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합병 반대 명분' 찾기 나서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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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EU집행위는 코로나19 여파로 심사를 유예했던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간 기업결합 심사를 재개했다. 유럽 경쟁법 전문매체 엠렉스는 EU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에 스테이트먼트 오브 오브젝션즈(SO)를 통보했다고 지난 11일(한국시각) 보도했다.

SO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중간심사보고서에 해당하며, 기업결합 심사에서는 통상적인 절차로 알려졌다. 앞서 EU는 지난해 12월 1차 심사에서 양사 합병시 독과점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 놓은바 있다. 일각에서는 EU가 반대 명분 찾기에 나섰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양사 결합은 승인이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집행위, 기업결합 중간보고서... 가스선 분야 심사집중 예고 
 국내 빅3 카타르 수주도 악재... 현대重, 검토후 추가자료 제출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기업결합심사는 해당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의 관련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에 차례로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9월에는 일본과도 사전협의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는 이미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 10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승인을 받았다. 기업결합 심사가 종료되면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서로 보유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교환하고 대우조선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짓게 된다. 

양사 합병 6개국 심사 '9월 결판' 전망

문제는 EU집행위가 지금까지 조사와 분석을 토대로 중간결과를 내놨는데 이 보고서에는 탱커,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에서는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됐지만 LNG(액화천연가스)선과 LPG(액화석유가스)선 등 가스선 분야에서는 아직 우려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의견이 담겼다. 이는 가스선에 심사를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국내 조선 '빅3'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최근 카타르 국영석유사와 약 23조 원 규모의 LNG 운반선 계약을 맺었다. 사실상 한국 조선 3사가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시장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석유 회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700억 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선 계약을 했다. 이번 계약은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 확장과 북미의 LNG 프로젝트 등에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QP는 한국 조선 3사로부터 향후 7~8년 동안 100척이 넘는 선박을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카타르의 1차 발주 물량을 먼저 가져간 중국선박공업(CSSC)은 16척을 수주한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카타르의 100척 이상 규모의 LNG선 수주가 한국 조선소로 향하는 것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 조선소 기술력의 승리”라고 밝혔다.

이학무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7년간 30%의 LNG 생산 능력을 소진하게 된다는 것은 안정적인 수주·생산에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이후 수주 물량의 선가 상승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유조선 등 다른 선박들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LNG선은 유독 한국이 독주하고 있다. 운송 중 사고가 날 경우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조선업계로 선주들의 발주가 몰리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후 선박수주잔량 점유율은 20.9%에 불과하지만 LNG 운반선 시장점유율은 61.5%이상이다.

이에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LNG 시장의 한국 집중도가 높아진 것도 반대명분을 삼을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EU집행위 중간심사보고서를 받았지만 심사대상자로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빠른 시일 내 관련 내용을 검토해 추가자료를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 넘어 산...일본이 막판 변수 작용할수도

또한 업계에선 오는 9월 EU로부터 승인을 받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두 기업결합 완료 시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받는 일본 조선업계가 순순히 승인을 주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대우조선해양이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은 21%까지 확대된다. 이는 일본 최대 조선소인 이마바리(6.6%)의 3배 수준이다.

기술 격차 역시 더 크게 벌어질 수 있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전에서 한국에 크게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본의 발목 잡기로 기업 결합심사가 완료되는 시점이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도 일본 공정취인(거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신고서에 대해 지난 3월 2차 심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은 기업결합 심사에 앞서 지난해 말 WTO에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으로 인해 일본 조선산업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순탄치 않음을 시사했다. 일본이 기업결합 심사에 독과점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지난해말 1단계 심사에서 “유조선,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양사 간 사업이 중복돼 조선사 간 경쟁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여전히 심사를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국가는 카자흐스탄(10월) 단 1개국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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