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들어가는 나뭇잎만큼이나 깊어가는 가을을 더욱 즐겁게 하는 것은 ‘감’이다. 감은 종류도 다양하고 먹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예부터 최고의 간식거리인 곶감. 그러나 곶감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곶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현장 학습하고 직접 체험하는 여행을 추천해 본다. 국내 최대 곶감 생산지인 ‘상주’에서 11월10일 이전까지 이 체험이 가능하며 이후에는 곶감을 맛볼 수 있다. 남장마을에서 실컷 감 구경을 한 뒤 낙동강 하류를 조망할 수 있는 경천대를 둘러보자.

아름답게 단풍지는 가을 숲 속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상주시 북서쪽에 자리한 성주봉 자연휴양림에서 가을여행을 마감하는 것도 좋다. 경상도(慶尙道)의 상(尙)은 ‘상주’를 의미할 정도로 상주는 경상도의 오랜 전통도시이다. 상주는 원래 三白의 고장이라 하여 흰 쌀, 누에고치 그리고 곶감이 유명한 곳이다. 전국 곶감의 60%를 생산하는 상주에는 마을마다 감나무가 즐비하고 집집마다 감나무 한 그루씩은 있을 정도다. 감은 토양과 기후 조건에 따라 크기와 맛이 다르고 산지마다 특성이 있다.

곶감 건조에 적당한 분지형

상주는 서쪽이 높고 동남쪽으로 서서히 낮아지는 지형인데 전체가 분지형이라 곶감 건조에 적당하다. 토질 역시 사질 양토로 배수가 잘되어 감나무가 자라기 좋은 곳이다. 감은 종류에 따라 ‘반시’, ‘고둥시’, ‘둥시’로 구분된다. 떫은 맛이 없어 홍시 재료로 사용되는 ‘반시’, ‘고둥시’는 경남 진영, 경북 청도, 전북 남원 등지에서 많이 난다. 상주 감은 떫은 맛을 내는 ‘둥시’로 ‘둥글게 생긴 감’이라는 뜻인데 산봉우리처럼 둥글고 소담스럽게 생겼다 해서 ‘봉옥’ 또는 곶감을 깎으면 분이 많이 난다고 하여 ‘분시’라고도 한다. 둥시는 탄닌 함량이 많고 물기가 적어 그냥 먹으면 단감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 대신 곶감 재료로는 최적이라 한다. 곶감이 되면 떫은 맛은 없어지고 당도가 원래 당도의 두 배까지 증가하여 다른 지방의 곶감보다 한결 낫다.

25번 국도로 상주시를 가로질러 보은방면으로 10분 정도 가면 ‘남장’이라 불리는 전통 곶감마을이 나온다. 말갛게 익은 감 때문에 가지가 축축 늘어지는 감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빨갛게 끝부터 물들어가는 감나무 잎 사이사이로 익어가는 감들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진다. 마을 전체가 감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감 건조대가 곳곳에 있는 이곳은 10월부터 감 건조 작업이 시작된다.이곳에서는 현장 체험을 할 수 없고, 현장 체험을 하려면 11월10일 이전에 상주시 산림과 곶감계에 미리 연락하여 내서면에 따로 마련된 체험마을로 이동해야 한다. 현장 체험은 감을 나무에서 따서 꼭지를 잘라내고 타래를 만들어 건조대에 너는 것까지 할 수 있다. 11월10일 이후에는 감 건조 작업이 끝나기 때문에 체험은 힘들지만 10월초에 건조되기 시작한 반건시가 나오기 시작하므로 이를 맛볼 수 있다.

달력 속 그림 같은 기암절벽

남장마을의 감나무 숲을 지나 노악산 방면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평균 남자 어른 키 정도 되는 석장승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이 석장승은 얼굴이 남달라 눈길을 끈다. 머리가 전체 키의 반을 차지하는데 약 15도 각도로 비틀어져 있고 눈은 위로 커다랗게 찢어져 부리부리하다. 코와 입이 한 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웃는 듯, 꾸짖는 듯 알쏭달쏭하다. 이 석장승에서 차로 5분정도 올라가면 남장사 일주문이 나온다. 남장사 일주문은 보기에는 여느 일주문과 다를 바 없지만 양 기둥을 비스듬히 받치고 있는 기둥이 특이하다. 떠받치는 기둥의 머리는 용이고 다리는 까치발이다. 석장승과 남장사의 일주문 기둥에서 조상들의 유머와 해학을 느낄 수 있다. 남장사는 그 역사가 깊은데다 보물 930호인 비로자나 철불좌상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목각탱이 있다.

그러나 이런 보물들 때문이 아니더라도 남장사는 절다운 미덕을 지닌 곳이다. 절 규모는 크지 않지만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깊은 산세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맑은 바람이 복잡했던 머리와 마음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어느 새 고요함이 깃든다. 낙동강 하류 남장마을에서 다시 25번국도로 상주시 방면을 향하다가 외답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경천대가 나온다.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는 경천대는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는 의미이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노송 숲, 달력 속 그림 같은 기암절벽은 하늘이 만들었다 하여 ‘자천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경천대를 중심으로 인공폭포, 전망대, 상도 촬영 세트장, MTB 코스, 출렁다리, 자갈 산책길이 큰 원으로 이어지는 이곳은 한 시간 반 정도면 모두 둘러볼 수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가족 나들이로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하늘을 떠받들다, 경천대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계단인데 구불구불 계단 양옆을 돌담으로 잇고 곳곳에 돌탑을 쌓아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 전망대 직원들이 1년 동안 직접 쌓았다고 한다. 돌 하나 얹으면서 소원 비는 전통을 따라 하고픈 마음이 드는 길이다. 맨 발로 걸으며 지압할 수 있는 황토볼이 계단중턱까지 깔려있어 가족들과의 이색 산책코스로 그만이다. 전망대에서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물과 추수를 기다리는 노오란 논을 감상하면서 경천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기암괴석과 노송이 자리한 경천대에는 절벽이라는 위치 때문에 안전장치를 설치해 놓았고 작지만 맨발공원이 있어 아이들이 뛰놀아도 걱정 없다.

포토장소는 경천대 가는 길목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산 속에서 쉬고 싶다면 남장마을에서 25번 국도로 나와 상주 반대쪽인 보은 방면으로 약 8km를 가다가 901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하여 은척면 방향으로 올라가자. 성주봉 자연휴양림 안에는 삼림욕장, 산책길, 소나무군락, 밤나무군락 등이 마련되어 있어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한 뒤 하룻밤 푹 쉬기 좋은 장소이다. 이 휴양림은 겨울에도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좋다. 상주 어디를 가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감이나 곶감을 간식삼아 가을 단풍놀이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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