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본격적인 한여름의 시작이다. 울창한 숲속, 깨끗한 계곡을 따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신불산 자연휴양림을 강력 추천한다. 서울에서 지리적으로 멀어 선뜻 엄두가 나지 않지만, 등산을 하지 않고도 깊은 산속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불산 자연휴양림의 매력이다. 오죽 했으면 유럽의 ‘알프스’에 빗대어 ‘영남 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을까. 높은 산자락에 위치한 만큼 계곡도 깊고 울산 12경중 하나인 파래소 폭포도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주변에 등억온천과 가지산탄산유황온천이 있어 여행의 노곤함도 씻을 수 있다. 자연휴양림 근처 석남사에서 아기자기한 절 경내를 구경하고 탁 트인 너른 바위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다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듯하다.




영남 알프스는 울산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운면 등 3개 시도에 모여 있는 해발 1,000m 이상의 7개 산군을 지칭한다. 가지산(1,240m), 운문산(1,180m), 재약산(1,189m), 신불산(1,209m), 취서산(1,059m), 고현산(1,032m), 간월산(1,083m) 등이 그것으로 유럽의 알프스와 풍광이 버금간다는 뜻에서 영남 알프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힘차게 솟은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겹쳐져 마치 이 세상 모습이 아닌 듯 아스라히 보이는 모습은 알프스에 비견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육지 최초 ‘도깨비 도로’ 체험

특히 신불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로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영남 알프스를 이루는 산들 중에서도 두 번째로 높은 신불산의 종주코스는 등억온천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시간이 비교적 많이 소요되는 힘든 코스지만, 영남 알프스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코스이기도 하다. 등억온천단지에 들어서기 전 꼭 봐야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도깨비 도로’다. 육지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울주군의 도깨비도로는 상북면 등억온천지구 내 진입로인 왕복 4차로를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는데, 도깨비 도로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도깨비 도로는 분명 오르막길로 보이는 지점인데, 내리막길인 곳으로 눈의 착시현상으로 보이는 도로다. 오르막길로 보이는 이 길 옆 START 표지판이 있는 지점에서 기아를 중립으로 두고 차를 세워두면, 차가 미끄러지듯이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현상이 생긴다. 매일 수 백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서 직접 체험을 해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확인해보기 위해서 지난 98년도에 울주군에 의해 표고차를 측정해 본 결과 오르막길이 내리막길보다 표고가 80cm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도깨비 도로 주변으로는 작천정, 등억온천단지, 자수정동굴, 간월사지석조여래좌상 등 주요 관광명소가 밀집되어 있다.

태화강 상류 피서지로 으뜸

신불산에 위치한 자연휴양림은 경기도나 충청도권의 자연휴양림과는 다르게 높은 산자락에 위치한데다 그만큼 계곡이 깊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지도상으로는 등억온천단지를 거쳐 신불산을 통해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도로가 없으므로 밀양 가는 국도 24번을 타고 가지산 석남사 쪽으로 빙 돌아가야 한다. 아쉽지만 대중교통은 이용이 불편한 편이다.배내고개를 넘기 전에 석남사에 꼭 들러야 한다. 석남사는 신라 때 도의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 조계종 산하 80여 개의 선원 중 문경 봉암사와 더불어 종립특별선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경내 구석구석이 정갈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져 있다. 석탑 주위에 심어진 꽃들과 도의국사 부도를 보러 가는 길에 올려져 있는 작은 부처상과 동승인형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사람들이 목을 축이는 지하수 물은 네 방향 돌로 깎은 연잎에서 나오는데 이 연줄기 아래에는 개구리가 비를 피하듯 앉아 있으며 대나무 깔대로 흘러내려가는 물줄기는 어린 거북이를 적신다. 경내의 도의국사 부도(보물 369호)와 삼층석탑(824년)이 유명하다. 하지만 석남사 방문을 권하는 이유는 이러한 유적답사 때문만은 아니다. 울산만으로 흘러드는 태화강 상류는 피서를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과 자그마한 폭포, 깊지 않지만 발 담그고 놀기 딱 좋은 물줄기가 형성되어 있어 불심이 옅은 중생들도 쉴 수 있게 하는 넉넉한 부처님 도량이 느껴진다.

하얀 물보라에 절로 탄성

석남사를 지나 영남 알프스를 감상할 수 있는 배내고개를 넘으면 신불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나온다. 신불산은 ‘神佛’이라 하여 신성한 성지라는 뜻이다. 인근 사람들에게는 왕뱅, 왕방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산꼭대기에 묘를 쓰면 역적이 난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신불산 자연휴양림은 상·하단 단 구조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상단과 하단은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동시 이용은 불가능하다. 상단에는 파래소 폭포가 있고, 하단은 백련계곡과 청석골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다. 상단 자연휴양림은 깊은 계곡에 깨끗한 물이 호쾌하게 흐르고 있다. 안내표지판을 따라 30분 정도 돌들이 굴러다니는 계곡길을 따라 걸으면 울산 12경 중 하나인 파래소 폭포가 나온다. 어른 보폭 너비의 길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 어린아이가 걷기에는 무리가 있다. 운동화를 꼭 신고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조심조심 올라가다가 보면 우렁차게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파래소 폭포수와 하얀 물보라를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폭포 중심은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바닥이 닿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깊고 푸르다. 기우제를 지내기만 하면 비가 내렸다는 데서 유래하여 바라던 대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의 ‘바래소’ 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것이라 한다. 그래서 지금도 소망을 비는 사람들의 내왕이 잦은 곳이다. 자연휴양림을 찾는 이가 많은 탓에 예약을 못했다면 근처에 등억온천이나 가지산탄산유황온천이 있으므로 그곳에서 여행의 노곤함을 풀고 숙소를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울산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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