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사의 고도이자 한성 백제까지 올라가면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 대한민국의 서울이다. 하지만, 길고 긴 시간이 말해주듯 이질적인 시간과 공간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삼청동’은 도저히 하나의 이미지로 통할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오랜 세월 독특한 풍경을 형성하며 숨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도심 속의 ‘보물섬’같은 곳이다. 그곳을 사랑하고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은 지금도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경복궁 오른쪽 돌담길에서 삼청공원을 잇는 삼청동길.

도심의 분주함을 피해 오래된 나무와 옛 한옥들 사이로 난 폭 좁은 인도를 따라 산책에 나서면 독특한 문화의 향기에 흠뻑 취하게 된다. 삼청동길 골목엔 시끄럽거나 화려한 간판을 내걸지 않는다. 허름한 듯 개성 있는 음식점, ‘과연 주인이 누군가’ 궁금할 정도로 감각적인 카페나 숍들도 많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카페, 커다란 통유리가 달린 모던한 감각의 레스토랑과 와인바들은 삼청동의 고풍스런 풍경과 아주 잘 어울린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의 거리. 서울의 일상과는 멀찌감치 벗어나 있기에 더욱 우아할 수 있다. 차를 타고 ‘휙’ 지나쳐 버린다면 볼 것도 느낄 것도 없는 밋밋한 동네로 비칠지도 모른다.

특히, 한집 건너마다 자리 잡은 갤러리와 공방은 인사동이나 청담동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화랑가를 이루고 있다. 삼청동길에는 국제갤러리, 금산갤러리, 학고재, 금호미술관 등 각종 미술관이 경복궁 맞은 편에 몰려있다.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갤러리가 아니더라도 삼청동길엔 작지만 실험적인 갤러리나 공방도 많다. 먼저 티벳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티벳박물관’이 있고, 티벳박물관에서 삼청동길로 향하는 골목 언저리에는 ‘세계장신구박물관’이 있다. 금융연수원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부엉이가 그려진 공예품, 생활용품 등을 전시하고 있는 ‘부엉이박물관’이 발길을 붙든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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