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허모(42)씨. [뉴시스]
본인의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허모(42)씨. [뉴시스]

[일요서울] 자신의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장롱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측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인정하지만 살해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19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허모(42)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허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내연 관계 여성 한모(44)씨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허 씨 측 변호인은 "친어머니를 사망에 이르게 한 건 인정하지만, 살해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술을 마시고 잠에 들려는데 어머니가 깨워 잔소리를 해 목을 잡은 행위는 기억하지만 사망은 예상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내연관계인 한 씨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는 중지 미수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한 씨가 반항해서 미수에 그쳤는데, 미안하고 불쌍한 마음에 (범행을) 그만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씨 측 변호인은 "허 씨가 어머니와 아들을 죽이고 장롱에 넣어놨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범인도피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당시 허 씨가 목을 조르고 살인미수한 건 사실인데, (한 씨가) 어머니와 아들을 죽이고 사체를 은닉한 걸 알아서 그것 때문에 죽이려 한 것인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허 씨 등의 2차 공판은 다음달 3일 오전 10시10분에 진행된다. 이날 허 씨에 대한 양형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허 씨는 지난 1월25일 자정경 서울 동작구의 한 빌라에서 어머니 A(70)씨와 아들 B(12)군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장롱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허 씨는 어머니 A씨로부터 잔소리를 듣자 말다툼 끝에 살해할 마음을 먹고 범행 당일 오전 4시경 목을 졸라 살해했고, 아들 B군이 혼자 남을 바에 죽이는 게 낫겠다 싶어 당일 오전 11시경 역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허 씨는 어머니 A씨와 아들 B군의 시신을 장롱에 넣고 냄새를 덮기 위해 향초를 뿌리는 등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허 씨는 내연 관계인 한 씨로부터 범행이 발각되자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한 씨는 허 씨가 어머니와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듣고 냄새가 심해지자 본인의 주거지로 이동했고, 경찰이 허 씨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모텔에 거주하며 체포될 때까지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허 씨 형수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자택 장롱에서 비닐에 쌓여있는 시신을 발견해 추적 끝에 서울의 한 모텔에서 허 씨와 한 씨를 검거하면서 밝혀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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