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의 꽃말은 ‘유혹’이다. 그 향기에 취하다보면 ‘나’는 온데간데 없다. 영주는 전국 사과 생산의 13%를 차지할 만큼 사과의 명산지다. 4월말 이맘때 쯤이면 소백산 자락인 옥녀봉 들어가는 길 양편은 온통 사과꽃 천지다. 옥녀봉 자연휴양림의 통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사과꽃의 유혹에 빠져보는 것도 오래 남을 추억거리다. 흠뻑 취해볼 수 있는 최고의 사색코스는 사원건축의 극치인 부석사 무량수전을 향해 올라가는 길이다. 또한 풍기에서 부석사 가는 길(931번 지방도)과 영주에서 부석사 가는 길(935번 지방도)은 사과밭이 즐비해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선비의 생활상을 체험하며 몸으로 익히는 선비촌도 둘러볼 만하다.새하얀 사과꽃을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곳, 영주. 백두대간 자락에 자리잡은 영주는 일교차가 심하고 독특한 토질로 인해 당도와 향이 뛰어난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사과꽃은 잎이 먼저 난 후 꽃이 피기 때문에 매화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향내가 유난히 짙어 ‘유혹’이란 꽃말을 얻은 듯하다.

울창한 산림의 파노라마

소백산 자락인 옥녀봉으로 들어가는 도로 양편은 온통 사과밭이다. 사과꽃 향기에 흠뻑 취해 옥녀봉 자연휴양림에 들어서면 울창한 산림이 반긴다.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옥녀봉까지 오르면 소백산 국망봉, 비로봉, 도솔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풍기에서 희방사 가는 길 역시 사과향이 그윽하다. 희방사역에는 과거와 현재의 모든 길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내뻗은 중앙고속도로, 단양 넘어가는 5번 국도, 중앙선 철도, 죽령옛길까지 2천년 역사의 대동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희방사에서 죽령주막까지 죽령옛길 2.5km는 흥미진진한 생태 관찰코스로 꾸며 놓아 자연을 벗삼으며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죽령옛길은 선비들이 한양 가는 과거길이며 부보상의 애환이 묻어 있는 길이기도 하다.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죽령은 삼국의 불꽃 튀는 격전장이기도 했다. 월인석보와 훈민정음 원판을 보관했던 희방사와 850m 고지에 자리잡은 희방폭포를 연계하여 둘러보는 것이 좋다.

화엄사상 발원지 부석사

풍기에서 부석사 가는 길(931번 지방도)과 영주에서 부석사 가는 길(935번 지방도)에도 사과밭이 많아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뭐니뭐니해도 부석사 무량수전까지 오르는 길만큼 훌륭한 사색길은 없다. 오솔길에서 만난 사과밭은 불국정토 화엄의 꽃이다. 꽃내음에 취해 걷다보면 불국정토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부석사는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며 신라의 국운 상승을 기원하고 불력으로 당의 외침을 막고자 지은 호국가람으로 우리나라 화엄사상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건물들은 조화와 화합을 뜻하는 華(화)자 형태로 지어져 있으며 석축의 계단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목구조 기술의 정수인 무량수전(국보 18호)이 있으며 그 현판은 공민왕의 친필로 전해지고 있다. 무량수전의 주존인 소조여래좌상(국보 45호)은 국내 최대, 최고의 소조불상이고 무량수전 앞의 석등은 조각수법이나 조형미에 있어 최고의 조각물로 평가받는다(국보 17호). 그 밖에 조사당, 석조여래좌상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으며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자랐다는 선비화도 볼 수 있다. 특히 일몰, 일출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데, 원륭국사비에서는 산사를 밝히는 일출이, 무량수전 앞에서는 어머니 품같이 끌어안은 소백산맥 위로 지는 일몰이 장관이다. 겹겹이 쌓인 산능선과 부석사의 조화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인격수양의 도장, 선비촌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은 유교가 중국에서 들어왔을 때의 예법인 전학후묘 형식이 아니라 동쪽에 학교, 서쪽에 사당을 두어 우리식 배치를 따르고 있다. 스승의 숙소인 직방재와 일신재를 두고, 스승의 그림자마저 밟을까 하여 학생 기숙사인 학구재와 지락재는 그 뒤에 배치함은 물론 건물 높이도 일신재보다 한 단쯤 낮게 둠으로써 이곳이 삶의 자세까지 가르친 인격수양의 도장임을 보여주고 있다. 소수서원 옆에는 단종 복위 실패로 인해 참화를 겪어 불타 없어진 선비촌을 복원해 놓았다. 누각, 기와, 초가집, 연못, 산책로 등 선비들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단종 복위를 주장했다가 죽은 금성대군의 금성단과 위리안치지도 둘러볼 만하다. 고대로부터 한국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유교를 체계적이고 알기 쉽게 전시한 소수박물관도 잘 꾸며 놓았다. 여행의 피로는 전국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소백산 풍기온천에서 푸는 것이 좋다. 유황, 불소 등 우리 몸에 좋은 물질이 온천수에 용해되어 있어 신경통이나 피부미용에 탁월하다. 풍기 인삼향이 짙은 사우나실이 인기 있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영주시청


# 테마가 있는 영화&여행‘왕의 남자’,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 부안영상테마파크

한국영화의 신기록을 남긴 ‘왕의 남자’의 촬영지로 알려진 전북 부안으로 떠나는 조선왕조 테마여행은 4월 가족체험 여행지로 으뜸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반도국립공원인 변산반도에 자리잡은 부안. 90년대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전남 강진과 더불어 답사 첫 걸음을 놓고 고민하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이후엔 방폐장 유치 사건과 새만금방조제 건설로 인한 환경단체와의 마찰 등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랬던 부안이 최근 새롭게 꿈틀대고 있다.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왕의 남자’와 지난해 KBS 최고 히트 드라마 중 하나인 ‘불멸의 이순신’의 촬영장이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영상테마파크’는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4만5,000평의 터에 조선중기 시대를 재현한 왕궁(경복궁), 사대부가, 한방촌, 도자기촌, 공방촌, 시전거리 등 토털 오픈 촬영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사극종합 촬영장이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서울 왕궁일대에서의 촬영이 금지되면서 반사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와 영화 속 장면들을 기억하면서 궁궐을 돌아보는 것도 감회가 남다른 추억이 될 듯하다.‘줄포자연생태공원’은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인에 눈에 익숙한 곳이다. 갈대숲이 울창한 갯벌에 그 예쁜 하얀집(영우-김민준의 작업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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