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망끝전망대

2006 끝자락 ‘해넘이’ 베스트 3


어느덧 2006년의 끝이다. 바다 위로 조용히 떨어지는 붉은 낙조를 바라보며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회한과 아쉬움을, 검붉은 그림자를 남기며 사라지는 일몰에 실어 보내는 나만의 시간. 일몰이 시야에서 사라질 무렵이면 “그럼에도…”라는, 또 한 해를 맞는 설렘과 기대가 마음 한 구석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잠시. 스스로를 토닥이고 있노라면 무심한 듯, 시시한 듯 흐르는 해넘이의 황혼이 우리네 인생사와 꼭 닮았음을 깨닫게 된다.

태안반도 ‘낭만’ 드라이브 코스

여름철이면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충남 태안반도는 겨울철 낙조의 낭만을 느끼기에도 제격인 곳이다. 아름다운 포구가 한없이 늘어서 있는 태안의 바닷가는 드라이브 코스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 태안의 바닷가로 가는 길은 학암포 코스, 만리포 코스, 안흥항 코스, 안면도 코스 등으로 나뉜다. 안면도 코스는 해안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데, 꽃지해수욕장의 일몰 광경은 국내 최고의 장관이다.
꽃지해수욕장은 안면도에서 제일 큰 해수욕장으로 이름 자체로도 너무나 아름답다. 또 이름 그대로 해안선을 따라 곱게 피어난 해당화가 일품인 곳으로 넓은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 맑고 깨끗한 바닷물, 알맞은 수온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해마다 많은 피서객들로 붐빈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기 때문에 바닷물이 빠져나간 후 갯벌 가득 기어 다니는 작은 게를 비롯해서 조개, 고동을 잡는 것도 서해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거리.
황홀하기까지 한 석양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람들이 꽃지해수욕장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다. 게다가 해수욕장의 수문장인 양 슬픈 전설을 간직한 채 바다 위에 고즈넉이 서 있는 할미·할아비바위는 꽃지해수욕장의 또 다른 묘미.
해수욕장 바로 근처에 휴양림 중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안면도 자연휴양림이 있다는 것도 안면도 코스의 볼거리 중 하나다.

그림같이 떠 있는 섬 ‘차귀도’
제주도 서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작은 언덕인 수월봉은 제주의 일몰 명소로 가장 먼저 손꼽을 만하다. 수월봉 전망대에 오르면 드넓게 펼쳐진 제주의 서쪽바다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북쪽으로 보이는 해안가에 떠있는 시커먼 것들은 차귀도라는 섬인데, 정상부에만 초지가 형성되어 있고, 그 외는 온통 검은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때 유인도였다고도 하지만 저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림같이 떠있는 섬 차귀도와 건너편의 자구내 포구, 그리고 다시 시선을 끌어당기면 포구 남쪽으로 현무암 검은 돌로 이루어진 제주 특유의 검은 해변의 풍경이 이어지고, 이 모두가 수월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한 폭의 풍경화와 같은 절경을 연출한다. 더군다나 햇빛이 석양에 발갛게 물드는 차귀 해변의 풍경은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해넘이 광경은 없을 성 싶을 정도로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한 가지, 수월봉 언덕이 해안가에 우뚝 솟구쳐 있는 절벽인지라 정상부에 쳐놓은 울타리 바깥으로 나갈 시에는 실족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절경의 차귀도를 배경으로 멋진 일몰의 추억을 담고자 한다면, 12월에는 해가 남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으므로 차귀 해안 자구내 포구쪽 보다는 조금 북쪽으로 올라간 용수마을 해안에서 낙조를 감상하는 게 좋다. 지도상에는 절부암으로 표시되어 있는 이곳에서의 겨울철 차귀도 섬 사이로 붉은 해가 떨어지는 모습은 정말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장면이다.

보길도, 섬 배경 ‘황혼’ 절경
전남 완도 보길도는 우리들에게는 학창시절 배웠던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고산 윤선도와 관련된 문화유적답사, 다도해 섬기행, 여름철 아름다운 해변피서지로서의 여행 대상지로서 유명세를 타면서 더욱 많은 여행객들이 드나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 거리던 모습과 달리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의 보길도는 한적하기 그지없다. 조용하고 때론 쓸쓸해 보이는 해변 정경, 찬바람에도 아랑곳없는 격자봉의 난대 상록수림, 그리고 후한 섬마을 인심에 이르기까지 이해의 마지막 달에 한 번 찾아볼 추억 여행지로 삼을 만한 곳이다.
보길면사무소가 있는 청별리 나루터에서 하선하여 차를 타고 서쪽해안도로를 타고가면 곧 아름다운 보길도의 해안풍경이 나타난다.
정동리 마을을 지나고 계속 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네 개의 조그마한 섬이 올망졸망 떠있는 선창리 마을 앞 해변을 지난다. 네 섬의 이름은 오른쪽에서부터 상도, 미역섬, 욕매도, 갈도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특히 12월에는 선창리 도로변에서 네 섬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물드는 보길도의 황혼을 감상할 수 있다.
선창마을을 지나서 해안도로의 끝까지 가면 길이 끝나는 곳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뾰족한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름하여 뾰쪽산. 이름만큼이나 뾰족함도 재미있다.
지도상에는 보죽산으로도 나와 있는데 아마 우리말을 한자어로 표기하려 한 것이 아닌가한다. 뾰쪽산의 뾰족한 모습은 선창리에서 도로가 잠시 오르막으로 이어지다가 크게 왼쪽으로 꺾어지는 모퉁이, 일명 망끝전망대라고 하는 해변 절벽가에서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뾰쪽산과 그 아래의 보옥리 마을풍경, 보옥리 해변의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다소 가파르지만 보옥리 부둣가 언저리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를 따라 조금은 벅찬 숨을 내쉬더라도 뾰쪽산 꼭대기에 올라 보길도의 진산 격자봉의 모습과 다도해의 멋진 바다풍경을 함께 감상해 보아야만 참맛을 알 수 있다. 산 정상까지는 보옥리 마을에서 약 30분 정도면 오른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약 30~40명 정도가 쉴 수 있는 너럭바위 반석지대가 나오고 바위 끄트머리에는 조그마한 돌탑 3기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의 전망은 보길도 최고라 칭할 만하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보옥리 마을과 해변풍경, 위쪽으로 눈을 들면 망월봉(364m) 바위봉우리와 보길도 최고봉 격자봉(적자봉, 430m) 산줄기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지는데 흘린 땀이 해풍에 절로 식혀지고 기분도 그만이다. 단, 너럭바위 바로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산시에도 뾰족한 돌과 구르는 돌이 많으므로 발을 헛디디거나 실족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윤선도 유적과 어우러진 푸른 산세
뾰쪽산과 보옥리 해변, 선창리 해변의 멋진 풍광을 감상하는 것 말고라도 보길도에 왔으면 고산 윤선도의 유적(사적 제386호)을 둘러봐야 할 일이다. 격자봉 능선에 둘러싸인 섬 중앙의 부용동으로 들어가면 보길초등학교 앞쪽에 유명한 부용동정원(세연정)이 있다.
고산이 직접 가꾸고 소일하였다는 곳으로 세연지 연못가에 서서 조선시대 정원의 아름다운 조영을 감상해 볼 수 있다. 길 건너편 산길을 조금 올라가면 윤선도가 세속에서 벗어나 신선처럼 자연에 동화되어 서책을 읽고 다도를 즐겼다는 동천석실이 있다. 동천석실의 누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보길도를 둘러싼 격자봉의 푸른 산세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제주특별자치도청·태안군청·완도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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