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21대 국회 원구성이 표류하고 있다. 새 국회의원 임기도 벌써 3주 이상 지났다. 국내외 현안은 쌓여만 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우리는 물론 전 세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역대급 3차 추경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지만 심의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2차 대유행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북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이다.

국회 보이콧은 통합당에도 손해 막심이다. 대한민국은 경제, 외교, 대북정책 분야에서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보수가 주로 장점을 갖고 있던 분야들이다. 그동안 보수는 기득권에 안주하고 도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도 국정능력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보수의 능력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수권정당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통합당 보이콧은 법사위원장 때문이다. 관례가 원내1당 예결위원장, 원내2당 법사위원장이었다. 민주당이 단독 표결로 법사위원장을 확보하자 반발한 것이다. 통합당은 2008년 총선을 예로 들며 버티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의석은 153석, 통합민주당(민주당 전신) 81석이었다.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무소속 25석 등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예결위원장, 법사위원장을 나눠 가졌다.

통합당 주장은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 이번 총선 민주당 의석은 제명 3석, 탈당 1석(박병석 국회의장)을 포함 총 180석이다. 단일정당으로 1987년 민주화 이래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다. 2008년 총선에서 범보수가 180석 이상을 획득했지만 엄연히 다른 정당들이다. 통합당의 원내2당 법사위원장 관행은 옳은 주장이다. 그러나 180석 원내2당은 처음이라 뉴노멀(New Normal)이기도 하다.

민주당 법사위원장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통합당 일각에선 법사위원장 원위치가 복귀 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억지에 가까울뿐더러 통합당에게도 득이 안 된다. 선출된 법사위원장을 물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총선에서 180석을 몰아준 것은 국민이 민주당 중심의 국회운영에 동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테면 총선 민의다. 총선민의의 수용은 통합당 변화의 전제조건이다.

통합당은 지난 20대에도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후반기에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통합당과 다른 정당(4+1)들이 선거제 패스트트랙으로 대치하며 1년 내내 파행과 강경투쟁을 오갔다. 21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확보한다고 해도 범여권의 법안처리를 실효적으로 막을 수 없다. 차라리 내주고 여론전에 나서는 게 효과적이다.

김종인 비대위체제에서 통합당은 세대교체, 진취적 정당운영, 좌클릭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통합당은 2016년 총선부터 네 번이나 거푸 패배했다. 어렵게 맞은 반전의 기회다. 원내 강경투쟁은 변화의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 지난 국회에서 통합당은 국정 발목 잡는 정치집단으로 인식된 측면도 있다. 이는 곧 최악의 패배로 이어졌다.

여론도 민주당 편이다. 여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이 ‘잘한 일’이란 응답이 52.4%로 ‘잘못한 일’(37.5%)에 크게 앞섰다(오마이뉴스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 16일 500명 대상). 통합당이 여전히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건 없이 국회에 복귀하는 것이 총선 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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