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문경의 대표축제인 ‘2006 문경 한국전통 찻사발 축제’가 4월 29일부터 개최돼 5월 7일까지 9일간 문경새재도립공원 옆 도자기전시관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문화관광부가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한 이 축제는 전통 도자기 분야의 유일한 중요무형문화재인 김정옥(영남요)씨를 비롯해 대한민국 도예 명장이자 문경도예계의 대부 천한봉(문경요)씨, 젊은 도예명장 이학천(묵심도요)씨 등 내로라하는 국내정상급의 도예작가 24명과 이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종합 찻사발 축제다. 물론 24명의 작가들은 모두 문경 출신. 전국도예명장 6명 중 3명이 문경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망댕이가마(160년전 축조)와 전국에서 가장 많은 23개소의 전통 장작 가마를 보유하고 있는 문경은 그야말로 전통도자기의 본향이다.




국내 대가들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며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세계의 찻사발을 비교 감상하는 전시회와 전국 찻사발 공모대전 선정 작품전도 펼쳐져 자녀들과 함께 참여하면 다도 교육을 통한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종 도자기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문경 찻사발 깜짝 경매가 열려 축제 참가객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명품을 소장할 찬스가 주어진다. 올해에는 축제의 주제 이미지에 부합하고 전통도자기의 본향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문경읍 용연리에서 발견된 500년된 백자공방이 원형 복원돼 축제장소에서 볼 수 있으며 세계 가마 모형전시, 사진으로 보는 문경의 도자기 100년사 등 다양한 기획, 전시, 체험, 공연행사가 펼쳐지고 있다.문경의 전통도자기는 고려 말인 11세기부터 오늘날까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전통 발물레로 빚어내고 있으며 가스나 전기 가마가 아닌 전통 장작가마를 고집, 자연이 그려낸 빛깔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 민족 고유의 순수한 멋과 투박한 정서를 꾸밈없이 잘 표현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또 TV쇼 진품명품 출장감정, 전국한시백일장, 성년례 등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다양한 전시·체험·공연 등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다.지난해 축제에 외국인 7,000여명을 포함, 모두 30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려 행사장에서만 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관광객들이 떨구고 간 총 관광비용은 5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도자기축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축제를 즐긴 뒤에는 문경새재 옛길도 걸어보고 문경온천에서 피로도 풀 수 있으며 특히 철로자전거, 연개소문 드라마세트장, 관광사격장, 석탄박물관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가 인근에 즐비하다. 때문에 가정의 달에다가 어린이날까지 끼여 있는 ‘2006 문경 한국전통 찻사발 축제’가 가족 나들이 코스로 더 할 나위 없다.

왜? 문경도자기인가

왕실과 관청에서 사용될 그릇을 주로 만들던 관요(官窯)의 중심지 경기도 이천과 달리 문경은 일반 서민들이 주로 쓰던 생활 도자기를 만들던 민요(民窯)의 본고장으로 한양과 영남을 잇는 길목으로 예부터 도예가 발달해왔다. 일본에서 ‘무기교의 기교’라고 극찬하며 국보로 삼은 ‘정호다완(井戶茶碗)’을 비롯한 한국 찻사발의 주생산지가 바로 문경이다. 문경은 문경읍 근처에서 발굴된 가마터만도 82개나 된다. 그래서 문경 도자기는 투박함 속에 담겨진 고고한 자연미를 갖고 있다. 문경 도자기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역사성과 전통성에 있고 고려시대 청자에서부터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900여 년을 이어왔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한 지역의 도자기 생산이 이처럼 장구한 세월동안 지속돼 온 사례는 없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에 화려하게 부활해 중요무형문화재(重要無形文化財)와 명장(名匠)을 낳았고 대를 이어온 사기장(沙器匠)들은 생산방식에 있어서도 전통의 모습 그대로를 고집하고 있다. 특히 발물레와 전통 장작 가마를 이용해 만든 도자기는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타 지역 도자기와 뚜렷이 구분된다.

