭행 사건의 경우엔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리를 맡아 지난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동부지법은 당시 구속영장을 발부 사실을 전하며 "일정한 주거가 없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만 밝혔다.

서울 동작구에서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해 존속살해 혐의를 받는 허모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 한모씨의 경우,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영장당직 부장판사가 지난달 2일 심리한 결과 영장이 기각됐다. 당시 법원이 언론에 공개한 기각 사유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다소 부족하여 피의자가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 등 183자였다.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적 범죄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것 역시 논란을 의식한 태도로 보인다.

김 부장판사는 "여성 혐오에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기보다 피의자가 평소 앓고 있던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적, 돌출적 행위로 보인다"며 "피의자는 사건 발생 후 가족들이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고, 피의자와 그 가족들은 재범방지와 치료를 위해 충분한 기간 동안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1차 구속영장 심사 당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여성혐오 범죄자는 풀어준다'는 비판이 나온 것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씨의 앞선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위법한 긴급체포에 기반한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법원이 공개한 영장기각 사유는 1173자였다.

김 부장판사는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비록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50분경 공항철도 서울역의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에서 30대 여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여성은 눈가가 찢어지고 한쪽 광대뼈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지난 1일 SNS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고, 이후 국토부 소속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경찰대)는 경찰과 공조를 통해 이 씨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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