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북한의 남북관계 파탄 공세가 하필이면 6.15 공동선언 20주년 직후에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진전없는 비핵화 국면에서도 남한 단독으로라도 대북관계 개선을 해 보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한 직후이다. 이에 대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독설과 전례없는 무례한 말 폭탄도 뒤따랐고 결국 그의 공언대로 남북 공동연락 사무소를 흔적도 없이 폭파했다.

북한의 극적 효과를 노린 익숙한 충격 전략이다. 대남 전략이지만 북의 시선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특히 미국의 움직임을 보이게 하려는 것이 최종 목적일 것이다. 북한은 후속 조치들에 대해서도 도발적, 공세적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보다 충격적인 군사적 도발을 벌일지도 모른다.

다만, 남한뿐만 아니라 미국 등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고 단계적 강도를 조절할 가능성은 있다는 전망이다.

남북 간에는 그동안 수차례의 평화와 교류 협력을 위한 선언과 약속, 그리고 합의들이 있었다. 문제는 늘 남한의 ‘평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안정화 플랜’들을 깨고 부수고 해 온 것은 북한이었다.

우리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북의 도발 행위와 평화 파탄 행위에 사실 ‘수세적 대응’에 치중하고 또 ‘내부 분란’에만 열을 올리곤 해왔다. 사고는 북한이 치고 수습은 우리가 해 나가야만 했다. 더구나 북한의 도발 앞에선 늘 국론이 분열되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은 하지만 해법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러한 평화 파괴 행위는 하루이틀의 전략이 아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말대로 대한민국에게는 ‘평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제이지만, 북한에게 평화는 ‘수단’일 따름이다. 평화를 논하면서 얻는 게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북. 미 핵협상이라는 ‘근본적인 장벽’ 앞에서 이 장벽이 걷어지지 않고서는 남북한 간만의 교류협력을 통해선 북한이 얻어갈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명백해져 있다. 북한으로선 절제 절명의 위기감과 함께 ‘내부 강경파’들로부터 남한과의 ‘평화놀음’은 ‘무용지물’이라는 반발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들이다. 

‘평화의 메신저’를 자임했던 김여정 부부장이 정작 자신이 돋보이게 활약해 온 이 ‘평화구축 프로세스’를 파괴하고 진두지휘하며 전면에 나선 이유도 내부 반발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들이다. 단순한 북한의 도발이 아닌 ‘북한 내부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을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제거를 위한 그동안의 한미간의 노력과 우리의 평화 프로세스는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평화가 아닌 전쟁을 추구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북평화가 우리의 노력만큼 뒤따르지 못한다는 엄연한 한계 속에서, 마치 우리가 주도하면 미국이 걸어놓은 ‘자물쇠’를 열 수 있을 것처럼 너무 ‘안이한 전략 전술’을 펼쳐 온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남북 간에는 수많은 협상과 만남을 통해 확인된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북은 ‘얻을 것이 없는 평화놀음’이 지속되면 언제든지 ‘도발’로 협상을 시작하고, 그 위협의 첫 대상은 늘 남한이며, 종국에는 ‘미국 끌어들이기’ 이다.

지금은 늘 습관처럼 해 온 북한의 ‘평화 파탄 공세’에 ‘냉온탕’을 오가며 우리 내부에서 분열을 자초할 일은 아니다. 좀더 냉정하고 엄중하게 한목소리로 북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구축’하는 것과 ‘전쟁 대비’를 하는 것 모두 여야, 보수가 따로 가는 길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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