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해돋이

동해안 7번 국도 따라 겨울 ‘추억여행’


코끝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겨울바다를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해오름에 기대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희망’이라는 두 글자. 동해를 향한 떠남의 목적은 정리이자 시작이다. 여름날 사람들이 남기고 간 숱한 사연을 품고 있는 겨울바다는 그저 낯선 이방인의 말벗이 돼줄 뿐이다. 솟구치는 파도, 하얀 물거품과 함께 올라오는 심해의 그 무엇은 가슴 한 구석을 적신다. 그래서 여름바다의 주인이 ‘사람’이라면 겨울바다의 주인은 ‘바람’인지도 모를 일이다.

애국가 해돋이 촬영지 ‘촛대바위’

강릉에서 출발해 동해바다를 따라 가는 7번 국도 여행은 ‘추억여행’이라 부를 만하다. 국도를 따라서 만나게 되는 겨울바다의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첫 번째 여행지는 추암해변.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이곳은 국내 최고의 일출 명소 중 하나다. 문득, 낯익은 풍경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애국가’다. 애국가 연주의 첫 소절을 장식하고 있는 기암절벽의 해돋이 장면이 바로 이곳이다.
굳이 새벽까지 기다려 일출을 보지 못하더라도 절벽과 동굴, 기암괴석들이 독특한 풍광을 연출하고 있어 섭섭하지 않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파도가 만들어 내는 하얀 물거품이 더욱 장관이다. 때문에 추암해변은 어떤 날씨에 가느냐도 중요하다. 물론, 눈 오는 날은 눈 오는 대로,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대로, 맑은 날이면 맑은 날 대로 바다의 깊이와 인상이 다르게 다가온다.
추암해변의 상징은 기암절벽의 바위 해안 한 중간을 장식하는 뾰족한 촛대바위다. 촛대바위는 수중의 기암괴석이 바다를 배경으로 촛대바위와 함께 어울려 빚어내는 비경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장소다.
촛대바위로 가는 산책로는 마을 앞 해변으로 이어져 있는데 가는 길 또한 장관이다. 울창한 송림에 취해 있노라면 어느새 촛대처럼 생긴 기이하고 절묘한 모습의 바위가 무리를 이루며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모습과 조우하게 된다. 그야말로 감탄사의 연발이다.
촛대바위 외에 만물암, 형제바위, 부부바위, 사자바위, 거북바위 등 다양한 형상의 바위들은 금강산의 만물상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시선을 잡아끈다.
겨울바다의 풍광을 뒤로 하고, 7번 국도를 따라 계속 가다 보면 동해시다. 두 번째 추억여행지는 환상적인 신비의 지하세계. 천곡천연동굴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심 한가운데 있는 동굴이다. 총길이 1,400m의 석회암 수평동굴로서 생성 시기는 4~5억년 전이다. 형성초기부터 성숙기까지 전 과정을 간직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천연석회동굴은 다른 동굴과는 다르게 수평굴이라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여행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천곡천연동굴’ 환상의 지하세계
국내에서 가장 긴 천장 용식구, 커튼형 종유석, 석회화단구, 종유폭포 등과 희귀석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동굴 안을 시시각각 오색으로 물들이는 특수 조명시설에 시선이 멈춘다. 총 관람 시간이 50분 정도이니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여행 코스로도 좋을 듯싶다.
다시 7번 국도로 올라 묵호항으로 향해보자. 묵호항에 다다를 무렵이면 펄쩍 뛰는 생선 비린내와 갯바람이 코끝을 때린다.
묵호등대는 60년대 우리네 누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바닷가 한 가운데 외롭게 서서 오가는 배들의 안전을 밝혀주기 때문인지 등대를 바라보고 이노라면 애틋한 감정이 절로 인다.
옥계를 지나면 해돋이공원과 멋진 모양의 썬크루즈리조트를 지나게 되는데 뒤이어 나오는 것이 모래시계공원이다. 바로 이곳이 네 번째 추억여행지다. 모래시계공원에 있는 초대형 모래시계는 1년에 한번 방향을 돌리는데, 이때 해돋이 행사가 열리게 된다. 모래시계공원에서 정동진역으로 가다보면 시계박물관인 ‘타임 스토리’가 보인다.

한적한 낭만 경치 ‘정동진역’
다음 코스는 너무 유명하기에 잘 가지 않게 되는 곳, 정동진이다. 바다와 소나무, 한적한 역사와 기차라는 낭만의 경치가 어우러진 정동진역은 전국에서 해안에 가장 가까운 역으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더욱 낭만 있게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기차로 여행하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밤늦게 출발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새벽에 정동진역에 도착해서 해돋이를 보는 것. 동행이 있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랑이든 우정이든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토록 유명한 정동진의 제 1경은 일출이다. 소나무와 철길이 어우러진 일출 장면은 이곳 정동진만의 자랑거리다. 그렇다 해도 해돋이 감상 명소는 바다와 10여m 떨어진 정동진역 철길 건너편이라는 것은 기억해야 한다.
일출을 말하자면 정동진에서 5분 거리인 하슬라아트월드도 빼놓을 수 없다. 등명낙가사 인근 산자락에 문을 연 하슬라아트월드에 대한 강릉 현지 사람들의 애정도 깊다. 이들은 정동진보다 오히려 이곳에서의 일출을 제일로 꼽는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천혜 자연 그대로의 미를 최대한 살려 다채로운 조각, 설치 작품을 전시해놓은 종합예술공간이다. ‘하슬라’는 삼국시대 강릉의 지명. 작품 감상도 중요하지만 오솔길을 따라 산책로에서 내려다보이는 동해의 전망이 일품이다.
여행에서 먹을거리를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강릉에 오면 별미인 초당순두부를 맛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멋은 알 되 맛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불릴지도 모를 일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동해시청·강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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