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남겨둔 자산만 9000억 규모... 입주기업들 "억장 무너져"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지난 16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과 관련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억장이 무너진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앞서 북한이 예고한 ‘개성공단 완전 철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우려하고 있다.

17일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은 남북 주민들의 땀과 열정으로 민족단결의 정신이 서린 곳이다. 북측도 우리들의 염원처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희망을 놓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 재개를 영구히 막는 더 이상의 조치를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의 발단은 대북삐라 살포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배경은 4.27판문점선언과 9.19공동선언을 이행하지 못한데서 발생했다”며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우리 정부에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남북 정상 간 공동선언의 이행, 특히 개성공단사업, 금강산관광사업,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과감하게 실행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협력에 대해 사사건건 제동을 건 결과가 이 같은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며 미국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가 총체적 위기에 처한 지금 미국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의 대화와 협력을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은 약 120곳으로,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에 의해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기계설비 등을 남겨둔 채 남쪽으로 넘어왔었다. 이에 북한은 개성공단내 남측 자산을 동결했지만 입주기업들은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다시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따르면 이들이 개성에 남겨두고 온 자산은 약 9000억 원으로 투자 손실까지 고려한다면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금과 정부지원금 등으로 5000억 원 정도 보상을 받았지만, 부족한 금액인 탓에 입주기업들은 헌법소원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권 개성공단기업협회 고문은 “기업별로 투자하는 규모는 다르겠지만, 10여 년간 개인 자산이 많이 투입됐다”며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생산활동도 했는데 상징적인 장소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니 억장이 무너진다. 남북 간 대립 관계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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