문경도자기의 비밀은 망댕이 가마

문경 도자기의 비밀은 망댕이가마에 있다. 문경지역 도자기는 11세기부터 민요중심으로 발전돼 왔으며 오늘날까지 문경에서 발견된 가마터는 모두 82개소에 이르고 있다. 또한 23개소의 전국최다 전통장작가마를 보유하고 있으며, 160년전 축조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망댕이가마(문경읍 관음리)를 보유하고 있다. 망댕이는 내화성이 강한 진흙을 20∼25cm 길이로 빚어 길쭉한 전통 팽이 모양으로 만든 흙뭉치를 말하는데, 이것을 거꾸로 촘촘히 박아 반구형(半球形)의 가마 칸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벽은 진흙물로 매끈하게 바름질을 하고, 외벽은 짚을 섞은 진흙을 두껍게 바르고, 가마 위에는 초가지붕을 얹는다. 대체로 망댕이 가마는 경사 15。 가량의 비탈에 대여섯 개의 흙무덤 봉분 같은 것이 나란히 연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가마 지붕을 아치형으로 만들 수 있도록 원기둥 모양으로 만든 일종의 벽돌인 망댕이는 문경의 점토와 경남 산청에서 생산되는 내화토(耐火土) 성분의 산청토를 배합하여 손으로 주물럭대 만들기 때문에 아무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가마를 짓고난 뒤 무너지거나 고온에서도 터지지 않고 견뎌야 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망댕이는 문경 사람이 아니면 만들지 못하고, 망댕이 장작 가마도 문경의 도공이 아니면 아예 지을 수도 없을 정도로 오랜 전통과 기술로 지켜지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광주의 세계도자기엑스포장의 전통 장작 가마와 드라마 이순신 촬영때 사용된 전북 무안의 가마도 문경의 도공들이 달려가 지었고, 경남도·전라도 등 각 곳의 많은 전통가마도 문경사람들이 만들고 있다. 문경 신기동 월봉요의 오정택(도예가) 씨는 “강원도 양구에 건립중인 도자기 박물관에 한국전통 망댕이가마를 짓고 있다”며 “작업은 쉽지 않지만 모두 문경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대를 잇는 장인정신

문경의 장인들은 전통을 이어가는 데 충실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누대에 걸쳐 가업을 이은 장인들이 유달리 많고, 또 이어가는 자녀가 많다는 점도 문경의 자랑거리다. 김정옥명장의 아들 경식씨가 8대째 가업을 잇고 있으며, 천한봉명장은 딸(천경희)이 가업을 잇고 있다. 묵심도요 이학천명장 또한 7대째 이어온 도예집안이다. 김영식(조선요), 김선식(관음요), 김대진(뇌암요) 도예인 또한 대를 이은 장인정신으로 작품빚기에 혼을 불어넣고 있다. 문경도자기의 토대는 이처럼 가업을 잇는 든든한 장인정신이 이루어냈으며 축제를 통해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는 문경시의 노력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를 향한 명품 ‘문경전통찻사발’로 우뚝 설날이 멀지 않았음을 엿 볼 수 있다.

# 명장들의 혼이 숨쉬고 있는 도자기의 본향

현재 문경에서는 천한봉 명장을 비롯, 대한민국 유일의 무형문화재 사기장(沙器匠) 백산(白山) 김정옥(金正鈺·65) 명장, 41세의 나이로 최연소 도예명장이 된 묵심(默心) 이학천(李鶴天·44) 명장 등 국내 6명의 명장 중 3명이 활동하고 있어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도자기의 본향으로 공인받고 있다. 천 명장은 사토와 철분을 섞은 태토(胎土)를 거칠게 정제해 빚은 두두옥다완(斗斗屋茶碗)이, 김 명장은 사질토를 주재료로 굽 부분의 매화피(梅花皮)가 특징인 정호다완이, 이 명장은 불길이 지나가는 자리만 붉은 빛이 도는 진사다완(辰砂茶碗)이 각각 대표작으로 꼽힌다.

한국 전통기법인 장작불을 이용한 ‘망댕이 가마’만을 고집하고 있고 한국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는 문경은 3명의 명장 이외에도 현재 23개의 도요에서 도예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김경선(도광요), 김대진(뇌암요), 김선식(관음요), 김성찬(상운요), 김억주(황담요), 김영식(조선요), 김종필(심천요), 김태운(중점요), 박연태(가은요), 설영진(부광요), 신경애(홍로요), 오순택(현암요), 오정택(월봉요), 유태근(방문요), 윤경훈(용연요), 이구원(고려천목요), 이동규(포암요), 이정환(주흘요), 일연(금우요), 홍경순(수니공방) 도예인이 그들이다. 이들이 만든 작품 한점의 가격이 100여만원을 호가해도 일본 등에서는 오히려 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학천씨의 경우 6대째, 영남요 김경식과 관음요 김선식, 조선요의 김영식씨는 7대째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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