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명월이 빚어낸 절경 충북단양팔경

유람선 여행의 묘미 ‘옥순봉과 구담봉’
수면 위에 우뚝…장군 보는 듯 ‘도담삼봉’


넉넉히 퍼붓는 빛에 부서지는 푸른 물결, 청명한 하늘과 조화된 투명한 바람의 합창. 이제 막 새로 옷을 갈아입는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에서 약 2시간이면 한국화를 방불케 하는 단양의 산자수명한 풍광을 만날 수 있다. 단양은 일찍이 퇴계 이황이 ‘별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지더라’는 시구로 예찬했을 만큼 그 풍류가 뛰어나 단원, 정도전 등 옛 선인들의 애정과 경탄을 끌어냈던 곳이다. 아름다운 단양의 산수경관 중에서도 더욱 빼어난 경승지를 엄선한 것으로 ‘단양팔경’이라 이름 붙였는데 도담삼봉, 사인암, 석문, 구담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모두 8개 경관이 그것. 병풍같이 빚어낸 여덟 개의 비경을 찾아 길을 떠나보자.

영동고속도로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3시간쯤 내달리다가 북단양 IC 에서 빠지면 8경 중 가장 먼저 ‘도담삼봉’과 ‘석문’을 만날 수 있다.

단양팔경 중 으뜸 ‘도담삼봉’

우리땅에서 최고라 불리는 명소 중에서도 오직 최고만을 골라 실은 달력 속에 빼 놓지 않고 등장하는 비경이 있으니, 다름 아닌 도담삼봉. 단양 팔경 중 에서도 아름답기가 최고로 꼽히는 도담삼봉은 단양읍으로 가는 길가에 화려한 풍경으로 펼쳐져 있는데 남한강의 맑고 푸른 물 위에서 부서지는 햇빛 사이로 도도하게 떠 있는 세 개의 바위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자신의 호를 ‘삼봉’ 이라고 할 만큼 유년 시절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풍취를 즐겼다고도 전해진다.

도담삼봉은 특히 중앙의 큰 바위 위에 소담스럽게 얹혀진 ‘삼도정’ 이라는 육각 정자가 하나 자리 잡고 있어 시적운치를 더해준다. 세 개의 봉우리 사이로 넘어가는 일몰의 풍경과 이른 새벽 여명이 터 올 때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 그 모습을 보고 퇴계 이황이 위와 같이 도담삼봉을 예찬하는 시를 읊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동양 최고의 웅장한 육교 ‘석문’

도담삼봉을 감상하고 잘 조성된 공원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보면 도담삼봉과 주변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이향정이라는 팔각정이 나온다. 잠시 쉬면서 가도 좋을 듯. 다시 등산로를 따라 200m 정도를 가면 동양 최고의 웅장함을 자랑하는 석문을 만날 수 있다. 이 석문 또한 8경 중 하나. 도저히 상상이 불가능하지만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산 속의 육교’다. 이 석문에 관한 전설이 있으니 바로 이것. 옛날 하늘나라에서 물을 길러 내려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린 마고할미가 비녀를 찾으려고 흙을 손으로 판 것이 99마지기의 논이 되었으며 주변 경치가 하늘나라보다 더 좋아서 이곳에서 평생을 농사를 지으며 살았는데 넓은 논은 선인들이 농사를 지었다하여 선인옥답이라 불리고 있으며 논에서 수확된 곡식은 하늘나라 양식으로 썼다고 전해지고 있다. 술과 담배를 좋아하던 마고할미는 여기서 오랫동안 살다가 죽어서 바위가 되었는데 지금도 긴 담뱃대를 물고 술병을 들고 있는 형상의 마고할미 바위가 있으며 상류로 조금 더 올라가면 자라모습을 정교하게 조각해 놓은 듯한 자라바위를 볼 수 있다.

단원 김홍도도 감탄한 ‘사인암’

사인암과 나머지 8경 들을 보려면 59번 도로를 따라 월악산국립공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물론 국립공원이니 입장료는 필수. 단원 김홍도가 그 기암괴석들을 바라보면서 10여일을 고민해도 그 모습을 그림에 담지 못해 1년이 지난 다음에야 그려낼 수 있었다는 절경인 사인암에는 선비들 풍류의 한 자락을 엿볼 수 있다.

