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은 그 노래에 나오는 그 산이다. 하지만 가사만 기억할 뿐 정작 그 산이 이 땅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충남 청양에 가면 곱디고운 아흔아홉 골, 골골마다 하얀 운무가 드리워진 칠갑산을 만날 수 있다. 베적삼이 흠뻑 젖을 만큼 울게 만들었던 콩밭도 어느새 고추밭으로 변했지만, 1년 365일 매일 풍경이 바뀌는 칠갑산만은 여전히 옛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청’자가 들어간 고장치고 두메산골이 아닌 곳이 없다고 했던가. 청양 역시 그렇다. 오지인 만큼 산이 깊어 나무가 많고 그래서 공기도 맑고 푸른 햇살이 가득해 붙은 이름이 청양(靑陽)이다.

굽이굽이 천혜의 비경

구부리면 지천에 핀 야생화의 향기가 코를 감싸고, 풀벌레의 사랑 노래가 교향곡을 이룬다. 그린 샤워를 뿜어내는 자연휴양림과 마을 곳곳 어귀에 세워져 있는 장승, 또 콩밭 매는 아낙네상에서도 아흔아홉 굽이 칠갑산에 등 기대고 살아온 청양 사람들의 삶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 계절, 그 푸름에 풍덩 뛰어들고 싶은 칠갑산도 그래서 ‘충남의 알프스’라 불린다. 칠갑산은 해발 561m로 비교적 낮아 비록 등산을 위해서 몇 날 며칠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해 오르는 산은 아니지만, 산을 타는 묘미란 묘미는 다 누릴 수 있다. 묘한 매력을 풍기는 산이라는 게 등산객들의 지적이다. 무지개 가루를 뿌려놓은 듯 형형색색의 단풍이 황홀한 가을이나 눈꽃 피는 설경이 마치 천상의 세계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겨울에도 사랑받는 산이다. 특히 산벚나무와 진달래, 철쭉이 만개하는 봄철에 더욱 볼거리가 많다.

칠갑산 정상까지는 약 3km의 코스. 정상을 중심으로 7개의 맞춤형 등산로가 있는데 각각의 코스에 따라 아흔아홉 골, 칠갑산장, 천장호, 장곡사, 도림사지 등 문화유적과 더불어 천혜의 비경이 우산살처럼 펼쳐져 있어 가족단위 등산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휘리릭, 휘리릭~.’ 칠갑산에는 휘파람을 불면 산새들이 날아와 등산객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정상 탈환을 위해서라면 장승공원을 택해도 좋다. 장승공원에서 조금 올라가면 천년고찰 장곡사가 나오고 장곡사를 정면으로 오른쪽으로 보면 주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환하게 열린다. 등산로는 제법 잘 만들어져 있어 오르내리기는 어렵지 않다. 처음엔 부담 없이 아주 가벼운 발걸음을 떼어도 좋다. 물론 정상으로 가면 갈수록 경사가 높아져 숨을 몰아쉬게 된다. 하지만 올라가는 등산로 좌우로 뻗은 소나무 숲이, 장곡 산장에서 465봉을 거쳐 정상에 이르는 구간까지는 솔바람과 함께 향긋한 진달래 꽃내음이 벗이 돼준다.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2시간 정도 올라가면 드디어 칠갑산 정상이다.

전국 최고의 ‘장승공원’

사방이 탁 트인 시야로 수십 겹 포개며 흐르는 수려한 산 물결들이 거침없이 몰려드는 능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구름 위에 선 나는 신선이요,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하산길은 대치터널 쪽으로 난 능선. 조금 내려가다 보면 맑고 푸른 물빛을 자랑하는 천장호가 기막힌 운치를 던지고 있다. 칠갑산 깊숙이 둥지를 튼 천년고찰 장곡사 또한 청양의 자랑이다. 휘 돌아 감기는 아스팔트길을 지나 일주문에 다다르자 사찰 곳곳에 핀 개나리, 진달래 등 예쁜 봄꽃들이 반긴다. 12채당우가 처마를 맞대고 올망졸망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은 장곡사는 신라 문성왕 12년에 창건된 사찰이다.

외지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아 칠갑산을 등산하는 사람들 외에는 그리 많이 찾지 않고 규모도 작지만, 의외로 많은 국보급 유물이 전해진다. 국보 제58호인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에서부터 국보 제300호 미륵불괘불탱, 보물 제162호와 제181호인 상·하 대웅전, 보물 제174호 철조비로사나불좌상부석조대좌, 보물 제337호 금동약사여래좌상, 유형문화재 제151호인 설선당까지 전국적으로도 한 사찰에서는 보기 드물게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국내 사찰 가운데 유일하게 대웅전이 두개이며 탑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 두 개의 대웅전은 상대웅전, 하대웅전으로 이름이 각각 붙어 있는데 왜 대웅전이 두개인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장곡사 가기 전 들러야 할 곳은 바로 장승공원이다. 예부터 장승은 잡귀와 질병으로부터 마을 주민들을 보호해 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청양장승공원에 가면 이런 장승이 350여개나 서 있다. 호미대신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있는 콩밭매는 아낙네장승에서부터 양반장승, 농부장승, 도깨비장승 등과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의 장승도 눈에 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장승보존지역이기도 하다. 매년 4월이면 전국의 장승 조각가와 축제 방문객이 함께 어우러져 ‘장승제’의 의미를 담아 ‘장승문화축제’를 연다.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푸름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칠갑산 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청양의 ‘청’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칠갑산 자연휴양림은 대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려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울창한 천연림숲을 이뤄 삼림욕장으로 최적의 조건을 자랑한다. 휴양림 입구에 들어서면 맨 처음 왼쪽에는 벚꽃, 오른쪽에는 녹색의 숲이 객들을 기다린다. 아담한 동물사육장을 지나 조그마한 광장에 들어서면 온몸을 휘감는 녹색향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이 식물들이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물질은 부작용 없는 항생제로서 소독작용, 신경 안정, 스트레스 해소 등에 좋다고 한다. 조금 더 가면 양옆으로 숲이 펼쳐지고 동화에서나 봄직한 그림같은 통나무집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한옥형 통나무집에서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통나무집까지 다양하다. 이슬 머금은 숲의 향기와 함께 아침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이곳에서 하루동안 머물러도 좋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청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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