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로 이어지는 그들의 ‘시그널’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뉴시스]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암호’란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당사자들끼리만 알 수 있도록 꾸민 약속 기호를 뜻한다. 이런 암호가 취미 생활 등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성적 일탈행위를 위해 쓰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일종의 시그널이다. 일요서울은 수상한(?) 암호의 실체를 추적해 봤다.

등산 시 한쪽 바지걷고, 콜라텍에서 오른손 바닥에 대고···신호도 다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등산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실내보다는 야외 활동이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등산 인구는 날이 갈수록 증가했다. 지난 2015년 산림청이 발표한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등산하는 인구는 1300만 명에 이른다. 현재는 15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런 등산 인구 중에서 성적 일탈행위를 위해 모임을 구성하고, 암호를 만들어 수상한 신호를 보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소수의 일탈이라곤 하지만 등산 인구가 늘어나면서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륜’을 원하는 등산객들 사이에 일종의 신호가 있다고 한다. 온라인 등산 동호회 카페‧커뮤니티 등에는 ‘유부남과 유부녀’ 등의 키워드를 내걸고 운영하는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 이들은 다른 등산객, 가족 등에게 들키지 않고 불륜을 저지르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등산객들은 불륜을 원하는 여성들을 ‘산토끼’라고 부르며, 이러한 여성을 만나러 온 남성들을 ‘산토끼 사냥꾼’으로 지칭한다.

한쪽 바지를 걷고 있으면 아직 짝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즉, 짝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불륜을 목적으로 산에 온 등산객들이 서로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만든 암묵적인 신호다.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산행 파트너로 친하게 지내면서 인근 모텔로 입성하기도 한다.

또 등산 불륜은 배우자로부터 쉽게 들키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핑곗거리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산에 갈 때 바지 한쪽을 걷고 있는 것이 40~50대 분들이 짝을 찾고 있는 암묵적인 신호라고 한다. 친구가 아무것도 모르고 다리 한쪽 바지를 걷고 쉬고 있는데 아주머니들이 자꾸 먹을 걸 줬다고 한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일명 ‘오춘기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불륜을 의도하지 않고 취미생활을 하다가 잊었던 연애 감정이 갑작스럽게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외도는 수면 위로 드러날 경우 가정의 파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배우자와 취미 활동을 같이 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반면 아무런 목적이 없으니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도 있다. 선글라스‧이어폰 등을 착용한 채 힘차게 걷는 것은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중년 ‘핫플레이스’에선

무슨 일이?

성인 콜라텍(이하 콜라텍)에서도 수상한 암호가 돈다고 한다. 콜라텍은 중년들이 여가 생활을 위해 방문하는 곳 중 하나다. 이들에게 콜라텍은 ‘소통 공간’ 또는 ‘클럽’이 되기도 한다. 중년들의 핫플레이스로 불린다.

콜라텍의 하이라이트는 파트너 선정이다. 물론 혼자 춤을 출 수도 있지만 남녀가 한 쌍이 돼서 추는 사교댄스가 핵심 격이다. 쌍을 맺어주는 ‘짝 도우미’도 있다. 나이트클럽 부킹과 같은 맥락이다.

술을 한잔 걸치고 남녀가 춤을 추다 보면 자연스레 잠자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른손을 바닥에 대고 있으면 2차 술자리 또는 성관계를 맺자는 의미라고.

물론 콜라텍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중년은 ‘사교 모임’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소수가 주고받는 신호이고, 일부의 일탈행위라는 것이다. 또 자연스러운 만남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가짜 사랑’에 현혹되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일명 ‘제비’, ‘꽃뱀’ 등으로 불리는 이들의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비와 꽃뱀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 젊은 사람만 제비와 꽃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연애의 감정으로 상대를 긴장감 없이 대했다가 화를 당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석진 방 주세요”

노랫소리 안 들린다

10대에서도 수상한 암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남녀가 스킨십을 하고 나아가 성관계를 맺기 위한 장소로 노래방 등을 택하는데 ‘구석진 방’, ‘조용한 방’을 찾는다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기 위한 장소에서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난 2017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의 한 코인노래방에서 성관계를 맺고 있는 중학생 커플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10대의 행태가 지속되자 많은 코인 노래방에서는 ‘성관계 금지’라는 스티커를 방마다 붙이기도 했다.

일반‧코인 노래방 외에도 10대들이 성관계를 맺는 장소가 또 있다. 모텔을 이용할 수 없는 10대들이 룸카페에서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을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8년 청소년 6만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4차(2018년) 청소년 건강 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5.7%가 성관계 경험이 있으며, 성관계를 시작한 평균 나이가 만 13.6세라는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의 피임실천율은 지난 2013년 39%에서 2018년 59.3%로 20.3%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절반 가까이는 피임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관계를 경험하는 10대는 적지 않다. 예기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겪기도 한다. 이 때문에 출산 후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과 피임법을 가르쳐 성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더 이상 쉬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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