사인암 앞 계곡 바위에 새겨진 바둑판과 장기판은 수백년도 더 된 것이다. 바위는 마치 신선들이 계곡에서 놀기 위해 쳐놓은 병풍처럼 깎아지른 암벽들이 세로로 면을 이루며 쭉쭉 뻗어있다. 바위 군데군데 낀 이끼와 들꽃들은 병풍에 놓인 자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인암 계곡물로 들어가려면 조계종 제5교구 말사인 ‘청련암’을 통과해야 한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길은 막혀있지만 계단을 타면 중턱에 있는 산신각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 계곡물에 엎드린 사람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줍고 있다. 올갱이라는 작은 소라 종류인데 잠깐만 물에 발을 담그고 주우면 금방 한주먹이 된다. 시원하게 국을 끓여 먹기도 좋고, 그냥 삶아서 쪽쪽 빨아먹어도 된다.

신선이 노닐던 최고의 절경 ‘선암계곡’

‘신선이 노닐다 간 자리’라는 뜻에서 퇴계 이황에 의해 ‘삼선구곡(三仙九曲)’이라 불린 선암계곡은 월악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도락산에서 시작되어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굽이돌며 최고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삼선구곡을 이루는 심산유곡의 첫 경승지인 하선암은 3층으로 된 흰 바위의 넓이가 백 여척이나 되어 큰 마당을 이루고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덩그랗게 앉아 있는 웅장한 형상이 미륵 같다하여 ‘불암’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다음에 만나게 되는 중선암은 삼선구곡의 중심지로 큰 바위에는 ‘사군강산 삼선수석’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데 단양, 영춘, 제천, 청풍 사군 중 상, 중, 하선암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순백색의 바위가 층층대를 이루고 맑은 물이 그 위를 흐르니 여름철의 가족단위 휴양지로 최적의 절경지로도 유명하다. 이제 삼선구곡을 이루는 마지막 경승지를 만나볼 차례. 상선암은 크고 웅장한 바위와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서로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소박하고 정겨운 한국인의 이웃을 연상케 한다.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모두 뛰어난 풍경을 자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계곡 트레킹하기 가장 좋은 곳을 굳이 추천하자면 하선암에서부터 상선암까지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도로의 운치가 그만이다.

선비 모습 떠올리는 ‘구담봉과 옥순봉’

단양 8경 중 마지막 두 개의 절경인 옥순봉과 구담봉은 유람선 여행으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묘미. 충주호 유람선이 떠나는 장회나루에서 배를 타야만 볼 수 있는 곳이 구담봉과 옥순봉이다. 약 1시간쯤 걸리는 8,000원짜리 유람선을 타면 경치와 함께 자세하고도 유머러스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 묘미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충주호 장회선착장으로 가서 유람선을 타고 10여분 쯤 호수 물빛을 갈라야한다. 배가 부우웅 소리를 내며 떠나는 것 같더니 눈 깜짝할 사이 최고의 절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위 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모습처럼 보인다 하여 이름 붙여진 제비봉이 구담봉과 옥순봉을 감싸고 있는 형세가 세치 혀로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던 것.

잠시 후 단양 8경중에서도 제일 섬세하고도 화려한 단양팔경의 백미 옥순봉이 딱 막아서며 배를 멈추게 한다. 희고 푸른 바위들이 대나무 순 모양으로 힘차게 치솟아 마치 절개 있는 선비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절경을 연출한다. 옥순봉은 조선 명종조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 선생이 이곳 석벽에‘단구동문’이라는 글을 새겨 이곳이 단양의 관문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기암괴봉이 거대한 병풍처럼 펼쳐지고 충주호 옥빛 물결 속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소금강이란 별칭이 생겼나보다.

옥순봉을 지나자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산세가 아름다운 금수산이 지나가고 드디어 구담봉이 나타난다. 구담봉은 기암절벽의 암형이 거북을 닮았으며 물 속 바위에 거북무늬가 있다하여 구담이라 하였는데 단양 암수 거북을 모두 찾으면 장수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가까이에 제비봉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수려한 경관은 충주호 수상관광코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날 뿐만 아니라 충주호 유람선 관광의 거점지역이기도 한 구담봉. 짙은 녹음과 기암비봉의 절묘한 만남. 그 만남이 만들어내는 산세의 풍광. 그리고 산세를 헤집듯이 흘러가는 옥빛 물길. 물길을 가르며 유람선이 곳곳에 숨어있는 비경을 찾아 굽이굽이 나아간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ㆍ단양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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