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원, 징역 18년 확정…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만 남아 

2016년 12월6일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재벌 총수들 [뉴시스]
2016년 12월6일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재벌 총수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지난 정부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판결이 확정돼 사실상 ‘국정농단 사태’ 실체가 확인된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판단만 남겨놓게 됐다.

 2037년까지 복역… 5번 재판 끝에 징역 18년·벌금 200억 확정 
 연루 의혹 기업들 다수 협의 없음 또는 증거불충분으로 기소 안 돼

11일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 원, 추징금 63억3676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016년 11월 검찰이 최 씨를 구속한 이후 3년 7개월 동안 진행된 5번의 재판이 모두 종료됐다. 최씨는 도합 21년의 실형을 가석방 없이 만기까지 채울 경우 최씨는 2037년 10월 85세의 나이로 석방된다.

앞서 최 씨는 박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과 공모해 50여 개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을 강요한 혐의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 씨의 승마훈련 지원과 한국 동계 스포츠 영재센터 후원 등의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선고 직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년7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특검 및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최서원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이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검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대법원 확정 판결의 취지에 따라 현재 파기환송심 계속 중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뇌물 공여자에 대한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비선실세’ 재판 3년 7개월 만에 마무리

현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멈춘 상태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에 대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특검은 “양형 사유로 활용할 수 있는지 불분명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재판부가 먼저 제안한 것은 집행유예 판결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검이 추가로 제시한 가중 요소에 관한 증거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삼성그룹 내 준법감시위원회에 관해서만 양형심리를 진행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배준현)는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특검은 이를 수긍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재항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7일부터 재항고 사건을 심리 중이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됐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삼성 측이 최씨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의 구입액과 영재센터 지원액을 모두 뇌물로 볼 수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또한 케이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대의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신 회장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제3자뇌물공여죄에서의 부정한 청탁,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 강요죄의 피해자와 뇌물공여자 지위의 양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은 2018년 2월13일 박근혜 정부 당시 면세점 특허를 얻기 위해 최순실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선처한다면 어떤 기업이든 실력을 갖추려 하기 보단 뇌물을 건네고 싶은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신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묵시적인 부정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제3자 뇌물죄를 유죄로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을 ‘대통령의 지원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피해자’로 봤고 양형을 집행유예로 낮췄다. 뇌물공여자라도 강요에 의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피고인에게 먼저 적극 금원 지원을 요구해 뇌물수뢰자의 요구에 공여자가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의사결정이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돈을 건넨 것에 대해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임의로 뇌물을 건넨 공여자와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로 지난해 10월5일 신 회장이 구속 234일만에 풀려났다. 

변죽만 울린 특검…실패한 ‘기획’ 

이 밖에 기업들은 국정농단 관련 혐의는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거나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가 마무리됐다. 
SK의 경우 청와대로부터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자금을 출연해줄 것을 요구받고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 및 CJ헬로비전 인수과정에 도움을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실무선에서 논의 하다가 결국 돈을 내지 않았다. 검찰은 실제 자금이 오가지 않았고 청와대가 먼저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SK를 기소하지 않았다. 

CJ 등 다른 기업들도 박 전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했지만, 이를 청탁으로 보기는 어려워 수사를 종결했다. 한마디로 재단출연금과 민원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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