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진정한 멋은 바로 때묻지 않은 생태기행에 있다. 바다가 만들어낸 해안트래킹도 좋고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 같은 오름 산책 역시 감동적이다. 인공미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납읍 난대림에 발을 들여놓으면 하늘 한 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가족 산책코스로 그만이다. 예로부터 마을사람들이 숲을 가꾸어 왔고 숲을 신성하게 여겨 마을 제사를 지냈고 시문을 나누었던 장소였다.

억새를 헤치고 새별오름 정상에 오르면 수많은 오름과 한라산, 산방산 그리고 시원스런 바다까지 한눈에 펼쳐져 제주 서쪽에 자리잡은 오름 중에서 가장 호방한 눈 맛을 자랑한다. 제주에서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만큼 매력적인 코스는 없다. 하귀-애월간 해안도로는 아기자기한 카페가 즐비해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고 고산-일과리 해안도로는 한적한 겨울해변을 만끽할 수 있다. 납읍 난대림지대(천연기념물 375호)는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장소는 아니다. 그러나 제주의 숨어 있는 비경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2만2,000평에 걸친 지역에 울창한 상록수림으로 자연림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일명 금산공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삼별초 마지막 항전지

특히 북제주군 서부지구에서 평지에 남아 있는 유일한 상록수림으로 후박나무,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등 60여 종의 난대성식물이 자라고 있어 난대림박물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목재데크를 따라 숲에 발을 들여 놓으면 하늘 한 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빼곡해 가족과 숲 나들이 코스에 좋다. 전설에 따르면 처음엔 ‘금산(禁山)’ 이라고 불러 나무를 보호하는 산에 불과했는데 몇 십년 동안 철저히 보호한 결과 난대림을 비롯한 많은 수목이 자라서 그 경관이 수려하기 때문에 ‘금산(錦山)’으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숲 안쪽에는 포제단이 있는데 3기의 돌 제단이 마련되어 해마다 동제를 지내고 있다. 납읍리는 예로부터 문촌으로 불리었는데 이곳 난대림 지대에서 마을의 유학자들이 시를 짓거나 담소를 나누는 휴양지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지금 한창 감귤을 딸 때다. 헐렁한 돌담 넘어 시선을 고정시키면 탐스런 귤이 주렁주렁 매달린 귤나무를 감상하게 된다.

납읍리와 어음리 경계에 있는 ‘도치돌공원’에는 5m크기의 삼각형 모양의 날카로운 도끼날 형상을 하고 있는 도치돌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에는 도끼를 가는데 사용되는 사각형 돌과 작은 바위굴까지 있어 신비감을 더해준다. 고단한 농부들의 이정표와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16번 국도를 타고 제주로 가다보면 삼별초의 마지막 항전지인 항몽유적지가 을씨년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고려 원종이 몽고에 항복하자 삼별초 부대가 진도 용장성으로 옮겨 저항하다가 함락되자 제주까지 오게 되었다. 삼별초를 이끈 장군 김통정은 항파두리성을 구축하고 몽고와 마지막 일전을 준비했는데 결국 퇴각해 한라산 중턱의 붉은 오름까지 내몰린다. 부하들은 여몽군과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했고, 김통정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성이 자리했던 터에 ‘항몽순의비’가 서 있으며, 토성인 외성과 석성인 내성 그리고 삼별초가 과녁으로 쓰던 살맞은 돌과 김통정 장군이 토성에서 뛰어 내릴 때 패인 발자국에서 생겨났다는 장수물 샘터도 남아 있다.

억새밭 산책코스 추억 남겨

‘새별오름’은 서부산업도로(95번국도)변에 있는 풀밭오름으로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의 서북벽과 서쪽으로는 당오름, 정물오름 그리고 산방산과 시원스런 바다경치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전망 포인트로 제주 서쪽에 자리잡은 오름 중에서 가장 호방한 눈 맛을 자랑한다. 5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있어 그 모습이 마치 별모양을 닮았고, 초저녁 하늘에 홀로 빛나는 샛별 같다고 해 ‘새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고려말 최영 장군이 반란을 일으킨 몽고군을 토벌한 전장터이기도 하다. 특히 정상엔 황홀한 억새밭이 형성되어 있어 어른 키만한 억새밭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것도 멋진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특히 이곳은 제주 서쪽 해안으로 떨어지는 일몰 감상 포인트이기도 하다. 새별오름 앞에는 인근 오름들과 산방산, 중문단지, 한라산 등을 하늘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관광헬기가 뜨는 곳이기도 하다. 음력 정월대보름이면 제주도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제주 들불축제가 새별오름에서 열린다. 또 분재예술원은 국내 유일의 분재전문공원이자 세계 최대의 분재공원으로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테마를 가진 곳이다. 지친 일상을 접고 사색과 고요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이곳으로 발길을 돌려도 좋을 것이다. 2,000여 점의 분재와 잘 가꾸어 놓은 정원을 산책하면 머리가 상쾌해질 정도다. 가이드로부터 분재에 대한 기본 설명을 듣고 나면, 나무로부터 작은 철학이 들려온다. 현무암으로 만든 폭포와 수백 마리의 비단잉어가 노닐고 있는 연못은 경치가 뛰어나 신혼부부들의 단골 사진촬영 장소다.

예술원의 고등어 조림, 돔베고기, 제육볶음 등 제주향토음식 뷔페도 인기가 있다. 근처 평화박물관에는 태평양전쟁 관련 유품과 자료가 전시돼 있다. ‘한림공원’은 1만여 평의 대지에 하늘로 우뚝 뻗은 야자수군락과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가 사계절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며, 협재 쌍용동굴과 아열대 식물원 그리고 분재원, 재암민속마을, 수석전시관, 새가 있는 정원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림공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유일의 2차원 동굴로 알려진 협재굴과 쌍용굴이다. 천연기념물 제236호로 지정된 용암동굴지대로 이들 동굴은 북서계절풍에 의해 해변에서 날아와 동굴 위에 쌓인 조개가루가 오랫동안 빗물에 용해되어 이온상태의 석회수로 변하면서 바위틈으로 동굴내부에 스며들어 새까만 용암동굴이 황금빛 종유동굴로 탈바꿈해가고 있는 살아있는 동굴이다. 이러한 2차원의 동굴은 전세계에서 한림공원이 유일하며 유고슬라비아의 해중종유굴과 함께 세계 3대 불가사의한 동굴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겨울 해변 거니는 색다른 맛

제주에서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만큼 매력적인 코스는 없다. 검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절벽 위를 따라 달리는 하귀-애월간 해안도로는 아기자기한 펜션과 근사한 카페가 즐비하며 바닷가를 따라 소나무 숲과 벤치가 있어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고산-일과리 해안도로는 제주의 조용한 겨울해변을 만끽할 수 있다. 인파로 북적한 여름해변과는 달리 한적한 협재, 금능해수욕장의 겨울 해변을 거니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해변 바로 앞에 있는 비양도는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서있는 용수리 해안에서는 풍차마을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받고 고래 모양처럼 생긴 차귀도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땅의 기를 위해 바닷가에 세워진 방사탑도 발길을 멈추게 하고 절개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제주 여인네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절부암도 눈 여겨 볼만하다.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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